“민간 위탁 자체보다 관리·감독 문제”…책임·안정성 강화 관건

2027학년도 수시 원서접수 ‘먹통’ 사태를 계기로 30년 가까이 민간업체에 맡겨온 대입 원서접수 체계가 수술대에 올랐다. 국가 대입의 핵심 절차를 민간업체 두 곳이 사실상 양분해왔지만 교육당국의 관리·감독과 사고 발생 시 책임 체계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대입 원서접수 민간 대행은 1997년 시작됐다. 이후 2009년부터 유웨이어플라이와 진학어플라이 두 업체가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는 체제가 굳어졌다. 현재 대학들은 이들 업체와 개별적으로 계약해 원서접수를 맡기고 있다.
20일 교육부에 따르면 유웨이와 계약한 4년제 대학은 102곳, 진학사와 계약한 대학은 96곳이며 이 가운데 두 업체를 동시에 이용하는 대학은 8곳이다. 대학과 업체 간 개별 계약이라는 이유로 교육부가 업체를 직접 관리·감독하는 구조도 아니었다.
그 사이 과점 체제를 둘러싼 문제는 이미 불거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두 업체가 대학과 원서접수 대행 계약을 신규 체결하거나 유지하는 과정에서 10여년간 약 96억원 상당의 발전기금과 후원금, 물품 등을 제공한 사실을 확인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번 시스템 장애가 발생한 뒤에야 교육당국은 민간 원서접수가 시작된 지 29년 만에 처음으로 업체에 대한 현장 실사에 착수했다. 교육부와 대교협은 오는 23일까지 유웨이를 상대로 장애 원인과 대응 과정, 시스템 운영·관리 체계 등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대교협 관계자는 “원서접수 전반에 대한 장애 대응 매뉴얼에서 미비한 부분이 확인된 만큼 이를 보완할 예정”이라며 “이번 조사를 통해 시스템 안정성과 장애 발생 시 대학·수험생에게 안내하는 절차 등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원서접수를 민간에 맡긴 것 자체보다 공적 관리·감독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대입 원서접수는 마감 직전 접속자가 급증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만큼 이를 감당할 서버와 통신망을 사전에 확보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봤다.
이승우 법무법인 법승 대표변호사는 “민간 위탁 자체가 문제가 될 소지는 없다고 본다”며 “문제는 민간에 위탁한 다음 관리·감독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신망이 마비될 상황에 대비해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는 회선과 서버 등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데 결국 이는 비용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교육당국이 대학과 민간업체의 계약이라는 이유로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내놨다. 이 변호사는 “원서접수와 지원 업무에 대해서는 궁극적으로 교육부가 책임져야 할 문제가 있다”며 “사기업이 처리하는 일이기 때문에 국가가 관여할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가 원서접수를 공공 영역으로 가져오려 한 전례도 있다. 대교협은 2013년 공통원서접수 시스템 구축을 추진했지만 유웨이중앙교육과 진학사가 법원에 낸 ‘대학입학전형 종합지원시스템 구축 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무산됐다.
13년 만에 다시 공공 원서접수 논의가 시작되면서 교육부는 민간 시스템을 유지하되 정부의 지도·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과 공공이 직접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모두 검토하고 있다.
공공 전환의 장점으로는 책임 주체와 예산 투입을 보다 명확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이 변호사는 “공공으로 가게 되면 관련 예산을 교육부가 직접 관리하게 된다”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교육부가 직접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이중·삼중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운영 주체를 공공으로 바꾸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대입 마감 시간과 경쟁률 공개 시점, 장애 발생 시 접수 연장 기준을 표준화하고 서버 이중화와 백업 체계 등을 갖추는 동시에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
이에 원서접수 전산 오류와 관련한 대교협 매뉴얼도 손질될 전망이다.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대교협 매뉴얼에는 장애 발생 시 수험생 안내와 대학별 최종 경쟁률 공개 규정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유웨이의 서버 문제를 넘어 29년간 이어진 원서접수 체계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대입 원서접수는 수험생의 진학 기회와 직결되는 만큼 공공성이 매우 높은 영역”이라며 “민간 시스템을 유지하더라도 교육당국이 관리·감독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장애가 발생했을 때 즉각 작동할 수 있는 비상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