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가능성 일축…“공소취소 조항 삭제해달라”
“센 말보다 성과”…검찰개혁·경찰개혁 병행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지지율 하락과 잇단 인사·정책 논란에 대해 “모두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몸을 낮췄다. 국정 성과를 내세우기보다 민심 이반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고, 경제 회복과 성장 못지않게 국민이 실제 삶에서 체감하는 민생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개혁 기조는 유지하되 추진 과정의 반발과 갈등을 줄이고 소통과 통합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국정 운영을 보완하겠다는 메시지도 내놨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약 100분 동안 정치·외교와 정책·경제 분야에 걸쳐 15개 질문에 답했다. 취임 후 일곱 차례 열린 기자회견 가운데 비교적 짧은 편으로, 지난 6월 취임 1주년 회견은 2시간 46분 동안 이어지며 21개 매체가 질문했다.
회견은 당초 예정된 오전 10시보다 30분 늦게 시작됐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발언을 마지막까지 가다듬기 위해 일정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언제나 국민은 옳다”…지지율 하락에 자성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지방선거 이후 갑작스러운 국민의 실망과 걱정에 직면해 당황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많은 시간 숙고하고 성찰한 결과는 ‘언제나 국민은 옳다’이다. 모두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작은 성과와 국민들께서 보내주시는 큰 성원 앞에서 두려움과 겸손함이 줄어들었다”며 “모든 일에 더 세심하게, 더 낮게, 더 치열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지지율 하락 원인을 묻는 질문에도 “정책으로 피해를 입는 분들의 반발을 ‘당연한 일인데 왜 그렇게 반발하나’라며 애써 외면하려 했던 측면도 있다”며 “결국 국민에 대한 존중심이 부족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경제 회복과 성장, ‘대체불가 대한민국’이라는 미래 비전에 무게를 뒀다면 이날은 국정 성과보다 반성과 자성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 셈이다.
경제정책의 무게중심도 지표 회복에서 체감 민생으로 옮기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지표는 개선된다는데 내 삶은 왜 바뀌지 않는가, 아니 왜 더 나빠지는가라는 물음에 더 적극적으로 답하지 못했다”며 “위기 극복과 성장 회복이 더 시급했다는 변명을 하기보다 회복과 성장만큼 민생 개선에 더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연임 가능성 일축…“공소취소 조항 삭제해달라”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보다 분명한 입장을 내놨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연임 가능성에 대해 “헌법 개정을 통한 저의 연임은 헌법상 불가능하고 저 역시 연임을 생각해 본 적조차 없음을 수차례 밝혔다”며 “다시 한번 확고하게 말씀드린다. 저는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연임 포기 선언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제가 연임을 구상하다 포기하는 프레임을 만들려는 정치 공세라고 생각했다”고 했고, 내각책임제나 이원집정부제 도입 주장도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부마항쟁 정신의 헌법 전문 편입, 대통령 권한의 국회·지방정부 분산, 대통령 연임제 도입 등 개헌 방향은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개헌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와 국민이 하는 것”이라며 “여야 협의와 국민적 의견 수렴을 거치면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본인 사건과 맞물려 논란이 된 조작 기소 의혹 특검의 공소취소 문제에도 직접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특검의 권한 사항 중 기존 기소 사건들에 대한 이송 또는 처분에 관한 조항은 삭제하고 진상 규명에만 집중해 주시기 바란다”고 국회에 요청했다.
지난 정부의 조작 기소 의혹에 대해서는 “특검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는 게 맞다”면서도 “제 지휘하에 있는 수사·소추 기관들이 그 일을 하게 되면 또 오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필요하게 공소취소 논란이 발생하지 않게 조치해 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했다.
◇“센 말보다 성과”…‘조용한 개혁’ 공식화
개혁 기조와 관련해서는 이른바 ‘조용한 개혁’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센 말이나 거친 방식으로 개혁 과정에서 주목받기보다 마지막 단계에서 국민의 삶을 개선한 성과로 평가받는 것이 국민께 진정으로 보답하는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 정부의 의료개혁을 거론하며 “소리는 요란했지만 실제 성과 없이 사회 혼란이라는 더 나쁜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오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성공이란 임기 마지막 날 국민께 실질적 성과로 평가받는다는 신념 아래 반발을 최소화하며 최대한 조용히 성과를 만드는 데 집중해 왔다”고 설명했다.
개혁 속도가 더디다는 지지층의 비판에 대해 개혁 의지가 약해진 것이 아니라 실제 성과를 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추진 과정의 부족함은 인정했다. 이 대통령은 “저와 정부가 과정과 방법에서 부족했던 것이지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개혁에 대해서도 후퇴는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사후 조치를 통해 불가역적으로 검사가 다시는 수사에 관여할 수 없게, 되돌아갈 수도 없게 철저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개혁 후퇴라는 비판에는 “검찰의 패악으로 가장 큰 고통을 겪은 사람 중 하나가 저”라며 “그들로부터 얻을 것도 없다”고 반박했다.
경찰에 수사권이 집중되는 데 따른 우려에는 “고강도 경찰개혁”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친문·친노까지 언급…여권 갈등 봉합 나서
‘통합’ 메시지는 우선 여권 내부를 향했다. 이 대통령은 “더 좋은 세상을 위해 행동하는 우리는 모두 친문이고 친노이며 친김대중이고 이재명의 동지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1 민주당 당원이자 국정 최고 책임자인 저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미운 마음이 들고 누군가를 탓하고 싶더라도 저와 정부의 부족함을 탓해 달라”고 호소했다.
최근 여권과 지지층 내부에서 이어지는 갈등과 상호 비난을 대통령이 직접 수습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더 많이 듣고, 더 소통하고, 먼저 손을 내밀겠다”고 했다. 통합을 강조하면서도 개혁 기조 자체를 늦추지는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인사 논란에 대해서는 “대비하고 준비하지 못한 우리의 잘못”이라며 인사 시스템을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수도 서울·행정수도 세종”…부동산 안정 강조
부동산 문제에서는 행정수도 완성을 집값 안정과 국토균형발전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뉴욕과 워싱턴처럼 ‘경제수도 서울’, ‘행정수도 세종’의 경제·행정 2수도 시대를 열겠다”며 “잃어버린 30년을 피할 수 있도록 부동산 시장을 반드시 안정시키겠다”고 말했다.
수도권 집값 상승의 구조적 원인으로 수도권 집중을 지목하면서 공급 부족 문제도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2022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허가와 착공 건수가 절반으로 줄어 공급이 확 축소됐다”고 말했다.
향후 대책으로는 “택지 개발, 재건축·재개발 등 공급을 최대한 신속하게 늘려 나갈 것”이라며 “총리실에서 매일 체크하고 있고 제가 일주일마다 보고받으면서 구체적인 장소를 특정해 진척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시장 흐름에 대해서는 “강남을 포함한 지역에 하락이 시작돼 확산되고 있고 외곽은 오르는 일종의 평탄화 작업이 진행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호르무즈 “전쟁 파병 없다”…대미 투자 협상도 재조정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에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전쟁에 관여 또는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 그 원칙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자국의 상선과 원유 수송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활동은 해야 한다”며 청해부대의 활동 강화 가능성은 열어뒀다.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를 원하고 있고 저 역시 대화를 권하고 있다”며 “북미 대화가 가능하도록 사전 조정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협상에 대해서는 “거의 합의가 됐다고 하는데 내용을 보니 동의하기 쉽지 않은 부분들이 있어서 다시 이야기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기존 협상안을 그대로 수용하기보다 국익과 투자 조건을 놓고 추가 조정에 나서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대통령은 회견을 마무리하며 다시 ‘성찰’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일과 결과에 너무 집중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세심하지 못한 게 매우 큰 문제인 걸 많이 아프게 깨닫게 됐다”며 “더 많이 소통하고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존중하되 당초 하고자 했던 일들을 결코 포기하지 않고 힘들여서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