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프진', 그것이 알고 싶다 [이슈크래커]

입력 2026-09-1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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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진 홈페이지 (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엑셀진 홈페이지 (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미프진’이라는 낯선 이름이 ‘임신 9주’와 함께 실시간 트렌드에 올랐습니다. 정부가 16일 먹는 임신중지약의 국내 도입 방안을 발표하면서인데요.

미페프리스톤이 프랑스에서 처음 허가된 1988년으로부터 38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2019년 4월 11일로부터는 7년 5개월 만이죠.

다만 ‘미프진’은 임신중지약의 정식 명칭이 아닙니다. 미페프리스톤 단일제의 해외 상품명 ‘미프진(Mifegyne)’이 국내에서 임신중지약을 가리키는 통칭처럼 사용돼 온 것이죠. 현재 국내에서 허가 심사를 받은 제품은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한 포장에 담은 ‘미프지미소정’입니다.


(출처=엑셀진 홈페이지 캡처)
(출처=엑셀진 홈페이지 캡처)


‘한 알짜리 낙태약’ 아니다

미프지미소정은 미페프리스톤 200㎎ 1정과 미소프로스톨 200㎍ 4정으로 구성되는데요.

미프진 효능의 핵심은 확인된 초기 자궁 내 임신을 약물로 중지하는 데 있습니다. 먼저 미페프리스톤이 임신 유지에 필요한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의 작용을 차단하는데요. 이어 24~48시간 뒤 미소프로스톨을 복용하면 자궁 수축과 자궁경부의 변화를 일으켜 임신 조직의 배출을 유도하는 원리죠.

응급피임약과는 작용 시점과 목적이 다른데요. 응급피임약은 임신이 성립하기 전 배란을 지연하거나 억제하는 데 사용하지만, 미프지미소정은 이미 확인된 초기 임신을 중지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국내 사용 범위는 임신 63일, 즉 9주인데요. 이는 업체가 식약처에 제출한 임상시험 대상과 허가 신청 범위를 기준으로 정한 것입니다. 약을 먹었다고 모든 절차가 끝나는 것은 아닌데요. 복용 후 7~14일 안에 의료기관을 다시 찾아 임신이 완전히 종결됐는지 확인하는 추적 진료를 받아야 하죠.


(출처=영국 보건사회복지부)
(출처=영국 보건사회복지부)


1988년 프랑스 첫 허가…미국에서는 750만 명 사용

미페프리스톤은 프랑스 제약사 루셀위클라프가 ‘RU-486’이라는 이름으로 개발한 약물입니다. 프랑스가 1988년 처음 사용을 승인했고, 미국 식품의약처(FDA)는 2000년 9월 28일 ‘미프프렉스’를 허가했는데요. 세계보건기구(WHO)는 2005년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필수의약품 목록에 포함했죠.

성평등가족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먹는 임신중지 약물을 허용한 나라는 101개국입니다. 미국에서는 승인 이후 2024년 말까지 약 750만 명이 미페프리스톤을 사용한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2023년에는 공식 의료체계에서 이뤄진 임신중지의 63%가 약물 방식이었고,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도 2022년 기준 그 비중이 86%에 달했죠. 일본도 2023년 4월 임신 63일 이내에 사용하는 미페프리스톤·미소프로스톨 복합제 ‘메피고팩’을 승인했습니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한국 도입은 왜 늦었나

한국 도입이 늦어진 이유는 약물 자체가 새롭거나 검증이 부족해서라기보다 법적 공백과 품목허가 지연의 영향이 컸는데요.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11일 자기낙태죄와 의사의 동의낙태죄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국회가 시한까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서 해당 조항은 2021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잃었지만, 임신중지 시기와 방법, 약물의 처방·조제 절차 등을 정할 후속 입법은 이뤄지지 않았죠.

현대약품은 2021년 7월 처음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자료 보완 문제로 2022년 12월 철회했는데요. 이후 재신청을 거쳐 2024년 12월 31일 세 번째 신청서를 냈고, 현재 식약처가 이를 심사하고 있습니다.

도입 논의는 2026년 들어 속도를 냈죠. 이재명 대통령이 7월 14일 검토를 지시하고 법제처가 8월 21일 법 개정 전 허가도 가능하다고 해석하자, 정부는 16일 정식 도입 방안을 확정했는데요. 헌재 결정 이후 7년 5개월 만이죠.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공률 95% 이상…안전하지만, 부작용은 있다

국내 허가 신청 자료에 포함된 임상시험에서 임신 9주 이내 미페프리스톤·미소프로스톨 병용요법의 성공률은 94.9~97.3%로 나타났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임신 기간에 맞는 방법과 품질이 보장된 약, 정확한 정보와 의료지원이 갖춰지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죠.

출혈과 복통은 일반적으로 나타나며 메스꺼움, 구토, 설사, 두통, 발열이나 오한이 동반될 수 있는데요. 임신이 지속되거나 조직이 완전히 배출되지 않으면 약을 추가로 사용하거나 흡인술을 받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과다출혈이나 중증 감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은 드물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죠. 미국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수혈이 필요한 경우는 0.1% 미만인데요. 이 약으로는 자궁외임신을 치료할 수 없는 만큼, 복용 전에 임신 주수와 착상 위치를 확인하고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진료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출처=한국보건사회연구원)
(출처=한국보건사회연구원)


허가 약은 없었지만, 음성적 사용은 계속

국내에 허가된 임신중지약은 없었지만, 약물 사용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닌데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 2020년 임신중지 경험자의 7.7%가 약물을 사용했다고 답했고, 전체의 5.4%는 약물 복용 후 수술도 받은 것으로 나타났죠. 약물 이용 당시 평균 임신 기간은 6.11주였습니다.

다만 자기보고 방식의 조사여서 사용한 약의 성분과 품질은 확인되지 않았는데요. 식약처가 2021년부터 2026년 5월까지 적발한 임신중지약 관련 온라인 불법 판매·알선·광고 게시물도 3189건에 달했죠.

정부는 정식 도입을 통해 음성적으로 이뤄지던 약물 사용을 의료체계 안으로 옮기고, 진단과 복약지도·사후관리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방침입니다.

허용되면 어떻게 달라지나

정부는 2027년 1분기 도입을 목표로, 허가 후 2년간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초기에는 부작용과 사용 안전성을 집중적으로 살피기 위해 약국 조제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는데요. 정부는 초기 안전관리와 함께 약사가 조제하면 형법상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는 법무부 유권해석을 근거로 들었죠.

다만 두 성분의 복용 장소와 관찰 방식, 처방 의료인의 자격 등 세부 지침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는데요. 약값과 건강보험 적용 여부, 미성년자의 보호자 동의 기준도 추가로 정해야 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접근성 제한” “안전장치 필요” 엇갈린 반응

여성·보건의료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모임넷은 임신중지약의 정식 도입은 환영하면서도 임신 9주 이내와 2년간 원내 조제 원칙이 접근성을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임신 확인과 진료가 늦어지거나 의료기관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제때 이용하기 어렵고, 온라인을 통한 음성적 구매가 계속될 수 있다는 거죠. 세계보건기구 지침을 고려해 사용 범위를 임신 10~12주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습니다.

모임넷은 약사에게 형사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정부 측 해석에도 반박했는데요. 헌재 결정의 효력이 약사에게도 미친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으로, 관련 법률 해석은 엇갈리고 있죠.

의료계에서는 불완전 임신중지와 과다출혈 등에 대비한 응급진료·이송 체계와 표준 진료지침, 의료인의 책임 범위를 먼저 정해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종교계와 낙태 반대 단체들은 태아 생명권과 오남용 가능성을 이유로 도입에 반대하고 있죠. 정부는 불법 유통을 방치하는 것보다 의료인의 진단과 사후관리 아래 사용하도록 하는 편이 여성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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