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근무 뒤 일주일 휴무 ‘로타 보모’ 확산
고소득 대가로 경력과 출산 사이 선택 강요도

19일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부유층 가정은 명문 보육학교 교육이나 명문대 학위, 외국어 능력, 장거리 여행 경험을 갖춘 보모를 찾으며 이전보다 훨씬 높은 보수를 제시한다. 영국계 미국 가사 인력 소개업체 BAHS의 아니타 로저스 창업자는 과거에는 고액 보수를 거부하는 고객이 많았지만, 이제는 긴 근무시간과 잦은 여행을 감수할 인력을 구하는 일이 더 어렵다고 전했다. 로저스가 2012년 설립한 BAHS의 고객은 현재 7000명에 이른다.
초고액 자산가 가정의 보모 업무는 수유와 식사 준비, 놀이터 동행 등 일반적인 돌봄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한 가정에 요리사ㆍ집사ㆍ가사도우미 등 수십 명의 직원이 함께 일하고 가족의 이동에 맞춰 전용기와 요트에 동승해야 한다는 점에서 업무 환경은 크게 다르다. 로저스는 이런 환경을 미국 드라마 ‘석세션’에 비유하며 극단적인 부를 접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버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용주의 요구도 만만치 않다. 한 보모는 이전 직장에서 고용주가 아들의 속옷을 매일 다리도록 요구했다고 회고했다. 다른 보모는 아이를 돌보는 중에도 천장 높이 5m가 넘는 놀이방 전구를 즉시 갈지 않았다며 질책받았다. 돌봄의 전문성뿐 아니라 까다로운 고용주와의 관계를 관리하는 능력까지 요구되는 셈이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에는 두 명이 번갈아 일하는 ‘로타 보모’가 확산했다. 한 명이 일주일 내내 근무하면 다른 한 명은 완전히 쉬고 다음 주에 역할을 바꾸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주중 보모와 주말 보모를 따로 두고 야간 외출에는 별도 베이비시터를 찾는 경우가 많았다. 여행 때도 기존 보모의 개인 일정과 추가 수당을 조율하거나 낯선 보모를 새로 고용해야 했다. 로타 보모 체계는 이런 공백과 불편을 줄여주지만 비용은 연간 수십만달러로 불어난다.
보모에게도 일주일의 온전한 휴무는 장점이다. 다만 고소득의 대가는 작지 않다. 부유층 고객을 10년간 돌본 로런 로마스칼로는 이 일을 계속하면 자신의 자녀를 낳고 키우기 어렵고 일을 그만두면 현재 소득을 대체할 길이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초고액 자산가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일자리가 여성 돌봄 노동자에게는 경력과 가족계획 사이의 또 다른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