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김한진의 시황읽기] 다시 가치투자를 꺼내드는 이유

입력 2026-09-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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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환경 변해도 기업 성장은 지속
변동성 컸지만 장기간 오름세 유지
단기전망 매몰 말고 본질 집중해야

워런 버핏은 “주식시장이 10년간 문을 닫는다 해도 보유하고 싶은 기업을 사라”고 조언한다. 많은 투자 대가들이 이와 비슷한 메시지를 던진 이유는 무엇일까. 투자의 성패는 결국 시장을 둘러싼 수많은 소음보다 기업의 중심 가치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함일 것이다. 돌이켜보면 자산시장이 평온했던 적이 과연 얼마나 됐을까 싶다. 경제는 늘 불안정했고, 국내외 사건 사고는 끊이질 않았으며, 크고 작은 소음은 항상 시장을 괴롭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긴 세월 동안 기업은 꾸준히 성장을 해왔고 주가는 계속 고도를 높여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만 봐도 S&P500은 최근까지 약 9배 올랐고, 한국과 일본의 대표 주가지수도 대략 6~7배 상승했다. 이로써 지난 17년간 연평균 주가 상승률은 배당을 제외하고도 11~14%에 달해, 같은 기간의 정기예금 금리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시간을 좁혀서 봐도 근래 글로벌 주도주인 첨단 기술주의 약진은 눈부셨다. 세계증시를 이끌었던 M7(미국 대형 기술주 7개) 주가는 최근 3년간 3배 가까이 올랐고, 같은 기간 미국 반도체 업종 지수는 최근 조정에도 불구하고 이보다 훨씬 많이 올랐다. 메모리 최강국인 우리나라 주가는 이 기간 중에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상승 기염을 토했다.

지난 3~4년을 돌이켜보면 시장을 들었다 놓았다 한 사건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굵직한 것만 대략 추려봐도 이렇다. 2022년 초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023년 미국 지역은행들의 파산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2024년 말 국내 탄핵 정국, 2025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관세전쟁, 그리고 올해 들어 중동 지역에서의 군사적 재충돌과 에너지 가격 급등, 최근 시장금리 상승까지 어느 것 하나 가볍게 볼 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꾸역꾸역 올랐다. 물론 문제가 터질 때마다 주가가 출렁였고 불확실성에 극심한 변동성을 겪었지만 장기간 시장이 오름세를 유지해 온 사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 다음 몇 가지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시장에는 매일 수많은 이야기가 쏟아지지만 궁극적으로 투자 성과를 결정하는 것은 기업의 본질 가치 변화라는 점이다. 가격이 아니라 가치를 보고, 일시적 소음이 아니라 사업의 실체와 이익의 흐름을 살펴야만 투자 실수를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주가는 각종 뉴스와 단기 재료에 흔들리지만 장기 추세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기업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돈을 버느냐’에 달려 있다.

둘째, 지금까지 온갖 악재를 이겨내고 주가가 올랐다고 해서 단기로도 항상 그렇다는 보장은 없다. 원래 증시는 단기로는 ‘불안정함’ 그 자체다. 다만 주식시장이 그 긴 세월 동안 강세였던 배경에는 기업들이 더 큰 이익을 계속 냈기 때문이고, 특히 근래에 그 중심에는 AI와 관련된 대규모 자본지출과 반도체 수요의 기여가 컸다. 기업의 본질을 지탱하는 이런 이익의 증가세가 앞으로 각종 불확실한 주변 환경을 얼마나 이기느냐가 관건이다. 최근에 솔솔 나오는 AI 투자의 속도 조절론이 단지 증시환경의 불안으로 인한 내러티브인지, 아니면 펀더멘털의 중대한 추세 변화를 알리는 신호인지를 분별해야 한다.셋째, 주변 요소라고 해서 무조건 이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만약 유가와 금리 상승이 실물경기와 기업이익을 계속 짓누른다면 결국 기업 가치도 훼손되기 때문이다. 본질과 주변은 서로 독립된 게 아니라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다. 예를 들어 국제유가가 계속 치솟아 물가가 오르고 중앙은행이 금리를 잇달아 급하게 올리면 경기가 더 이상 버틸 수 없고, 결국 기업이익도 무너질 것이다. 현재 이 정도로 나쁜 상황을 단정하는 것은 시기상조인 듯하나 고유가가 길어지면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다.

이처럼 투자의 본질에 대해 곱씹어 본 이유는 요즘 정보가 너무 넘쳐나고 주변 환경이 어수선하고, 시장의 단기 인기와 공포가 우리의 투자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복잡한 시장 전망에 매몰돼 당장 내일의 주가를 맞히려 하기보다는 기업가치와 주가의 괴리를 살피고, 주변 환경이 기업수익을 얼마나 위협하고 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가령 금리를 동결했다고 해서 그로 인해 기업이익이 크게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한번 올렸다고 해서 기업이익이 당장 나빠지지 않는 것이라면 이는 본질과 거리가 먼 이슈다. 더욱이 지금은 시장의 밸류에이션(주가수익비율)이 높아 금리상승에 따른 충격이 큰 편도 아니다. 즉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느냐 마느냐’도 중요하지만 금리의 연속 인상이 불가피할 정도로 기저 물가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것인지, 그로 인해 기업이익이 꺾일 정도로 긴박한 상황인지를 따져 보는 게 중요하다.

결국 현명한 투자는 본질과 소음을 구분하는 데서 출발하지만, 진정한 통찰은 소음처럼 보이는 주변 환경이 본질을 어떻게 바꾸는지까지 읽어내는 데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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