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민주당 요청에 100번 넘게 고친 법안”
은행업계도 예금 유출 우려에 강력 반대

미국 클래리티법은 지난해 7월 하원을 통과한 법으로 공화당이 주도했지만 당시 민주당 의원 70여 명이 가세하면서 초당적 법안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법안이 상원에서 합의되는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의 가상자산 사업을 둘러싼 논란과 은행권 발발이 겹치면서 초당적 연대는 붕괴했고 법안마저 통과하지 못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CBS뉴스에 따르면 현재 민주당은 트럼프 일가가 가상자산 사업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이에 대통령과 고위 공직자의 신규 가상자산 발행을 제한하는 클래리티법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일정 규모 이상 보유자산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에 맡기게 하자는 게 민주당의 요구다.
민주당 소속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동의할 수 있는 가상자산 법안을 만들 수 있지만, 이 법안은 아니다”라며 “이 법안은 가정과 경제, 국가안보에 엄청난 위험을 초래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치적 사리사욕을 막는 가상자산 법안이 필요하다”면서 “클래리티법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례 없는 부패를 더 부추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공화당은 고위 공직자와 배우자의 신규 코인 발행과 후원을 제한하고 주 법무장관의 집행권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제안하면서도 민주당이 요구한 대통령 보유자산 강제 처분까지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존 툰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민주당 요청에 따라 100번 넘는 수정이 이뤄졌고 주말 동안 더 많은 수정 사항을 반영한 최종안을 발표한 것”이라며 “우린 1년 넘게 이 문제를 위해 노력해 왔고 이러한 진전이 지금 중단될 유일한 이유는 민주당이 좋은 정책보다 정치를 우선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갈등 축은 스테이블코인 수익률과 관련한 이자 지급이다. 은행권은 법이 통과되면 가상자산 기업들이 법정화폐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에 이자를 지급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은행 예금 상당 부분의 유출을 유도할 수 있다면서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와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가 각각 은행 업계와 가상자산 업계를 대표해 공개적으로 충돌하기도 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클래리티법이 통과되면 대형 은행보다 소규모 은행이 더 큰 피해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FT는 “이러한 위협은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해 경쟁할 여력이 없는 소규모 지역은행들에 가장 심각하다”며 “미국에는 4000개 넘는 은행이 있고 그중 대다수가 지역 은행”이라고 설명했다. 소규모 은행들은 예금 기반이 위축되면 지역 경제를 향한 대출 능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법안이 무산되면서 시장 혼란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기존 월가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사업에는 당장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거래소와 수탁업체의 인수합병(M&A), 신규 투자와 해외 기업의 미국 진출이 지연될 수 있다.
상원이 표결을 다시 하더라도 11월 중간선거 전까지 처리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에 따라 중간선거에서 가상자산 업계는 친 가상자산 후보 지원에 집중할 전망이다. 이미 업계 최대 규모 슈퍼 PAC(정치자금 모금단체)인 페어셰이크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의향을 보였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