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아웃 빙하기 속 질주…'재무 주치의' 큐리어스, 1년 반만에 펀드 70% 털었다

입력 2026-09-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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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한미사이언스·이도 이어 SLL중앙까지
바이아웃 침체 틈타 약진…4호 펀딩은 신중 모드

기업재무안정 특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큐리어스파트너스가 세 번째 블라인드펀드(투자처를 정하지 않은 펀드)를 결성한 지 1년 반 만에 약 70%를 소진했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둔화 여파로 일반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시장이 극심한 침체를 겪는 사이 유동성 위기나 지배구조 분쟁 등 재무적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맞춤형 자금 공급으로 '재무 주치의' 입지를 확고히 굳히는 모양새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큐리어스가 지난해 3월 4300억원 규모로 결성한 3호 블라인드펀드의 소진율이 최근 70% 안팎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블라인드펀드의 투자 집행 기간이 3~5년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다. 하반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던 4호 블라인드펀드 모집에 대해서는 고민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3호 펀드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중·후순위를 제공하는 약 2600억원 규모의 펀드와 국민연금공단 등이 참여하는 약 1700억원 규모의 펀드가 병행펀드 구조로 결성됐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앵커(대표) 출자자로 확보한 후, 5개월 만에 국민연금, MG새마을금고중앙회, 과학기술인공제회, 군인공제회 등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며 펀딩을 마쳤다.

큐리어스의 가파른 펀드 소진 배경에는 재무적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의 구원투수 역할이 주효했다. 단순 지분 인수에 집중하는 바이아웃 하우스들과 달리, 큐리어스는 대출 및 메자닌 등 다양한 구조화 투자를 통해 경영권을 보장하면서도 기업의 자금 경색을 풀어주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실제로 큐리어스는 지난해 유동성 위기로 법원 회생절차를 밟던 홈플러스에 6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 대출을 단행했다. 이어 상속세 납부와 경영권 분쟁으로 자금 소요가 컸던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 측 코리포항에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담보로 1300억원을 지원했다. 또한, 환경·인프라 운영관리 기업 이도에는 3호 블라인드펀드와 프로젝트펀드, 인수금융을 병행해 총 3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구조화 투자를 집행하며 체질 개선과 기업공개(IPO) 추진의 발판을 마련했다. 최근에는 재무 건전성 제고를 꾀하는 콘텐트리중앙 산하 SLL중앙에 105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추진하는 등 메이저 구조조정 딜을 잇달아 휩쓸고 있다.

IB업계에서는 큐리어스의 질주가 현 시장 상황과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보고 있다. 기업 밸류에이션 하락과 인수금융 금리 부담으로 바이아웃 거래는 급감한 반면, 원리금 상환 부담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실적 악화 등으로 재무적 한계에 부딪힌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구조조정 자금 수요는 급증했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바이아웃 펀드는 눈높이 격차와 자금 경색으로 딜 클로징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유동성 위기에 처한 한계기업은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원금 회수 가능성을 높이는 하방 안전장치를 확보하면서도 위기 기업의 숨통을 틔워주는 큐리어스 같은 특화 PEF의 시장 지배력이 당분간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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