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은 은행 과반? 거래소 지분은 몇 %까지?…15개월 째 헛바퀴 [스테이블코인법, 1년째 표류①]

입력 2026-09-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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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9월 통합안 발의 속도전…금융위, 정무위 상대로 물밑 의견 수렴
'은행 51% 룰' 한은-핀테크 대치 지속…'거래소 지분 상한' 사유재산권 침해 반발
이달 넘기면 국감·예산정국 맞물려 연내 표류…美 지니어스법 내년 1월 발효 '초읽기'

▲(사진=AI 생성)
▲(사진=AI 생성)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와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의 핵심 축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이 1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발행 주체를 은행권이 과반(50%+1주)을 점유하는 컨소시엄으로 제한할지를 두고 금융안정과 산업혁신 논리가 팽팽히 맞선 데다 최근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의 지분율 상한 규제까지 핵심 쟁점으로 급부상한 탓이다. 정부와 여당이 이달 중 통합안 마련을 목표로 조율에 나섰지만 1년간 평행선을 달려온 양대 암초를 어떻게 돌파할지가 최대 시험대로 떠올랐다.

15일 국회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실을 상대로 가상자산 2단계 입법 정부안의 골자를 설명하고 막바지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있다. 정무위는 금융위가 제출한 정부안과 기존 계류 의원안들을 병합한 여당 주도의 통합안을 의원입법 형태로 조속히 발의한다는 방침이다.

발의 주체는 정무위원장 또는 여당 간사 명의 등 복수의 방안을 열어두고 조율 중이다. 당초 당정 안팎에서는 9월 초 법안 발의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거래소 대주주 지분 상한선 설정 등 각론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일정이 지연됐다.

여당 정무위 측은 공청회 개최를 추진하며 막판 의견 조율에 나서고 있지만 법안 완성까지는 여전히 짚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신중한 분위기다.

국민의힘 정무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초 예정된 공청회(9월 말)를 준비하고는 있으나 아직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다. 현 단계는 정부안과 다양한 업계 목소리를 놓고 치열하게 의견을 수렴 중인 진행형"이라며 "금융안정도 중요하지만 초기부터 과도한 빗장을 걸어 국내 핀테크·빅테크의 혁신과 글로벌 경쟁력을 꺾어선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9월을 넘길 경우 10월 국정감사와 11~12월 예산안·세법 심사로 이어지는 정기국회 블랙홀에 빠져 연내 처리가 사실상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51% 룰’에 갇힌 발행 주체…“금융안정” vs “혁신 족쇄”

입법의 가장 오랜 뇌관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자격을 규정하는 이른바 ‘51% 룰’이다. 컨소시엄 형태로 발행사를 설립할 때 은행들이 지분의 50%+1주 이상을 보유하도록 강제해 은행권에 실질적인 경영권을 부여하는 방안이다.

한국은행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민간 발행 지급결제 수단인 만큼 대규모 인출 사태(코인런)나 준비자산 부실이 현실화할 경우 국가 통화정책과 거시금융 시스템 전반을 뒤흔들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제도 정착 초기에는 자본력과 건전성 감독 체계를 갖춘 은행 중심으로 판을 짜야 한다는 ‘안정론’이다.

반면 핀테크와 플랫폼 등 기술기업 업계는 정면 반발하고 있다. 법으로 51% 룰을 못 박을 경우 스테이블코인 생태계가 전통 금융권의 기득권 안주 구조로 전락한다는 주장이다. 혁신적인 사업 모델과 플랫폼 인프라를 기술기업이 제공하더라도 은행이 의사결정권을 독점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디지털 금융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논리다.

올 초 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는 발행인 최소 자기자본을 50억 원으로 설정하는 데 합의했으나 51% 룰을 둘러싼 이견 탓에 단일안 도출에 실패했다. 복수의 은행이 합산 51%를 확보하되 단일 주주로는 핀테크가 최대주주를 맡는 절충안도 거론됐으나 은행 과반 지배라는 본질적 틀을 깨지 못해 업계의 반발을 잠재우지 못했다. 정부안이 은행 과반 보유를 법률에 직접 명시할지, 유예기간을 두는 일몰형 단계적 규제를 택할지 혹은 자본금·준비자산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대신 진입 장벽을 낮출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거래소 지분 20%·34% 캡’ 뇌관…사유재산권 침해 논란

또 다른 핵심 쟁점은 가상자산거래소의 소유구조 규제다. 최근 정부안 검토 과정에서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원칙적으로 20% 이하로 제한하고 혁신성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할 때에 한해 34%까지 예외 허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부상했다. 한도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제한하거나 일정 기간 처분을 유예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다만 금융위는 지난달 공식 설명자료를 통해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상한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특정 대주주의 전횡을 차단해 시장 독과점과 이해상충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정책적 당위성과 민간 기업의 사유재산권 및 경영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적 비판이 정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34% 상한 규제가 기존 사업자에게 동일하게 소급 또는 적용될 경우 두나무·빗썸 등 시장 과점 거래소들의 지배구조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어 국회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 격렬한 진통이 불가피하다.

美 ‘지니어스법’ 내년 1월 시행…국내 입법 골든타임 ‘촉박’

국회 차원의 2단계 입법 논의는 지난해 6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을 대표발의한 이래 1년 3개월째 공전하고 있다. 여야 의원들이 스테이블코인 규율과 유통 규제 등을 담은 법안을 잇달아 쏟아냈지만 당정 간·부처 간·업권 간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히며 단일 규율체계를 완성하지 못했다.

글로벌 입법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7월 지급결제용 스테이블코인 규제 프레임워크를 규정한 ‘지니어스 법(GENIUS Act)’을 제정했다. 미 재무부는 최근 하위 시행규칙안을 발표하며 내년 1월 18일을 본격 시행 시점으로 예고한 상태다. 글로벌 금융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한국만 규제 공백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정무위 관계자는 "논의에 속도가 나고 있다"며 "정부 입법안이 들어오면 당정협의를 통해 의원입법 논의를 같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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