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성 등에 업고 찬반논란 격해져
언론 존재이유 둘러싼 모순 살펴야

이미 AI를 이용해 만든 뉴스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래도 AI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이 언론 영역에 들어와 있다. 글로벌 종합뉴스 웹사이트 세마포(Semafor)가 팬그램(Pangram)이란 AI를 가지고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에 실린 칼럼을 분석한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준다.
지난 8월 한 달간 세 신문에 실린 310건의 외부 칼럼 중 10개가 내용의 80% 이상을 AI가 생성한 것이고, 40개는 부분적으로 AI 도움으로 작성되었다는 것이다. 또 워싱턴포스트에 게재된 외부 필자가 쓴 칼럼 11개가 AI를 이용했다는 추가 발표가 있었다.
이런 결과는 2010년대 ‘로봇 저널리즘’이란 용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의 전망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몇몇 언론매체들이 주로 기상, 주식, 경기 결과 같은 단순한 정보제공형 뉴스 제작에 AI를 활용하였지만, 사설이나 전문가 칼럼 같은 창의적이고 주관적 판단이 개입된 기사들까지는 상당 기간 침식하지 못할 것이라 예상됐었다.
독자들도 정확성과 신속성이 요구되는 사실 위주의 기사들과 달리 인간미와 기교가 넘치는 피처기사(feature news)는 AI가 작성한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여럿 발표되었다. 하지만 인간의 자연스러운 표현을 가능하게 해주는 대형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런 주장은 이제 비현실적인 희망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문제는 이러한 기술적 진화가 아니라 AI를 이용해 칼럼을 작성한 당사자들의 인식에 있는 것 같다. 세마포가 AI가 작성한 것으로 판명된 칼럼 중에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격렬한 논쟁을 야기했던 억만장자 스탠리 드러켄밀러(Stanley F. Druckenmiller)가 월스트리트에 게재한 것도 있다. 이를 두고 그는 “나는 수학 문제를 풀 때 전자계산기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AI를 이용해 글을 쓴다”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다.
또 다트머스대의 산티아고 슈넬(Santiago Schnell) 총장이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대학들이 AI 부정행위와 싸우고 있다”라는 글도 AI 도움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슈넬 총장은 “자신은 몇 가지 논점과 문법을 확인·수정한 것뿐”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하지만 글을 작성하는 것과 수정하는 것의 경계는 애매하고, 어찌 보면 필자의 양심 문제로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결국은 언론매체들의 태도가 중요하다. 물론 여러 언론사가 AI를 활용한 뉴스 제작, 특히 외부 칼럼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외부 칼럼의 초안 작성에 AI 사용을 금지하고 있고, 워싱턴포스트는 “외부 필자가 자신의 글이 AI나 편집 소프트웨어로 작성되거나 조작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표방된 원칙들에도 불구하고 언론사들의 태도는 매우 미온적이다. 실제로 이번에 AI가 작성한 것으로 판정된 칼럼들에 대해 어떤 사과나 사후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도리어 월스트리트저널의 폴 기곳(Paul A. Gigot) 편집장은 “AI는 현대 생활의 한 부분이고, 중요한 것은 기고자들이 쓴 글이 그들의 원래 주장을 반영하고 있는지, 필자가 그런 주장을 할 자격과 신뢰를 갖추고 있는지이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질주하고 있는 AI 진화는 어쩌면 이런 논쟁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언론사들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배경에는 경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경제적 효율성 논리가 깔려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개입이 배제된 AI에게 의존하는 이른바 ‘클로디시 저널리즘(Claudish Journalism)’은 언론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해 몰락을 더 재촉하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