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오정근 칼럼] 반면교사 삼아야 할 ‘美日 재정발작’

입력 2026-09-14 06:00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금리인상·부채 증가가 국채 투매로
韓 지나친 팽창예산은 물가 자극해
돈풀기 자제…한은과 정책공조해야

미국과 일본에서 중동 전쟁발 인플레이션 압력과 정부의 국가부채, 재정적자 확대 여파로 국채금리가 수십 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채권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이달 8일 19개월 만에 최고치인 4.79%까지 치솟았다. 지난 1일에는 일본 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의 기준이 되는 신규 발행 10년물 국채금리가 상승하며 한때 3%를 기록했다. 장기금리가 3%에 도달한 것은 1996년 9월 이후 30년 만이다. 미·일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강해진 데다 미국 일본 정부의 부채증가와 재정 악화에 대한 불안까지 더해지며 투자자들의 국채 투매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재정발작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장기국채의 수익률이 크게 오르자 하는 수 없이 미국 재무부는 ‘바이백 정책’을 발표했다. 미국의 연방정부 총부채가 40조달러를 돌파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채권을 사 주는 미봉책이다. 당연히 그 효과는 오래 가지 않았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우리는 심각한 상황에 놓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시장 불안 진화에 나섰지만 미 국채 금리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앞으로도 미국 총부채는 빠르게 증가하리라고 예측된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의 2월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정책대로 가면 2036년 말엔 총부채가 64조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의료비 지출 등이 급증하는 데다 국방·전쟁 관련 추가 지출까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부채가 팽창하는 가운데 국채수익률까지 상승하면 정부의 이자 부담 증가로 재정 상태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올해 미국 연방정부의 이자 비용만 약 1조2000억달러로 예측된다. 미국은 지금 재정의 막바지 고비를 향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매파’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확률은 약 90%까지 올라섰다. 연준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트럼프 정부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재무성이 실시한 10년물 국채 입찰에서 수요가 부진해 국채금리 상승을 부추겼다. 최고 낙찰 금리가 3%대로 뛰어오르는 등 국채를 사려는 수요가 축소된 것이다. 일본 국채금리 상승은 무엇보다 재정적자 악화에 따른 국채 발행 확대 전망에 기인한다. 2027년도 예산 편성을 앞두고 각 부처가 요구한 예산안은 역대 최대 규모인 약 143조엔으로 불어났다. 채권 투자자들은 정부의 재정 규율이 느슨해질 것을 경계하며 더 높은 국채금리를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이 동시에 재정발작을 보이고 있는 와중에 한국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12.8% 늘어난 역대 최대인 820조9000억원으로 확정했다. 총액과 증가율 모두 역대 최대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를 첨단산업과 청년·지방 지원에 집중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세수 증가가 장기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대폭 불어난 예산안을 두고 고질적인 방만 사업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전력·용수 등 3대 메가프로젝트에 21조3000억원, 첨단산업 등 미래 성장 분야에 62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지출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국가 예산은 2017년 400조원대, 2020년 500조원대, 2022년 600조원대를 넘어섰고 올해 700조원대에 진입했다. 내년엔 1년 만에 800조원대로 대폭 늘어난 것이다.

반도체 특수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데, 복지 등 경직성 지출을 마냥 확대할 수는 없다. 이미 정부는 출생부터 18세까지 연 120만원을 지원하고, 지방국립대 무상교육 등 복지 확대를 공언한 상태다. 효과가 불분명하거나 중복되는 사업, 현금성·선심성 사업, 지역구 민원성 사업은 해마다 도마에 오른 단골 메뉴다. 2028년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의 ‘쪽지 예산’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국가채무 증가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2028년에는 나랏빚이 15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2022년 1000조원을 돌파한 지 불과 6년 만이다. 실질적인 나라살림을 보여 주는 관리재정수지는 내년 77조7000억원 적자를 보일 전망이다. 올해 91조6000억원 적자보다 규모가 작지만 여전히 큰 규모의 재정적자를 이어가는 셈이다. 2024년에서 2028년까지 연평균 재정수입 증가율은 4.6%이다. 같은 기간 정부가 임의로 조절할 수 없는 의무지출 증가율은 5.7%에 달한다. 의무지출은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연금 지출 및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등이 포함돼 있어 가파르게 증가하는 상황이다.

한국에서도 생명보험사의 국채 수요 감소현상이 나타나는 등 국채수요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한국의 국가채무(government liability)는 좁은 의미의 국가채무로 미국 일본 등이 사용하고 있는 넓은 의미의 국가부채(government debt)와도 포괄범위가 다르다. 한국도 국제통화기금(IMF)이 권장하고 있는 국가부채 기준으로는 매우 위험한 수준이다. 지금은 세수가 늘어나면 국가부채를 줄여나가 재정의 건전화를 도모해야 하는 상황이다.

재정의 건전화는커녕 대규모 예산 집행은 물가를 더 자극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리며 긴축으로 돌아선 상태다. 내년 1분기 기준금리가 3.5%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은 ‘성장 보릿고개’”라며 재정 확대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정부가 재정을 풀어 물가를 자극하면 통화 당국은 물가를 잡기 위해 고금리 기조를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그 부담은 가계와 기업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통화·재정정책 엇박자가 초래할 대외 신뢰도 하락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이 이례적으로 두 달 연속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상황에서 글로벌 고금리 ‘쓰나미’까지 몰아치면 기업은 물론이고 2000조원이 넘는 부채를 끌어안은 가계에 직격탄이 우려된다.

지금은 재정을 동원한 성장보다 규제를 혁파하고 과중한 상속세 등 세부담을 줄여주고 노란봉투법 등 반기업법들을 개정하는 등 성장동력 확충이 시급한 때다. 정부는 무리한 돈 풀기를 자제하고 안정적 통화 관리를 위해 한은과의 정책 공조에 나서야 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용혜인, 성평등부 장관 후보 자진사퇴…“의정활동 매진”[종합]
  • 이창동 ‘가능한 사랑’, 베네치아영화제 심사위원대상…24년 만에 본상
  • 개미도 돌아선 삼전·하이닉스…9월 13조 순매도
  • [르포] 데이터 모으고 실차로 검증⋯포티투닷 자율주행 ‘테스트 기지’ 가보니
  • 대미투자 첫 사업 발표 눈앞…2000억달러 ‘안전판’ 지켜낼까
  • 이투데이 ‘2027 테크 퀘스트’ 10월 개최⋯대한민국 AI의 미래를 묻다
  • 선선해졌다고 모기 방심 금물…일본뇌염 환자 80%가 9~10월 발생 [그래픽]
  • 우정보다 묘한 우정…'포핸즈'가 되살린 라이벌 서사 [해시태그]
  • 오늘의 상승종목

  • 09.11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04,623,000
    • -0.44%
    • 이더리움
    • 3,377,000
    • -1.66%
    • 비트코인 캐시
    • 301,200
    • -2.11%
    • 리플
    • 1,821
    • -1.89%
    • 솔라나
    • 136,000
    • -1.66%
    • 에이다
    • 277
    • -1.77%
    • 트론
    • 463
    • +0%
    • 스텔라루멘
    • 241
    • -1.63%
    • 비트코인에스브이
    • 23,230
    • +4.22%
    • 체인링크
    • 15,250
    • -2.62%
    • 샌드박스
    • 48.96
    • -2.3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