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은 만기 연장ㆍ상환 유예로 부담 완화
OECD “생존 가능한 기업 지원”⋯IMF “재정 위험 인식해야

코로나19 당시 기업에 공급된 긴급자금이 각국에서 상환 시기를 맞은 가운데 미국과 영국, 한국이 서로 다른 해법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고용 유지 등 사전에 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상환을 면제했고 영국은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를 허용하면서도 차주의 상환책임을 유지했다. 반면 한국은 대출 이후 연체 기간과 채무액 기준을 완화해 원금 감면·소각 대상 확대에 나섰다. 취약 차주의 재기를 돕는다는 취지지만 성실 상환자와의 형평성과 상환 규율 훼손에 대한 우려도 고조됐다.
1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 때 기업을 살린 긴급자금이 상환 부담으로 돌아온 가운데 세 나라의 지원책은 채무 면제 요건을 언제 설정하고, 최종 상환책임을 누구에게 두느냐에서 차이를 보였다. 미국 급여보호프로그램(PPP)은 고용 유지와 정해진 용도의 자금 사용 요건을 충족하면 대출 상환을 면제하도록 설계됐다. 영국의 바운스백론(BBLS)은 상환조건을 완화하되 차주의 책임을 유지했다. 한국은 사전 조건보다 대출 이후 발생한 연체와 상환 능력을 기준으로 지원 여부를 판단한다는 점에서 미국·영국과 차이가 있다.
미국 PPP는 급여 등 허용된 용도로 자금을 사용하고 관련 요건을 충족하면 대출을 면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 미국 의회는 2020년 12월 추가 경기부양책에서 15만달러(약 2억원) 이하 PPP 대출의 면제 절차도 간소화했다. 기업이 급여 등 적격 비용에 자금을 썼다고 한 장짜리 서류로 확인하도록 한 것이다. 당시 금융업계는 복잡한 증빙 절차 탓에 기업에 과도한 채무가 남을 수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영국 바운스백론은 정부가 금융회사에 대출을 100% 보증했지만 차주는 원리금을 갚도록 했다. 대신 ‘페이 애즈 유 그로’ 프로그램을 통해 만기를 6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6개월간 이자만 납부하거나 한 차례 최대 6개월간 원리금 상환을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상환책임을 유지하는 방식도 기업의 회생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어 채무 지원의 대상과 수준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영국 로봇업체 로밥은 2020년 BBLS와 별도인 코로나19 기업대출 지원제도(CBILS)를 통해 정부 보증 대출 16만 파운드(약 2억9000만원)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이듬해부터 매달 3000파운드를 상환해야 했다. 상환 기간을 연장하려 했지만 성사되지 않았고 결국 2022년 관리인이 선임되면서 도산 절차에 들어갔다.
영국에서도 제도별로 상환 지원에 차이가 있었다. CBILS는 바운스백론과 별개로 만기 연장이 금융회사 판단에 달려 있었다. 같은 CBILS를 이용한 스코틀랜드 목재업체는 대출 기간을 5년에서 9년으로 연장했다. 영국 소기업연맹은 CBILS 이용 기업에도 유연한 상환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기구들은 위기 대응을 위한 채무 지원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지원 대상을 엄격히 선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0년 보고서에서 “코로나19와 자금난의 연관성이 확인되고 위기 이후에도 생존 가능한 사업계획을 갖춘 기업에 한해서만 지원이나 일시적 규제 완화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2022년 ‘최종 자금공급자로서 국가’ 보고서는 “정부의 대출·보증·기업에 대한 자본 투입 등 대규모 재정 지원 조치가 기업 도산을 막고 경기 침체를 완화했다”면서도 “재정 지원 조치는 막대한 재정적 비용과 위험을 수반하며 그 영향은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