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벽’ 깬 폴더블, AP·메모리로 승부처 이동
대화면·방열 강점 앞세워 ‘AI 모바일 기기’ 진화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축이 ‘얼마나 얇고 가볍게 만드느냐’에서 ‘얼마나 강력한 성능을 구현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중국 업체들이 수년간 두께를 줄이는 데 기술력을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애플까지 시장에 뛰어들면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메모리, 배터리, 방열 등 컴퓨팅 성능이 새로운 승부처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글로벌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의 폴더블 신제품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7월 ‘갤럭시 Z 폴드8’을 출시한 데 이어 애플은 이달 첫 폴더블폰 ‘아이폰 듀오’를 공개했다. 샤오미 ‘18 폴드’와 화웨이 ‘메이트 XT2’도 최근 모습을 드러냈다. 2019년 삼성전자가 첫 갤럭시 폴드를 선보인 지 7년 만에 애플까지 참전하면서 폴더블 시장의 경쟁 구도도 한층 복잡해졌다.
그동안 폴더블폰의 주요 경쟁 무대는 두께와 무게였다. 화면을 접기 위한 힌지와 디스플레이 구조 때문에 일반 스마트폰보다 두껍고 무겁다는 단점을 해결하는 게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2024년 아너는 접었을 때 9.3㎜인 ‘매직 V3’를, 샤오미는 9.47㎜인 ‘믹스 폴드4’를 내놓으며 ‘두께 경쟁’에 불을 붙였다.
올해 삼성전자도 갤럭시 Z 폴드8의 접었을 때 두께를 9.7㎜까지 줄여 ‘1㎝ 벽’을 깼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샤오미 18 폴드는 10.7㎜, 아이폰 듀오는 11.3㎜, 화웨이 메이트 XT2는 12.3㎜다.
업계에서는 폴더블폰의 두께가 휴대성을 크게 해치지 않는 수준까지 얇아지면서 경쟁의 무게중심도 성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본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기존 폴드폰은 접었을 때 두께를 고려하면 어느 정도까지 얇아질 필요가 있었다”며 “휴대할 만한 수준에 이르면 그때부터는 두께보다 발열과 성능이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실제 신제품에는 각 업체의 최신 반도체 기술이 집약되고 있다. 아이폰 듀오는 TSMC 2나노 공정의 ‘A20 프로’, 갤럭시 Z 폴드8은 ‘스냅드래곤 8 엘리트 Gen5 포 갤럭시’를 탑재했다. 샤오미는 자체 개발한 ‘XRING O3’를 18 폴드에 적용했다. 삼성전자와 샤오미 제품은 최대 16GB 메모리를 지원하며, 샤오미 18 폴드 16GB 모델에는 CXMT의 LPDDR6가 처음 탑재됐다.
폴더블 특유의 넓은 면적은 고성능 컴퓨팅에도 강점이 될 수 있다. 대용량 배터리와 방열 공간 확보에 유리한 데다 펼친 대화면은 생성형 AI 결과를 보여주거나 여러 앱을 동시에 실행하는 데 적합하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고성능 AI 반도체의 가장 큰 문제는 전력 소모와 발열”이라며 “폴더블 스마트폰은 단순히 화면이 접히는 스마트폰에서 끝나지 않고 더 높은 컴퓨트 성능을 제공하는 모바일 기기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애플의 참전으로 시장 확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애플 폴더블 출하량이 올해 600만대에서 내년 150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와 옴디아 등의 자료를 토대로 한 삼성증권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은 삼성전자가 39%, 화웨이가 36%, 기타 업체가 25%를 차지했다. 올해는 삼성전자 38%, 애플 25%, 화웨이 22%, 기타 15%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