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 키즈 "바모스!" 외치더니⋯K팝, 라틴 리듬 제대로 탔다 [엔터로그]

입력 2026-09-1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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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스타와 인기 콘텐츠, 그 이면의 맥락을 들여다봅니다. 화려한 조명 뒤 자리 잡은 조용한 이야기들. '엔터로그'에서 만나보세요.

▲그룹 캣츠아이(왼쪽), 스트레이 키즈 필릭스. (사진제공=하이브-게펜레코드, JYP엔터테인먼트)
▲그룹 캣츠아이(왼쪽), 스트레이 키즈 필릭스. (사진제공=하이브-게펜레코드, JYP엔터테인먼트)

K팝의 리듬이 한층 더 다채로워졌습니다.

강한 타격음과 반복되는 리듬, 곳곳에 섞인 스페인어까지. 최근 K팝에서는 중남미를 떠올리게 하는 요소가 부쩍 자주 등장합니다.

공연의 풍경도 달라졌습니다. 중남미 주요 도시가 월드투어의 핵심 경유지로 자리 잡는 건 물론이고요. 현지 가수와 K팝 그룹이 음악과 무대를 함께 만드는 시도가 이어져 눈길을 끄는데요. 한때 업계보다 팬덤이 먼저 가능성을 발견했던 중남미가 이제는 K팝의 주요 전략 시장으로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입니다.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라이브네이션, Rock in Rio)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라이브네이션, Rock in Rio)

스트레이 키즈, 이름 딴 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

먼저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페스티벌로 중남미를 찾습니다.

JYP엔터테인먼트와 글로벌 공연기획사 라이브네이션이 기획한 음악 페스티벌 '스트레이시티(STRAYCITY)'는 9일(이하 현지시간)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막을 올렸습니다. 이날 인스타그램, X(옛 트위터) 등 각종 SNS에 게재된 영상 속 현장 분위기는 뜨겁디 뜨거운데요. 관객들은 일제히 뛰어오르고 떼창을 이어가며 이들의 무대를 즐겼습니다. 스트레이 키즈는 14~15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거쳐 25~26일 멕시코시티로 열기를 이어갑니다. 여기에 11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록 인 리우(Rock in Rio)' 헤드라이너 무대까지 더하면 이달 중남미 4개 도시를 누비는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죠.

'스트레이시티'는 단독 콘서트와 구성이 다릅니다. 스트레이 키즈를 중심으로 후배 그룹 넥스지(NEXZ)와 각국의 현지 가수를 한 무대에 올리는 순회형 음악 축제인데요. 보고타에서는 배드 밀크(BAD MILK)와 케이 린치(Kei Linch),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카오스(K4OS), 코초(Cocho) 등이 라인업에 합류했습니다. 멕시코시티 공연에는 안드레스 오브레곤(Andrés Obregón)과 르네(RENEE)가 출연합니다. K팝 가수가 직접 축제의 구심점이 돼 각 지역의 아티스트를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흥행 가능성은 지난해 월드투어 '도미네이트(dominATE)'에서도 확인됐습니다. 스트레이 키즈는 칠레·브라질·페루·멕시코에서 8차례 스타디움 공연을 진행했는데요. 미국 공연 전문 매체 폴스타(Pollstar)에 따르면 멕시코시티 두 차례 공연만으로 1380만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록 인 리우'의 메인 무대인 '팔코 문도(Palco Mundo)'의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1985년 출범한 이 축제에서 K팝 가수가 헤드라이너를 맡는 것은 처음인데요. 팬덤을 중심으로 소비되던 K팝이 브라질 대표 음악 축제의 핵심 콘텐츠로 진입한 모습입니다.

그런가 하면 라이즈(RIIZE)는 올해 아르헨티나·칠레·브라질 '롤라팔루자(Lollapalooza)'에 연이어 올랐고, 캣츠아이(KATSEYE)는 콜롬비아 '에스테레오 피크닉'과 롤라팔루자 남미 일정에 참여했습니다. 엔믹스(NMIXX)도 칠레 '비냐 델 마르'에서 공연했죠.

이 가운데 '스트레이시티'는 이미 형성된 축제에 출연하는 걸 넘어 K팝 가수의 관객 동원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공연 브랜드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한 차례 공연으로 수요를 확인하고 떠나는 대신 같은 이름과 구성으로 여러 국가를 순회하며 후배 그룹과 현지 아티스트까지 소개하는 방식인데요. 중남미가 월드투어의 일부를 넘어 K팝 공연 사업을 확장할 독립적인 시장으로 떠올랐다는 변화를 보여주죠.

▲그룹 에이티즈. (출처=SBS '인기가요' 캡처)
▲그룹 에이티즈. (출처=SBS '인기가요' 캡처)

스페인어 가사에 브라질 펑크 활용….K팝의 이모저모

스트레이 키즈는 음악으로 먼저 중남미와의 거리를 좁힌 바 있습니다.

2024년 발표한 '칙칙붐(Chk Chk Boom)'은 라틴풍 힙합에 레게톤 리듬을 결합한 곡입니다. 한국어와 영어 사이에 '바모스(Vamos·가자)', '로보스(Lobos·늑대들)' 같은 스페인어를 엮었는데요.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49위에 올랐고, 지난해 내놓은 '두 잇(DO IT)'에서도 레게톤을 다시 활용했습니다.

최근 K팝에서 특히 존재감을 키운 장르는 브라질 펑크입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파벨라(빈민가)와 댄스 파티인 '바일레(Baile)' 문화에서 발전한 장르로, 빠른 박자와 반복적인 타악 리듬, 엇박이 특징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금속성 타격음이 인상적인 퐁크(Phonk)를 결합한 '브라질리언 퐁크'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에이티즈(ATEEZ)도 '배드(BAD)'에 브라질 펑크를 활용했습니다. 멤버 산의 짧은 안무가 숏폼에서 화제를 모으며 뮤직비디오 조회 수도 지난달 5000만 회를 넘어섰죠. 엔하이픈(ENHYPEN)의 '블러디 파라다이스(Bloody Paradise)'와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의 '세츠나 하나비(Setsuna Hanabi)'에도 브라질 펑크가 사용됐습니다. 브라질리언 퐁크풍 퍼커션을 가미한 캣츠아이의 '후티 프루티(Hootie Frutti)'는 빌보드 '핫 100' 31위로 진입하며 인기를 입증했죠.

라틴 음악 자체의 성장세도 가파릅니다. 음악시장 분석업체 루미네이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라틴 음악의 오디오 스트리밍은 3632억 회로 전년 동기보다 8.3% 증가했는데요. 미국에서 스페인어 음악은 전체 스트리밍의 9.4%를 차지했고, 미국 음악 청취자의 54%가 라틴 음악을 듣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컬래버레이션도 활발합니다. 엔믹스는 라틴풍 힙합곡 '쏘냐르(Soñar)'의 스페인어 버전을 발표하고 브라질 팝스타 파블루 비타(Pabllo Vittar)와 '메쉬(MEXE)', '틱 틱(TIC TIC)'을 잇달아 내놨는데요. 상파울루 카니발 무대에 함께 오르며 음악 차용을 현지 협업과 공연으로 연결했습니다. 세계 팝 시장에서 활용되는 음악 문법을 차용하면서 현지 언어, 아티스트 협업, 공연을 함께 확장, 중남미와 접점을 넓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죠.

▲그룹 엔믹스가 2월 K팝 아티스트 최초로 칠레 2026 비냐 델 마르 페스티벌에 올랐다.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그룹 엔믹스가 2월 K팝 아티스트 최초로 칠레 2026 비냐 델 마르 페스티벌에 올랐다.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신흥시장 넘어 제작 거점으로

K팝의 초기 해외 진출은 중화권과 일본, 동남아시아에 집중됐습니다. 중남미는 거리와 비용, 현지 유통·공연 인프라의 제약으로 아시아와 북미보다 K팝 업계의 진출이 상대적으로 더뎠는데요.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은 유튜브로 음악과 무대를 찾아보고 팬클럽과 커버댄스 모임을 만든 현지 팬들이었습니다. 온라인 팬덤이 먼저 수요를 드러낸 가운데 2010년대 초반부터 브라질과 칠레, 페루 등에서도 K팝 공연이 활발히 열리기 시작했죠.

이제 팬덤의 규모는 산업적인 가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에 따르면 지난해 중남미 음반 산업 매출은 17.1% 증가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16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죠. 브라질과 멕시코는 각각 세계 8위와 10위에 올랐는데요. 중남미 음반 매출의 88.1%가 스트리밍에서 발생한다는 점도 온라인을 기반으로 성장한 K팝에 유리한 구조입니다.

글로벌 음악업계도 중남미를 단순한 신흥시장 이상으로 바라봅니다. 이재상 하이브 대표는 지난해 로이터에 "라틴 음악의 발상지로 알려진 중남미는 핵심적으로 주목하는 지역"이라고 밝혔는데요. 라이브네이션도 지난해 7월 콘서트 관객이 2019년 이후 3배 이상 늘어난 멕시코에서 현지 최대 공연기획사 오세사(OCESA)의 지분 24%를 추가 인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미 하이브는 2023년 멕시코시티를 주요 거점으로 하이브라틴아메리카를 설립했고, 지난해 보이그룹 산토스 브라보스(Santos Bravos)를 선보이기도 했는데요. 미국, 브라질, 페루, 멕시코, 푸에르토리코 등 다국적 멤버를 선발해 K팝식 트레이닝과 콘텐츠 제작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한국 그룹을 현지에 선보이는 기존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K팝의 제작 시스템으로 현지 아티스트를 만든 사례죠. JYP엔터테인먼트 역시 지난해 라틴 아메리카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기반을 구축하는 등 라틴 아메리카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는 중입니다.

다만 중남미를 하나의 단일 시장으로 접근하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브라질이 포르투갈어권인 것처럼 국가마다 언어와 음악 취향, 시장 규모와 소비력이 다른데요. 광범위한 이동 거리와 높은 장비 운송비, 환율 변동까지 고려하면 공연과 사업을 안정적으로 확대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현지 장르를 단순히 유행하는 사운드로 소비하기보다 음악이 형성된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고 지역별 특성에 맞춰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현지 팬덤이 키운 수요 위에 음악과 공연, 아티스트 제작까지 활발히 더해지면서 중남미는 K팝을 소비하는 시장에서 나아가 함께 콘텐츠를 만드는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요. 라틴 리듬을 타기 시작한 K팝의 다음 과제는 이 접점을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지속적인 협업으로 이어가는 데 있겠죠. 중남미 곳곳을 뜨겁게 달굴 '스트레이시티'도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상징적인 무대가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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