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00원 하락 시 양사 영업익 3.3조 감소 추산

원·달러 환율이 두 달 새 200원 넘게 급락하면서 현대차와 기아의 실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판매와 점유율을 방어하고 있지만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달러 매출의 원화 환산액이 줄고 수출 채산성도 악화돼 판매 호조 효과가 상당 부분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1원 오른 1339.2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날 소폭 반등했지만 지난 7월 2일 기록한 1555.8원과 비교하면 두 달여 만에 216.6원 떨어졌다. 하락률은 13.9%에 달한다.
원화 가치 상승은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업체에 부담이다. 해외에서 같은 가격에 차량을 판매하더라도 달러로 벌어 들인 매출을 원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환산 금액이 줄어든다. 환율 하락 속도가 빠를수록 판매가 늘더라도 매출과 영업이익 개선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100원 낮아질 경우 현대차와 기아의 연간 영업이익이 각각 약 1조9000억원과 1조4000억원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한다. 양사를 합하면 약 3조3000억원이다. 두 달 사이 환율 하락폭이 200원을 넘어선 만큼 향후 실적 추정 과정에서 환율 가정이 주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주가도 최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날 증시에서 전 거래일보다 0.26% 오른 38만9000원에 마감했다. 기아 역시 0.16% 상승한 12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이달 전체를 기준으로 하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40만500원이었던 현대차는 10일까지 2.9% 떨어졌고 기아도 같은 기간 13만1200원에서 12만7000원으로 3.2% 하락했다.
최근 고점과 비교하면 낙폭은 더 크다. 현대차는 7월 10일 45만7500원에서 이날 38만9000원으로 15.0%가량 하락했다. 기아도 7월 23일 14만9800원에서 12만7000원으로 15.2% 떨어졌다. 판매와 관세, 인센티브 등 기존 변수에 급격한 원화 강세까지 더해진 영향이 투자심리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판매 흐름도 녹록지 않다. 8월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량은 28만8574대로 전년 동월 대비 14.2% 감소했다. 기아는 26만6675대로 5.0% 증가했다. 양사 합산 판매는 55만5000대로 5.9% 줄었고 시장 예상치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현대차는 올해 1~8월 글로벌 판매가 257만536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줄었다. 반면 기아는 219만6123대로 4.4% 증가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신한투자증권은 판매 모멘텀 역시 기아가 현대차보다 상대적으로 우세하다고 평가했다.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는 양사 모두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8월 현대차·기아의 미국 합산 판매는 17만대로 전년 동월 대비 0.4% 감소하는 데 그쳤다. 영업일수를 조정하면 오히려 3.4% 증가했다. 양사 합산 시장점유율도 12.8%로 1년 전보다 1.0%포인트 높아졌다.
전기차 판매 부진은 하이브리드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메웠다. 현대차의 미국 하이브리드 판매는 전년 대비 33% 늘었고 기아는 99% 급증했다. 다만 미국 자동차 업계 평균 인센티브가 3384달러로 전년보다 5.9% 증가한 만큼 판매 호조가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연간 판매 목표 달성도 과제다. 신한투자증권은 현대차가 연간 목표를 달성하려면 9~12월 월평균 39만6000대를 판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7~8월 평균보다 30.3% 늘려야 한다. 기아는 월평균 28만8000대로 2.2% 증가가 필요하다.
문제는 환율 하락 압력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원·달러 평균 환율 전망치를 기존 1420원에서 1380원으로 40원 낮췄다. 3분기 평균은 1410원, 4분기는 1350원으로 전망했다. 연말까지 적정 환율 범위도 기존 1340~1520원에서 1280~1420원으로 하향했다.
문 연구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적정하다고 생각되는 환율의 눈높이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며 “현재까지는 1300원 부근에서 하방 경직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한 번 뚫리면 하단이 순식간에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1200원대 진입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