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재정적자에 시장 “전차에 콩알탄”

미국 재무부가 장기 국채 바이백(조기 매입) 한도를 당초 계획의 세 배로 늘렸지만 결과적으로 금리 상승세를 막지 못했다. 고유가와 인플레이션, 막대한 재정적자라는 ‘삼중고’ 앞에서 국채 매입의 시장 안정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잔존 만기가 10~20년인 기존 발행 국채를 최대 60억달러(약 8조원)어치 바이백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예정했던 20억 달러의 세 배 규모다.
그러나 미 국채 가격은 발표 이후 낙폭을 확대했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는 상승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3년 만에 최고를 경신했다.
앞서 재무부는 지난달 19일 장기 국채의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바이백 규모를 최소 두 배 확대하겠다고 예고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다음 날 회당 매입액이 40억달러를 웃돌 수 있다고 밝히면서 시장에서는 더 공격적인 조치를 기대했다.
이에 실제 매입 한도가 60억 달러로 제시됐음에도 시장에 충격을 주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스티븐 젱 도이체방크 전략가는 “재무부가 스스로 만들어낸 괴물에게 계속 먹이를 줘야 하는 상황과 같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국채금리를 밀어 올리는 근본 요인이 여전히 강하다는 점이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진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강해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의 재정적자도 장기금리에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
웰스파고 전략가들은 “장기물 금리를 떨어뜨리려면 다른 촉매가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며 성장률과 물가 둔화, 에너지 가격 하락, 연준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 완화, 재정 건전화 등을 조건으로 꼽았다.
미 재무부는 이번 분기 남은 여섯 차례의 장기 국채 매입에서 회당 한도를 40억달러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현재와 같은 규모만으로 장기금리의 방향을 돌리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엘리아스 하다드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 전략가는 재무부의 대응을 두고 “전차와의 싸움에 콩알탄을 들고나온 격”이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