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급금 ‘찔끔’ K바이오 라이선스 계약 구조⋯원인은 ‘이것’

입력 2026-09-09 16:01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개최된 ‘2026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위크-바이오헬스’에서 허경화 재단법인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 대표가 발표 중이다. (한성주 기자 hsj@)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개최된 ‘2026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위크-바이오헬스’에서 허경화 재단법인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 대표가 발표 중이다. (한성주 기자 hsj@)

국내 바이오텍의 라이선스 계약 실적이 해마다 성장하고 있지만, 임상시험에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연구 환경이 기업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임상시험 병목현상을 해소하면, 기업들은 후보물질의 잠재력을 입증할 근거를 신속히 누적해 라이선스 계약 시 더 많은 선급금(업프론트)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 제언이다.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개최된 ‘2026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위크-바이오헬스’에서 허경화 재단법인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 대표는 글로벌 바이오 혁신을 위한 한국의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KIMCo는 국내 제약사들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공동 출연해 설립한 오픈 이노베이션 지원 조직이다.

허 대표는 국내 기업들의 라이선스 계약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글로벌 대형 제약기업들과 국내 바이오텍의 라이선스 계약 구조는 대부분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의 비중이 크고, 계약과 함께 얻게 되는 선급금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다.

허 대표는 “올해 상반기에만 국내 바이오텍들이 약 94억달러(12조5640억원)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을 성사했고, 업계서는 연말까지 210억달러(28조644억원)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 중이다”라면서 “에이비엘바이오, 한미약품, 리가켐바이오, 유한양행 등 라이선스 계약 리더 기업들 역시 다음 단계로의 논의 이어가고 있어, K바이오가 중요한 시기를 맞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허 대표는 “올해 상반기 라이선스 거래가 8건이나 있었는데, 업프론트 보면 2억2500달러(2672억원) 정도에 머물렀다”라며 “전체 계약 규모가 94억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업프론트가 크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일스톤에 많은 비중이 실려있는 딜의 구조를 어떻게 개선할지가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중국의 바이오 업계는 한국과 대조적이다. 중국 기업들은 임상시험을 신속히 진행해 빅파마와의 계약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 허 대표의 분석이다. 이런 환경적 차이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2021년도 라이선스 계약 성과는 한국이 110억달러(14조7026억원), 중국은 140억달러(18조7096억원)로 비슷했다. 그러나 2025년 한국은 150억달러(20조460억원)에 머무른 반면, 중국은 1357억달러(181조3494억원)로 격차를 벌리며 앞서나갔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바이오텍들이 라이선스 계약에서 확보하는 업프론트는 평균 약 1억7000만달러(2270억원)다.

허 대표는 “중국은 임상시험 속도가 굉장히 빨라 후보물질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근거를 충분히 생성해 거래 구조를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다”라며 “중국과 한국의 격차는 연구 역량과 파이프라인의 질적 문제가 아닌, 라이선스 계약의 구조와 임상시험의 속도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임상시험 인프라와 전문성은 한국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제도가 부족해 임상시험에 병목현상이 고질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허 대표는 “한국은 3000개가 넘는 파이프라인이 있는데, 대부분 1상과 2상 단계에서 병목이 걸려 진전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임상시험 대기와 진행에 소모되는 기간이 길고, 필요한 자본을 조달하는 과정 역시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은 이미 훌륭한 연구중심병원들이 있어, 백본 자체는 굉장히 뛰어나며 임상시험 역량도 강하다”라며 “앞으로는 이런 인프라와 역량을 어떻게 빠르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에서 가장 모범적인 오픈이노베이션 사례로는 유한양행의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꼽혔다. 렉라자는 2015년 제노스코가 후보물질을 개발해 전임상 단계에서 유한양행에 라이선스 아웃했다. 이후 유한양행이 개발하면서 2018년 얀센에 라이선스 아웃해 글로벌 개발이 시작됐다. 그 결과 2024년 국내 기업이 도출한 항암제 후보물질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했으며, 그에 따른 마일스톤이 현재 유한양행으로 유입되고 있다.

허 대표는 “레이저티닙은 아주 표준적이고 모범적인 오픈이노베이션 케이스”라며 “벤처기업이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한국 지역 제약사가 이를 개발해 다시 글로벌 빅파마로 라이선스 아웃하면서 글로벌 신약으로 키운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렉라자와 같은 모범 사례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려면, 소규모 벤처와 대형 제약사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정부와 업계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빅파마들의 수요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파이프라인과 전략을 세우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허 대표는 “국내 기업들은 단지 판매나 유통만 담당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신약 개발의 모든 단계에 공동 참여한다고 인식해야 한다”라며 “조인트벤처, 공동개발, 라이선스 거래 등 어떤 형태든지 빅파마와 상호작용하며 탄탄한 연관성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제언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이투데이 ‘2027 테크 퀘스트’ 10월 개최⋯대한민국 AI의 미래를 묻다
  • 우리 지역에 태어나주신(?) 리센느 수준 [해시태그]
  • 靑 “대미투자 1호 후보군, 美와 긴밀 협의 중…투자처·시점은 미정”
  • 단독 불닭도 ‘미국 맞춤형’…삼양식품, ‘트러플 불닭’ 현지서 선출시
  • 가계대출 증가세 석 달째 둔화…주담대는 다시 확대
  • 호재인 줄 알았더니…글로벌 비만약 파트너에 울고 웃는 K바이오
  • 뉴욕증시, 중동 긴장 고조에 하락⋯유가, 6거래일째 상승 [글로벌마켓 모닝 브리핑]
  • US오픈 남자 단식 8강 대진표 완성
  • 오늘의 상승종목

  • 09.09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07,041,000
    • +0.31%
    • 이더리움
    • 3,389,000
    • +0.47%
    • 비트코인 캐시
    • 350,400
    • +0.17%
    • 리플
    • 1,945
    • +3.02%
    • 솔라나
    • 141,200
    • +0.93%
    • 에이다
    • 300
    • +1.69%
    • 트론
    • 459
    • -0.43%
    • 스텔라루멘
    • 258
    • +0%
    • 비트코인에스브이
    • 22,920
    • +0.31%
    • 체인링크
    • 16,880
    • -1.97%
    • 샌드박스
    • 52.36
    • -1.4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