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사들이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인수부터 토큰증권(STO) 플랫폼 구축, 조각투자 유통시장 참여까지 디지털자산 영토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증권사·금융투자그룹이 올해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확보에 투입한 금액만 1조원을 웃돈다. 2027년 토큰증권 시장 개막을 앞두고 발행과 유통, 거래 인프라를 선점하려는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과 한화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올해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취득에 투입한 금액은 공시·발표 기준 최소 1조1256억원으로 집계됐다.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코빗 운영법인 디지털엑스 지분 97.15%를 1413억6717만원에 인수했다. 한화투자증권은 두나무 지분 3.90%를 5978억원에 추가 취득해 지분율을 9.84%로 확대했고, 삼성증권은 두나무 지분 2.00%를 3064억원에 확보했다. 삼성SDS와 삼성카드까지 합치면 삼성 계열 3사의 지분은 4.00%, 투자액은 6128억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코인원 지분 약 20%를 800억원에 확보했다. 이달 들어 한국투자증권 앱에서 다양한 가상자산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가상자산 시세’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본격적인 시너지 창출을 시도하고 있다.
증권사와 거래소의 연결 구도도 뚜렷해졌다. 업비트에는 한화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주요주주로 참여했고 코인원에는 한국투자증권, 코빗에는 미래에셋그룹이 자리 잡았다. 국내 원화 거래소 가운데 빗썸만 증권사 전략적 투자자가 확정되지 않았다. 키움증권은 빗썸 지분 투자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증권사들의 경쟁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개정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는 2027년 2월4일부터 분산원장을 활용한 토큰증권 발행과 투자계약증권 유통이 본격적으로 허용된다. 금융위원회도 3일 토큰증권 도입을 위한 단계별 정책 방향을 내놓으며 시장 개막 준비에 들어갔다.
대형사는 독자 STO 플랫폼을 구축하고 중소형사는 코스콤 공동 인프라에 합류하고 있다. KDX와 넥스트레이드 컨소시엄도 조각투자 장외거래중개업 본인가를 신청하며 유통시장 선점 경쟁에 나섰다.
다만 대규모 투자가 곧바로 수익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가상자산 거래량은 업비트와 빗썸에 집중돼 있고 토큰증권 시장은 구체적인 상품과 수수료 모델을 마련해야 하는 단계다. 증권사별로 구축한 플랫폼의 호환성과 유동성 분산 문제도 풀어야 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거래소 지분 확보는 단기 투자수익을 노린 재무적 투자라기보다 제도권 금융과 디지털자산 시장이 융합되는 시점에 맞춰 핵심 인프라와 기술적 파트너십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라며 “전통 금융사의 리스크 관리·상품 설계 역량과 거래소의 블록체인 기술력·유동성이 결합하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자산 토큰화, 디지털자산 수탁(커스터디)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한 전략적 투자 성격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