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유튜버 낙상 논란, 이슈 대신 대안 남겨야 한다

입력 2026-09-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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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명 유튜버가 열차에서 휠체어 리프트로 내려오다 넘어진 사고 이후, 논란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 CCTV 공개를 문제 삼는 여론이 거세지더니, 커뮤니티나 SNS를 베껴서 쓴 듯한 그를 겨냥한 단독보도와 유튜브,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이 줄을 잇는다. 정작 사고 당사자를 향한 공격만 쌓일 뿐, 재발 방지를 위한 논의는 거의 없다.

이 유튜버의 문제 제기 방식(CCTV 공개)은 적절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휠체어 이용자의 낙상 안전 이슈 자체는 중요하다. 방식에 대한 비판이 안전 문제 자체를 덮어버리는 순간 무엇이 남는가.

장애인 이동권, 선의에 기대선 ‘한계’

이 와중에 방송에 나온 비전문가의 잘못된 발언까지 더해지며 혼란이 커졌다. JTBC ‘사건반장’에 출연한 한 변호사는 이 유튜버가 안전벨트를 안 맸고, 휠체어를 앞으로(진행 방향으로) 내려온 것 자체가 안전수칙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휠체어 이용자와 관련 전문가들은 이 지적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열차 승하차용 수직형 리프트는 오를 때든 내릴 때든 반드시 진행 방향을 보고 타야 한다. 경사판이 제대로 펼쳐졌는지, 보조자의 손이나 발이 바퀴에 걸리진 않는지 눈으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전벨트도 의무 사항이 아니다. 오히려 전복 시 몸이 벨트에 묶여 있으면 휠체어에 깔리는 더 큰 위험이 생길 수 있다. “어느 방향으로 내려와도 안 넘어지게 만드는 게 설계이고, 한 방향으로만 내려오라는 건 설계의 실패를 이용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는 지적이 뼈아프다.

이번 사고는 보조자가 경사판을 발로 누르다가 휠체어에 발이 걸리며 벌어졌다. 그렇다면 결론은 ‘발을 올리는 건 선의의 도움이니 비난하면 안 된다’가 아니라, ‘발로 누르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고정되는 장치를 만들자’가 되어야 하지 않나? 도움을 주는 사람의 선의나 기술에 기대어 안전을 해결하려는 방식은 결국 그 선의가 서툴게 발휘되는 순간 사고로 이어진다. 단순한 매너의 문제가 아니다.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특별한 호의 없이도 안전하게 이용할 이동권의 문제다. 선의에 기대는 시스템은 결국 그 권리를 시혜로 되돌려놓는다.

언론과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문제도 짚어야 한다. 전문가도 아닌 사람의 발언이 방송에서 여론을 흔들고, 기관사 댓글 한 줄이 마치 공식 입장인 것처럼 옮겨지고, 맥락과 다른 감정적 댓글을 갖고와 크게 떠들어댄다. 소셜미디어에 떠도는 반응을 얄팍하게 긁어 기사로 옮기고, 자극적인 제목의 어그로성 영상을 만드는 관행부터 멈춰야 한다.

재발 방지 위한 ‘안전한 개선’이 본질

단순한 취재, 콘텐츠 윤리 차원의 문제만이 아니다. 지난 8월 메타는 소셜미디어 중독 소송과 관련해 미국 여러 주와 최대 170억~180억달러 규모의 합의를 했다. 이는 1990년대 담배 소송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소비자보호 합의로 평가된다. 주 정부들은 메타가 플랫폼을 의도적으로 중독되도록 설계하고 그 위험성을 대중에게 숨겼다고 주장했고, 메타는 10대 이용자에 대한 야간 이용 제한과 하루 이용 시간 제한 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담배 회사가 니코틴의 중독성을 알면서도 숨겼듯, 소셜미디어 기업도 자극적 콘텐츠가 체류 시간과 참여를 늘린다는 걸 알면서 설계해 왔다는 것이다. 언론이나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이런 자극적 반응을 그대로 퍼 나르는 것은 담배 회사가 만든 중독성 제품을 그대로 유통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번 사건이 남겨야 할 건 누구나 발이 걸리지 않고 안전하게 기차로 이동할 수 있는 건설적 논의, 구체적인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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