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지·車대출 금리 상승…가계 소비 압박
AI 회사채 쏟아져…국채와 투자자금 경쟁
고성장 기술주 직격탄…“이미 위험 구간”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국 국채 금리는 이날 동시다발로 올라 장기 고점을 새로 찍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 4.8%에 육박하며 19개월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도 2011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같은 만기의 영국과 프랑스 국채 금리 역시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2일 장중 3%를 웃돌며 30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동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와 주요국의 재정 부담, 중앙은행의 추가 긴축 전망이 겹치면서 글로벌 장기 국채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여기에 데이터센터와 AI 투자를 위한 기술기업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까지 투자자금을 빨아들이며 채권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미히엘 투커 ING 수석 금리 애널리스트는 “경제 성장과 정부 재정적자 확대, 채권 발행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실질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쉬운 반전은 없을 것”이라며 “누군가 이 거래의 반대편(금리가 하락할 것이라고 베팅하는 쪽)을 맡을지 묻는다면 그 답을 찾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가장 먼저 충격을 받는 곳은 가계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주택저당증권(MBS) 금리와 함께 움직여 모기지 금리의 기준 역할을 한다. 금리가 오르면 같은 금액을 매달 상환하더라도 주택 구매자가 빌릴 수 있는 돈은 줄어든다. 기존에 저금리 모기지를 받은 집주인들의 이사도 가로막아 주택 매매와 건설, 관련 소비를 위축시킨다.
신규 자동차 대출 등 고정금리 소비자 대출금리도 금융회사의 조달 비용 상승에 따라 점차 비싸진다. 기존 고정금리 대출자는 당장 영향을 덜 받지만 대출을 새로 받거나 갈아탈 때 부담이 커진다. 변동금리 부채를 보유한 가계는 충격을 더 빨리 체감한다. 신용카드 금리는 장기 국채금리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와 밀접하지만 긴축 장기화 전망이 강해질수록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증시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투자자가 미래에 벌어들일 기업 이익의 현재가치가 낮아지게 되는데 이는 특히 고성장 기술주에 큰 위험 요인이 된다. 안정적인 이자를 주는 채권의 매력까지 높아져 증시에서 채권으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도 커진다.
이에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이날 0.79%, S&P500지수는 0.71%, 나스닥지수는 1.03% 각각 하락했다. 주식시장은 그동안 채권 매도세를 비교적 잘 버텨왔지만 장기금리 상승이 지속되면 AI 열풍으로 고평가된 종목부터 조정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MUFG의 글로벌 시장 리서치 유럽 총괄인 데릭 할페니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우리는 이미 위험 구간에 들어섰다”면서 “금리가 높아질수록 주식 시장의 급격한 조정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변효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