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총지출 1000조 시대…'반도체 특수'에 건 확장재정[2027예산]

입력 2026-09-0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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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총지출 1005.2조…26~30년 연평균 8.4%↑
2030년 국가채무 1734.1조…GDP 대비로는 49.0%
28년부터 지출증가율 축소…확대된 모수·복지는 부담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정부가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불어난 세수를 토대로 재정 몸집을 빠르게 키운다. 내년 820조9000억원 규모인 총지출은 2030년 1005조2000억원으로 처음 1000조원을 넘어선다. 정부는 확장재정 성과가 기대되는 2028년부터 총지출 증가율을 점차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기초생활보장급여·아동수당 등 한번 늘리면 되돌리기 어려운 복지 지출의 기준선 자체가 크게 높아지는 만큼 이번 '반도체 특수'가 꺾였을 때 재정 부담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총지출은 820조9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2.8% 증가한다. 2028년 894조6000억원, 2029년 957조4000억원을 거쳐 2030년 1005조2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돌파한다. 연평균 증가율은 8.4%다. 올해 26조원 규모의 중동전쟁 추경에 따른 올해 총지출 증가율(11.8%)을 반영하면 연평균 증가율은 9.1%까지 오른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의 연평균 총지출 증가율(5.5%)을 감안하면 그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국가채무도 빠르게 늘어난다. 올해 본예산 기준 1413조8000억원에서 내년 1519조8000억원, 2028년 1600조3000억원, 2029년 1659조1000억원, 2030년 1734조1000억원이다. 역대급 세수 호황에도 나랏빚은 4년간 320조원 넘게 불어난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51.6%에서 내년 48.3%로 낮아진 뒤 2028년 48.9%, 2029년 48.8%, 2030년 49.0%에 머문다. 실질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올해 GDP 대비 3.9%에서 내년 0.1%로 대폭 개선되고 2028년 1.5%, 2029년 2.5%, 2030년 2.9%까지 재정준칙 기준인 3% 미만을 유지한다.

이처럼 국가채무비율과 관리재정수지가 큰 폭으로 개선되는 배경에는 반도체 초호황이 있다. 국세수입은 반도체 특수에 힘입어 올해 390조2000억원에서 내년 584조4000억원으로 194조2000억원 급증하고, 내년 606조7000억원, 2029년 625조5000억원, 2030년 644조8000억원 걷힐 것으로 봤다. 연평균 증가율은 13.4%다.

정부도 반도체 호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조용범 기획예산처 차관은 지난달 관련 브리핑에서 "지금의 반도체 세수가 계속된다고 전제할 수 없고 2028년부터는 국세수입 증가율이 3% 정도일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며 "그래서 총지출 증가율도 2028년 9%, 2029년 7%, 2030년 5% 수준으로 연착륙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증가율을 점진적으로 낮춰도 이미 커진 모수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내년 총지출만 820조9000억원으로 이듬해 전망치(9%)를 반영하면 2028년 총지출 규모가 74조원 증가한다. 총지출 증가율 5%로 맞춘 2030년도 증가액 자체는 50조원에 육박한다.

문제는 지출을 계획대로 줄일 수 있느냐다.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연금·의료 등 의무지출은 2026~2030년 연평균 8.5% 증가한다. 재량지출도 연평균 8.3% 늘어난다. 정부도 저출산·고령화 등 복지지출 증가, 국채이자 부담 등으로 의무지출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수 호황기에 벌인 사업이 계속사업으로 굳어질 경우 세입 증가세가 둔화된 이후 재정적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특히 복지 분야는 이러한 부담이 더욱 두드러진다. 올해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264조4000억원에서 내년 289조원으로 9.3% 뛰고 2030년에는 352조5000억원에 달한다. 4년 사이 약 88조원이 증가한다.

기초생활보장 4대 급여 예산은 올해 22조4000억원에서 내년 27조1000억원으로 4조7000억원 증가한다. 기준중위소득을 역대 최대 폭인 6.7% 올린 영향이다. 내년부터 아동기본수당을 도입해 기존 0~8세·월 10만~13만원 지원에서 0~12세·월 20~30만원, 0~1세 가정양육 시 30만원 추가 등 지원 금액·기간을 대폭 상향 조정했다. 정부 계산상 혼인·출산·양육 시 아동 1명당 받을 수 있는 지원 총액은 기존 3690만~4298만원에서 4940만~7500만원으로 늘어난다.

청년 목돈 마련 지원을 위한 청년미래적금은 '연소득 7500만원 이하'라는 가입 요건을 없애면서 예산을 7000억원에서 1조7000억원으로 확대했다. 청년월세지원도 소득요건을 기준중위 60%에서 100%로 확대하며 예산을 1300억원에서 2319억원으로 늘렸다. 복지 대상과규모를 일단 한번 넓히면 향후 재정여력 부족 등으로 축소해야 할 경우 수혜자의 반발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조정이 쉽지 않다.

결국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반도체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꺾이거나 내년 성장 투자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지금의 풍족한 세수가 향후 재정지출 부담을 높이는 결과로 뒤바뀔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최근 10년 내국세 추세선을 웃도는 추가세수 등으로 적립된 104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 여유자금으로 세수 변동성 및 신규 재정수요에 대응하고 고강도 지출구조조정도 병행하며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가 세수를 다시 늘리는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 등 구조적 지출이 이미 커진 상태에서는 경기 둔화기에 재량지출을 훨씬 더 강하게 줄이거나 적자를 늘려야 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일시적일 수 있는 세수 호황기에 2030년 1700조원을 넘어서는 국가채무를 더욱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정부는 국채시장 혼란을 이유로 들었다.

박창환 기획처 예산총괄심의관은 "내년 국고채 발행 물량이 221조8000억원인데 104조원을 전부 국가채무를 줄이는 데 썼다면 100조원대로 내려가 시장 자체가 형성이 안 된다"며 "104조원을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하지 않고 일반회계에 넣었다면 지출 증가율이 27%가 넘어서 중기 총량 관리에 엄청난 후폭풍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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