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전격 사퇴했다. 취임 15개월 만이다. 경제부총리와 국토교통부 장관을 바꾼 지 하루 만에 김 실장까지 물러나면서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는 사실상 새 판을 짜게 됐다. 금융시장과 부동산·세제를 둘러싼 잇단 혼선 속에 경제라인 핵심 인사들이 한꺼번에 교체되며 집권 2년 차 경제·민생 기조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1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김 실장이 어제 사의를 표명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오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사의 표명 배경과 후임 인선에 대해서는 별도의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정치권과 관가에서는 최근 금융·부동산·세제 분야에서 불거진 논란이 김 실장의 거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대통령실의 정책 조율을 총괄해온 만큼 주요 경제 현안을 둘러싼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금융시장 불안과 여론 악화가 대표적인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이후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개인투자자 피해 우려가 확산하면서 정책 설계와 조율 과정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됐다. 야권도 정책 도입 과정에 관여한 김 실장을 경제정책 실패의 핵심 책임자로 지목해왔다.
부동산 시장 불안과 세제 개편을 둘러싼 혼선까지 겹쳤다. 집값과 세 부담 등 국민 체감도가 높은 현안에서 잡음이 이어지면서 비판의 화살이 경제부처를 넘어 대통령실의 정책 조정 기능으로 향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 하락도 여권의 쇄신 압력을 키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리얼미터가 전날 발표한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38.9%로 취임 후 처음 30%대로 내려앉았다.
특히 김 실장의 사퇴 시점이 눈길을 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중폭 개각을 단행하면서 김 실장을 유임했지만 바로 다음 날 사의를 표명했다. 개각 직후 야권에서는 경제·민생 정책 혼선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김 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정책라인까지 쇄신해야 한다는 압박을 쏟아냈다.
결국 경제부처 수장에 이어 대통령의 핵심 경제참모까지 교체되면서 이 대통령의 집권 2년 차 인적 쇄신의 범위가 대통령실로 확대되는 모양새가 됐다.
김 실장의 퇴진은 이재명 정부의 집권 2년 차 경제 운영의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새 경제부총리와 국토부 장관에 이어 누가 정책실장으로 발탁되느냐에 따라 금융과 부동산, 세제를 아우르는 정책 방향과 조율 방식도 달라질 수 있어 국정 동력 회복 여부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