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진투자증권은 1일 미국의 베네수엘라 원유 개발 계약이 단기간 글로벌 원유 공급을 크게 늘리기는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 미국 정유사의 원가 경쟁력과 정제마진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베네수엘라산 중질·고유황 원유 공급이 늘어나면 코커와 탈황설비를 갖춘 미국 걸프 지역 정유사가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유진투자증권 ‘정유화학-베네수엘라의 650억배럴 원유 선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확인 원유 매장량 650억배럴을 개발하는 계약을 발표했다. 미국은 해당 원유를 활용해 전략비축유(SPR)도 보충할 계획이다.
현재 미국 SPR 재고는 2억9000만배럴로 승인 저장용량 7억1000만배럴의 41% 수준이다. 추가로 확보해야 할 물량은 약 4억2000만배럴에 달한다.
다만 이번 계약 대상인 650억배럴은 당장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재고가 아니라 17개 유전에 매장된 확인 매장량이다. 현재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량은 하루 125만배럴이며 이번 협력의 1차 목표도 하루 150만배럴 이상으로 확대하는 수준이다.
노후 유정과 파이프라인, 수출설비를 복구하려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만큼 단기간 글로벌 원유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생산량이 하루 25만배럴 늘더라도 일부 물량을 SPR에 투입하면 시장에 공급되는 순증 물량은 더 줄어든다.
반면 장기적으로는 미국 자본 투입에 따른 생산 정상화가 국제유가 상단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베네수엘라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를 추진할 경우 산유국 카르텔의 결속력이 약해지면서 글로벌 증산 기조가 강화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정제마진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예상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는 주로 초중질·고유황 원유로 코커와 탈황설비를 갖춘 정유사에 적합하다. 베네수엘라산 원유 유입이 늘어난 이후 캐나다 서부유(WCS) 등 중질유 가격이 하락했고 코커 마진은 전년 동기보다 30% 이상 상승했다.
이에 따라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 정상화는 미국 정유사 입장에서 원료 조달처 확대와 중질유 할인으로 연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미국 정유사 가동률과 석유제품 수출이 늘어나면 중장기적으로 휘발유와 경유 공급이 확대돼 글로벌 석유제품 마진에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지난주 주요 제품 가격은 대부분 약세를 나타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3.2% 하락했고 휘발유는 1.7%, 등유는 5.7%, 경유는 6.6% 내렸다. 화학 제품 가운데서는 부타디엔이 5.4% 상승한 반면 테레프탈산(TPA)은 3.0%, 파라자일렌(PX)은 2.8%, 에틸렌은 2.0% 하락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계약은 단기 원유 시황에 미치는 영향보다 장기적으로 미국 걸프 정유사의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요인”이라며 “베네수엘라의 OPEC 탈퇴 가능성까지 현실화한다면 글로벌 원유 수급 구조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