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국제학교 2028년 개교…학생 감소는 과제
신화역사공원 숙박·테마파크·카지노 기본 틀 완성
첨단단지 고용 3701명·총생산 8조7000억원
면세점 매출 6000억대→3900억…재원 확보 관건

서승모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경영기획본부장 직무대리는 27일 JDC 국토부기자단 프레스투어에서 이같이 말했다. JDC는 제주를 국제자유도시로 개발하기 위해 2002년 설립된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이다. 영어교육도시와 첨단과학기술단지, 신화역사공원 등 제주 핵심 개발사업을 맡고 있다. 제주공항과 제주항에서 운영하는 지정면세점 수익을 주요 재원으로 활용하는 점도 특징이다.
올해로 설립 25년 차를 맞은 JDC 현장에는 20여 년간 축적한 성과가 자리했다. 학교를 중심으로 도시가 생겼고 첨단기업과 대규모 관광시설이 들어섰다. 이제는 이곳에 유치한 학생과 기업, 관광객이 오래 머물도록 사업의 완성도를 높이는 단계다.

27일 찾은 서귀포시 대정읍 제주영어교육도시 내 브랭섬홀 아시아(BHA). 둥근 형태의 학교 건물 앞에는 운동장이 펼쳐졌고 주변에는 기숙사와 주택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학교 하나만 들어선 풍경이라기보다 교육시설을 중심으로 새로운 마을이 만들어진 모습에 가까웠다.
이곳에 재학 중인 A양은 제주에서의 학교생활을 ‘집중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표현했다. A양은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영어로 수업을 듣고 국제바칼로레아(IB) 과정을 밟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다만 교육환경만큼 비용의 문턱도 높다. 2026~2027학년도 학비는 달러당 1400원을 적용하면 연간 약 4200만~5100만원이다. 전일제 기숙사비까지 더하면 고학년은 1년에 7000만원 넘게 부담해야 한다. 식비와 교통비, 교복비 등은 별도다. 해외로 떠나지 않는 유학이지만 결코 가벼운 선택은 아니다.

BHA는 제주영어교육도시를 채운 국제학교 4곳 가운데 하나다. 약 379만㎡ 부지에는 BHA를 비롯해 NLCS 제주와 SJA 제주, KIS 제주가 운영되고 있다. 영어교육도시 조성 이후 대정읍 인구는 2010년 1만6934명에서 지난해 2만1621명으로 늘었다. 학생과 가족이 제주로 이동하면서 학교를 중심으로 주거와 소비 수요도 생겨났다. JDC는 영어교육도시 조성에 따른 누적 유학수지 절감액을 약 1조5828억원으로 추산한다.
교육도시는 다시 한번 외연을 넓히고 있다. 지난 4월에는 63개 학급, 정원 1354명 규모의 다섯 번째 국제학교 풀턴 사이언스 아카데미 애서튼(FSAA)이 공사를 시작했다. 과학·기술·공학·수학 중심의 교육과정을 앞세워 2028년 8월 문을 열 예정이다.
성과 뒤에는 학생 감소라는 고민도 남아 있다. 영어교육도시 내 국제학교 학생 수는 2023년 4868명에서 지난해 4133명으로 2년 만에 15.1% 줄었다. 천구 JDC 교육문화처장은 “학령인구 감소가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라며 “나머지 여섯 번째, 일곱 번째 학교는 언제 개교할지 아직 명확하게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름만 보면 제주 설화를 소재로 한 테마파크가 먼저 떠오르지만 신화역사공원은 세계의 신화와 문화를 한데 모은 복합관광단지다. A지구는 세계 신화, R지구는 동양의 역사·문화, H지구는 유럽풍 식음·휴양문화, J지구는 제주의 신화와 역사를 각각 주제로 삼는다. 서귀포시 안덕면 일대 약 399만㎡에 총사업비 4조393억원이 투입되며 현재 사업 진척률은 약 76%다.
A·R·H지구 개발은 홍콩계 란딩인터내셔널이 투자한 람정제주개발이 맡았다. 2015년 건축공사를 시작해 테마파크와 호텔, 콘도, 컨벤션시설 등을 조성했다. 복합리조트 안에는 2018년 문을 연 외국인 전용 랜딩카지노도 운영되고 있다.
중국계 자본은 대규모 관광시설을 조성하는 동력이 됐지만 한중 관계에 따라 사업환경이 흔들리는 한계도 드러냈다. 사드 사태 이후 중국인 관광 수요와 투자 여건이 악화되면서 정치적 변수에 민감한 사업 구조가 부각됐다. 그럼에도 숙박과 테마파크, 카지노가 운영 단계에 들어서며 복합관광단지의 기본 틀은 갖춰졌다. JDC가 직접 운영하는 제주항공우주박물관도 2014년 개관 이후 누적 방문객 344만 명을 기록했다.
남은 사업의 핵심은 JDC가 직접 추진하는 약 27만㎡ 규모의 J지구다. 당초 놀이시설 중심의 테마파크로 계획했지만 인접한 A지구와 기능이 겹치고 관광 수요가 달라지면서 사업 방향을 수정했다.
새 계획은 놀이기구 대신 휴식과 문화·예술을 앞세운다. 미래공원과 복합문화시설, 아트콤플렉스를 단계적으로 조성해 2029년 12월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JDC는 2027년 2월 착공을 목표로 인허가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다음 날 찾은 제주시 아라동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에는 카카오와 이스트소프트 등 기업 로고가 붙은 연구·업무시설이 이어졌다. 제주혁신성장센터 안에는 입주기업 사무실과 미래 모빌리티 연구공간 ‘EV-LAB’, 시제품 제작을 돕는 메이커스페이스가 자리 잡았다. 관광과 1차 산업으로 익숙한 제주에서 만난 또 다른 산업 풍경이었다.
약 109만㎡ 규모의 1단지는 2010년 조성을 마친 국가산업단지다. 카카오와 제주반도체,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등 IT·반도체·항공우주 기업이 들어서면서 지난해 고용인원은 3701명, 단지 내 총생산액은 약 8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분양은 대부분 끝났고 JDC가 보유한 임대공간도 모두 입주가 완료됐다.
추가 입주 수요를 받아들이기 위해 JDC는 인근 제주시 월평동에 제2첨단과학기술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약 85만5000㎡ 부지에 총사업비 4278억원을 투입해 IT와 생명공학(BT), 문화콘텐츠(CT), 연구개발 기업과 기관을 유치할 계획이다. 2024년 5월 시작한 부지 조성공사는 2028년 8월 준공이 목표다.
1단지에서 쌓은 창업 지원 경험은 2단지의 밑바탕이 된다. 제주혁신성장센터를 거쳐 간 기업과 기관은 누적 207곳으로, 1007개의 일자리와 3438억1000만원의 투자 유치 성과를 냈다. 2단지가 완성되면 창업과 성장, 연구개발을 연결할 공간도 한층 넓어진다.
관건은 기업용지를 늘리는 것을 넘어 청년이 머무는 산업단지를 만드는 일이다. 제주 인구에서 청년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1년 26.8%에서 지난해 23.9%로 낮아졌다. 입주기업은 청년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근로자들은 문화·편의시설 부족을 지적한다. 2단지에는 일자리와 함께 청년이 생활하고 정착할 기반도 채워져야 한다.

2단지 건설과 신화역사공원 후속 사업 등을 이어갈 주요 재원 중 하나는 지정면세점 수익이다. 하지만 면세점 매출은 2022년 6000억원대에서 지난해 약 3900억원으로 감소했다. 추진 중인 사업을 계획대로 마무리하려면 수익 기반을 회복하는 일도 과제다.
서 본부장은 “지난 25년간 국제학교와 첨단기업을 유치하고 관광 인프라를 확충하며 제주국제자유도시의 기반을 닦았다”며 “앞으로는 안정적인 재원을 바탕으로 남은 사업을 완성하고 학생과 청년·기업·관광객이 제주를 찾고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