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이 중국발 공급과잉·가격 경쟁 심화에 대응해 배터리 산업전략을 셀 생산에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 등에 필요한 전원 시스템으로 확장했다.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범용 배터리보다 안전·출력·신뢰성 등 기술경쟁력이 중요한 고부가가치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구상으로, 한국에는 보급·차세대 배터리, 신규 전원시장 등을 중심으로 일본과 공급망협력을 넓힐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발표한 '일본 배터리·전원산업전략 개정의 주요 내용 및 시사점'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올해 6월 기존 '배터리산업전략'을 '배터리·전원산업전략'으로 개정했다. 중국의 배터리 과잉공급, 글로벌 수요 불확실성 확대와 함께 AI데이터센터 등 새로운 배터리 수요가 맞물린 영향이다.
일본의 전략 변화는 한국 배터리 업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본계 기업의 글로벌 차량용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2015년 51.7%에서 2022년 8.5%로 떨어졌지만 한국은 같은 기간 14.4%에서 26.2%로 높아졌다. 중국은 60.9%까지 점유율을 높이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은 중국과 정면으로 가격경쟁을 벌이기보다 고출력·고안전성 기술을 새 수요처에 접목하기로 했다. 배터리 셀뿐 아니라 전력 저장·공급·변환·제어장치와 소프트웨어까지 결합한 종합적인 에너지 저장 솔루션을 육성하는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경쟁·협력 요인이 동시에 커진다. AI데이터센터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로봇·드론 등 신규 배터리 수요가 창출되는 시장에서는 한일 기업이 고부가 전원 시스템을 놓고 경쟁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반면 일본은 리튬인산철(LFP) 등 대규모 보급형 배터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제조기반 구축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전원 시스템과 고부가 응용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더라도 이를 범용 배터리 시장의 경쟁력 회복으로 확장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한일 모두 특정국에 대한 과도한 공급망 의존을 줄이는 것을 정책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핵심광물·소재와 차세대 배터리에서 상호 보완적 협력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KIEP는 "일본의 보급형 배터리 공급기반 공백은 향후 보급형·차세대 배터리 및 관련 소재 분야에서 한일 공급망의 상호 보완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