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7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했다. 지금까지 기준금리 연속 인상이 대부분 금융위기 등 긴박한 상황 속에서만 이뤄졌단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정이다. 견조한 성장률과 고물가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빠르게 늘어나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중앙은행의 강력한 의지 표명으로 해석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7일 오전 서울 중구 본점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전월보다 0.25%포인트(p) 높인 3.00%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회의는 신현송 총재와 권민수 신임 부총재를 비롯한 금통위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회의 결과 7명의 금통위원 중 6명이 인상 의견을 냈고 1인(황건일 위원)의 동결 소수의견이 나왔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은 7월 이후 불과 한 달 만이다. 한은이 연속 금리 인상(백투백)에 나선 전례는 2007년 7~8월, 2021년 11~12월, 2022년 4월~2023년 1월 등 총 3차례에 불과하다. 가장 최근 연속 인상이 이뤄진 때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로, 당시 고물가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가파른 자이언트스텝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기준금리는 2025년 2월 이후 1년 6개월 만에 다시 3%대에 진입했다.
한은이 이처럼 강도높은 통화정책 기조를 결정한 핵심 배경으로는 물가 상방압력 확대가 꼽힌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과 6월 연달아 3%대를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2.8%로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한은 목표 수준(2.0%)을 크게 웃돈다. 특히 신 총재가 수 차례 거론한 7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가 2.6%로 전월(2.5%)보다 상승했다. 반도체에 기반한 견조한 경제성장률 역시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신 총재는 "일시적인 가격 변동을 제외한 지표인 근원물가가 오를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장기화될 수 있다"면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처럼 늦게 대응할수록 비용이 커진다"며 선제적 통화정책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실제 한은은 이날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해와 내년 근원물가 전망치를 각각 2.5%로 상향했다. 올해 2월 2.3%였던 연 근원물가 전망치를 5월(2.4%)에 이어 재차 높여 잡은 것이다.
이에 더해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하는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확산세도 금리 인상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놨다. 신 총재는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이 두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가며 가계 차입(레버리지) 수요를 자극하고 있는 점이 금융안정 불안요인"이라며 "기준금리만으로 집값을 잡기는 어렵지만 선제적인 금리 인상은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를 완화하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추가 긴축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이르면 올해 4분기, 늦어도 내년 1분기에 추가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향후 6개월 뒤 금리 수준을 보여주는 통방위원들의 점도표에도 3.25%(10개)와 3.5%(6개)에 가장 많은 점이 찍혔다. 신 총재 역시 "향후 6개월 시계의 통화정책 기조가 점도표에 함축돼 있다"면서 "10월 금통위 전까지 추가 인상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소비자물가와 2분기 GDP 잠정치, 경제심리지수와 소득개선 파급효과 등을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