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이요? 제가요? 왜요? 대학생 '한숨' [이슈크래커]

입력 2026-08-2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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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개강이라고?

네, 가을학기 개강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애써 현실을 부정해보지만,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 어느덧 개강을 앞두게 되었는데요. 실패한 수강 신청을 만회하기 위한 수강 정정부터 미뤄둔 자격증 공부, 자취방 마련, 기숙사 입사, 교재 준비까지 챙겨야 할 일이 산더미입니다.

그중에서도 대학생들을 가장 무겁게 짓누르는 건 단연 생활비입니다. 월세와 관리비는 물론 식비ㆍ교통비ㆍ교재비까지 줄줄이 오르면서 새 학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통장 잔액부터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죠. 방학 동안 잠시 잊고 지냈던 지출이 한꺼번에 돌아온 셈인데요. 설렘보다 부담이 앞서는 요즘 대학가, 개강과 함께 다시 찾아온 ‘캠퍼스플레이션’의 현실을 살펴봤습니다.


자취방 구하기, 이렇게 힘들었나요

▲12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 부근 건물에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12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 부근 건물에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서울 주요 10개 대학가 원룸의 평균 월세는 62만5000원으로 집계됐는데요. 지난해 같은 달(58만1000원)보다 7.7%나 오른 수치입니다. 여기에 관리비까지 더하면 부담은 더 커지죠. 평균 관리비는 8만4000원으로, 1년 새 무려 10.9% 상승했습니다. 월세와 관리비를 단순히 합산하면 월 70만9000원, 보증금 1000만원은 별도라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자취를 꿈꾸는 새내기들에게는 그야말로 '넘사벽'인 셈이죠. 1학기 개강 전인 1월(월세 62만2000원, 관리비 8만2000원)과 비교해도 월세는 3000원, 관리비는 2000원 더 올랐습니다. 상승세가 도무지 꺾일 줄을 모르는 것이죠.

대학별로 비교해보면 온도 차가 꽤 뚜렷합니다. 상승률 1위는 단연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서울대 인근인데요. 평균 월세가 지난해 42만3000원에서 올해 53만3000원으로 무려 26.0%나 뛰었습니다.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 인근은 58만2000원에서 67만원으로 15.1%,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인근은 61만 4000원에서 67만 8000원으로 10.4% 올랐고요. 서울 동작구 중앙대 인근(47만7000원→52만2000원, 9.4%), 서울 성동구 한양대 인근(57만 5000원→62만8000원, 9.2%)도 상승 폭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10개 대학 중 유일하게 월세가 내려간 곳은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인근으로, 57만6000원에서 55만원으로 4.5% 하락했습니다.

관리비만 놓고 보면 중앙대 인근의 상승 폭이 가장 높았습니다. 지난해 7만6000원에서 올해 10만2000원으로 34.2%나 뛰었거든요. 서울대 인근(7만8000원→9만1000원, 16.7%), 한양대 인근(7만 원→8만1000원, 15.7%)도 관리비 부담이 크게 늘었습니다. 월세와 관리비를 합쳐 가장 비싼 곳은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이었는데요. 평균 월세 76만7000원에 관리비 10만3000원, 합산하면 87만원에 달해 10개 대학가 중 가장 높은 주거비 부담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흐름은 다른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올해 6월 서울의 월세통합가격지수(보증금과 월세 가격 변동을 종합해 산출하는 주택 월세 가격의 변화 측정 지표)는 103.35로, 집계를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서울대 관악캠퍼스ㆍ고려대 안암캠퍼스 등 대학가 인근 월세 원룸 매물은 각각 수백 곳에 달할 정도로 물량 자체는 적지 않은데요. 정작 학생들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대의 방은 찾기 어렵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진단입니다.

실제로 개강을 2주 앞둔 시점에도 서울 성북구 등 일부 대학가에서는 '방 있습니다' 전단이 붙은 공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하는데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8월이면 빈방을 구하기 어려웠던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입니다. 가격은 오르는데 정작 학생들의 지불 능력은 그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다는 방증인 것이죠.

기숙사는 하늘의 별 따기, 결국 향하는 곳은 고시원ㆍ하숙

▲기숙사. (사진=AI 생성)
▲기숙사. (사진=AI 생성)

"그럼 기숙사 가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한국사학진흥재단 대학재정알리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서울ㆍ경기ㆍ인천)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15.67%에 불과했거든요. 열 명 중 여덟 명 이상은 기숙사 문턱도 못 넘고 원룸촌으로 밀려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원룸조차 부담스러워진 학생들이 '고시원'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서울시 자료를 보면 서울 시내 고시원수는 2020년 5741곳에서 2024년 5115곳까지 매년 꾸준히 줄어들다가, 지난해 5180곳으로 5년 만에 처음 반등했습니다. 특히 원룸 시세가 최고 수준인 신촌권(서대문구 창천동ㆍ대현동, 마포구 노고산동)은 2022년 114곳에서 지난해 121곳으로 3년 새 6.1% 늘었고요. 관악구 신림동 등 다른 대학가에서도 고시원 11곳 가운데 10곳이 이미 7월 말에 만실이 됐을 정도입니다. 개강을 두 달이나 앞두고 예약을 해야 겨우 방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인 거죠.

다수의 부동산 플랫폼에 올라와있는 가격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신촌 일대 고시텔은 보증금 10만~100만원에 월세 20만~80만원대로 형성돼 있는데요. 창이 없는 방은 월세가 20만원 선까지 내려가지만, 창이 있고 리모델링이 된 쾌적한 방은 80만원대까지 치솟기도 합니다. 보증금 부담이 거의 없다는 점 덕분에 목돈 마련이 어려운 학생들 사이에서 사실상 유일한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죠.

고시원 외에 '하숙'을 택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배서연(23) 씨는 기숙사 입사를 신청했지만 선발되지 않자 원룸 대신 하숙집으로 눈을 돌렸는데요. 배 씨는 "자취 비용이 부담 돼 다른 방법을 알아보다가 하숙집을 구했다"며 "아침과 저녁 식사가 제공되고 방도 마음에 들어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배 씨가 지낸 방은 보증금 10만원에 월세 50만원이었습니다. 그는 "방이 비교적 넓고 집주인께서도 잘해주셔서 만족스럽게 생활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이런 흐름 속에서 정부가 내놓은 대안은 오히려 논란을 낳기도 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12일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해 안전과 무관한 기준을 개선하겠다"며 고시원 개별실에 욕조 설치를 허용하고 책상 설치 의무는 폐지하는 내용의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는데요. "고시원을 '살고 싶은 집'이 아니라 '잠시 버티는 공간'으로 인정하면서도, 정작 문제의 본질(주거비 부담)은 회피하고 있다"는 청년층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결국 국토부는 해당 규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죠.

식비ㆍ교통비ㆍ교재비⋯새는 돈이 한두 푼이 아니다

(사진=AI 생성)
(사진=AI 생성)

주거비만 문제가 아닙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월평균 지출액은 68만1000원으로, 2021년(58만3000원)보다 16% 넘게 늘어났는데요. 지출 항목 중에서는 식비가 32.0%, 교통비가 15.5%를 차지해 두 항목만 합쳐도 전체 지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합니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 조사에서는 대학생의 월평균 용돈ㆍ생활비가 69만 원으로 나타났고요. 거주 형태별로 보면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는 학생은 68만원, 자취생은 73만원으로 나타나 주거비를 직접 부담하는 학생일수록 지출 규모가 더 컸습니다.

거주 형태에 따라 체감하는 부담의 '결'도 다른데요. 자취생은 월세ㆍ관리비ㆍ공과금 상승에 외식 물가 부담까지 겹치는 반면, 기숙사를 노리는 학생들은 앞서 살펴본 15.67%라는 낮은 수용률 탓에 바늘구멍 같은 입사 경쟁을 뚫어야 하죠.

여기에 또 하나, 잊으면 섭섭한 지출이 있습니다. 바로 교재비인데요. 대학 교재는 한 권에 3~5만원이 훌쩍 넘고, 일부 학과의 경우 10만원을 넘기도 합니다. 등록금이나 기숙사비와 달리 책의 정가는 대학 유형과 무관하게 동일하다는 점도 특징이죠. 책값이 비싼 이유로는 빠르게 바뀌는 학문 트렌드를 반영하고 중고 서적 유통을 막기 위한 잦은 개정판 발행과 교수들에게 배포하는 무료 서평용 도서 비용의 간접 전가, 교재 선정에 대한 개별 교수의 전적인 결정권 등이 꼽힙니다.

이렇게 비싼 책값은 결국 저작권 침해라는 부작용으로도 이어집니다. 대학생활 플랫폼 에브리타임을 통해 대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업 교재로 불법 스캔본ㆍPDF 파일을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종이책 가격이 비싸서'(66%)였는데요. 이어 '공식 전자책의 부재'(52.5%), '절판ㆍ해외 교재 등 접근성 문제'(31%), '부적절한 행위라는 인식 부족'(19%) 순이었습니다. 실제로 응답자의 68.5%가 수업에서 전자 스캔본이나 PDF 교재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요. 공유 경로로는 '친구나 지인에게 받음'(48.9%)이 가장 많았습니다. '직접 스캔'(38.7%), '인터넷 검색·다운로드'(33.6%), '온라인 유료 거래'(16.1%), '학교 앞 인쇄소 구매'(14.6%)가 그 뒤를 이었죠.

흥미로운 건 학생들 스스로도 이게 '문제'라는 걸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작권 침해 여부에 대한 인식을 묻자 '침해인 줄 알지만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는 응답이 64%로 가장 많았는데요. '침해라고 알고 있으며 바로잡아야 한다'는 24.5%, '침해인 줄 몰랐다'는 11.5%였습니다. 불법 공유ㆍ거래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는 '공식 디지털 교재 제공 서비스 확대'(83%)가 가장 많이 꼽혔고요. '전자책 대여 시스템 확대'(70%), '불법 PDF 판매자 처벌 강화'(23%), '저작권 인식 교육 강화'(16.5%), '저작권 법규 강화'(16.5%)가 뒤를 이었습니다. 응답자의 90.5%는 가격 할인이나 공식 자료 제공 등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있다면 공식 전자책을 구매ㆍ활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는데요. 근본적인 해법은 결국 '가격'에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정부도 나섰지만 '역부족'

▲2026학년도 2학기 2차 주거안정장학금 학생 신청 안내문. (사진제공=교육부)
▲2026학년도 2학기 2차 주거안정장학금 학생 신청 안내문. (사진제공=교육부)

정부와 지자체도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닙니다.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은 지난해 원거리 진학 기초ㆍ차상위계층 대학생을 대상으로 학기 중 월 최대 20만원을 지원하는 '주거안정장학금'을 신설했고요. 국토교통부의 청년 월세 지원 사업, 대중교통 요금 환급 제도인 'K-패스' 등도 함께 시행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지원 규모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인데요. 앞서 살펴봤듯 수도권 대학가의 평균 월세ㆍ관리비 합산액은 이미 70만9000원을 넘어섰고, 이화여대 인근처럼 87만원에 달하는 지역도 있습니다. 반면 지원금은 월 20만원 안팎에 그쳐, 실제 체감 부담을 상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죠.

월세는 치솟고 기숙사 자리는 턱없이 부족한 데다 대안으로 떠오른 고시원마저 만실 행렬을 이어가면서, 개강을 앞둔 대학생들의 주거ㆍ생활비 부담은 당분간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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