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배추 파문에 불똥튈라⋯식당가, 中김치 의존 딜레마

입력 2026-08-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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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배추 수입은 미미한데 수입김치는 사실상 중국산 독점
1~7월 19만t 넘어 역대 최대…음식점 절반가량 수입산 사용
국산의 절반 수준 가격에 외식업계 의존 고착…정부, 배추 검사 강화

▲중국 허베이성 캉바오현에서 배추 신선도 유지를 위해 WHO 지정 1군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 용액을 불법 사용한 사실이 확인돼 현지 당국이 수사에 착수했다. 중국의 한 블로거가 촬영한 영상. (연합뉴스)
▲중국 허베이성 캉바오현에서 배추 신선도 유지를 위해 WHO 지정 1군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 용액을 불법 사용한 사실이 확인돼 현지 당국이 수사에 착수했다. 중국의 한 블로거가 촬영한 영상. (연합뉴스)

중국에서 배추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1군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를 사용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소비자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문제가 된 배추가 한국에 들어왔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국내에서 소비되는 수입 김치의 사실상 전량이 중국산이기 때문이다. 외식업계도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한 원재룟값 상승과 물가 부담이 가중되며 국내산 김치는 엄두도 못내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기피현상이 커질 수 있어서다.

25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김치 수입량은 19만4403t(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늘었다.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다. 수입액도 1억2593만 달러로 16.3% 증가했다. 국내에 들어오는 수입 김치 가운데 중국산 비중은 약 99.9%에 달한다.

특히 중국산 김치는 식당가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김치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음식점업체 가운데 수입산 김치를 반찬으로 사용하는 비중은 40%를 웃돈다. 찌개나 볶음 등 조리용으로 범위를 넓히면 절반 안팎이 수입산을 사용한다.

서울 도심에서 백반집이나 고깃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에게 김치 원산지는 맛이나 선호의 문제만은 아니다. 원가와 직결된다. 시중 업소용 중국산 배추김치 10㎏ 제품은 1만~2만원대에서 거래되는 반면 국산 제품은 대체로 3만~4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김치 사용량이 많은 음식점이라면 매달 발생하는 비용 차이가 적지 않다.

실제 김치산업 실태조사에서도 음식점들이 수입 김치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로 가격을 꼽았다. 저렴한 가격뿐 아니라 가격 변동이 상대적으로 적어 원가 관리가 쉽다는 점도 중국산을 사용하는 이유로 지목됐다.

서울 강남의 한 백반집 관계자는 “국산 김치에 대한 소비자 선호가 높은 것은 알고 있지만 김치를 기본 반찬으로 계속 제공하는 식당에서는 가격 차이를 무시하기 어렵다”며 “식재료비와 인건비가 모두 오른 상황에서 김치까지 국산으로 바꾸려면 메뉴 가격 인상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결국 중국산 김치 수입 증가는 일시적인 배춧값 급등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국내 배추 가격이 안정되는 시기에도 수입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외식업계의 중국산 김치 사용이 하나의 조달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지역 외식 물가가 인건비와 원재료 가격,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의 음식점.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서울 지역 외식 물가가 인건비와 원재료 가격,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의 음식점.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이번 포름알데히드 논란은 이런 상황에서 터졌다.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시 캉바오현에서는 일부 수매업자가 배추를 운송하기 전 포름알데히드 용액을 사용한 사실이 현지 당국 조사에서 확인됐다. 포름알데히드는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체 발암성이 확인된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도 식품에 사용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중국 정부는 문제가 된 배추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동시에 다른 지역으로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까지 문제 배추 일부가 장쑤성과 안후이성 등으로 운송된 사실은 파악됐지만 시중에 풀리지 않았다는 게 중국 당국의 설명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중국 측에 문제 배추의 한국 수출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산 배추에 대한 통관검사를 강화해 포장 장소별로 포름알데히드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국내 유통이 확인될 경우 추가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중국산 생배추와 중국산 김치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중국산 생배추가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1% 수준으로 미미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중국 허베이성 배추가 국내로 수입됐거나 한국으로 들어오는 김치 제조에 사용됐다는 사실도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관건은 이번 사태가 중국산 김치 전반에 대한 막연한 공포로 번지는 것을 막으면서도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수입식품의 생산·유통 정보를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문제의 배추가 국내 수입 김치와 연관됐다는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중국산 김치 전체를 위해식품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기 때문이다.

다만 수입 김치의 99.9%를 한 국가에 의존하고 외식업계의 사용 비중까지 높아진 만큼 현지 식품안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료 조달부터 제조·수출까지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는 관리체계가 중요해졌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수입 김치를 현실적으로 대체하기 어려울 정도로 외식업계의 가격 의존도가 높아졌다”며 “특정 사건 때마다 중국산 전체에 대한 불안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떤 원료를 어디에서 조달하고 어떻게 관리하는지를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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