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ㆍ반도체 이어 방위비까지⋯美 ‘3중 압박’ 거세진다

입력 2026-08-2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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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억弗 대미 투자 이행 압박
삼성‘SK엔 “美서 반도체 생산” 요구
주한미군 지원협정 감사까지 착수
경제·산업 넘어 안보로 전선 확대

▲경기 평택항에 수출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경기 평택항에 수출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미국의 대(對)한국 압박이 통상과 첨단산업을 넘어 안보 영역까지 확산하고 있다. 관세 인하의 대가로 약속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조속히 이행하라는 요구에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주한미군 지원협정에 대한 감사까지 시작되면서 한국을 향한 미국의 ‘3중 압박’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외신과 업계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최근 한국을 상대로 대미 투자와 반도체 현지 생산 확대를 잇달아 요구하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압박 수단은 관세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과 무역협상을 통해 미국에 3500억달러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췄다. 3500억달러 가운데 2000억달러는 현금 투자, 1500억 달러는 조선 협력에 투입하는 구조다. 현금 투자는 연간 200억달러를 상한으로 집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투자 대상과 사업성을 둘러싼 양국 간 이견으로 실제 프로젝트 선정이 늦어지면서 미국 측의 압박 수위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 등을 압박하기 위한 성격이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압박은 한국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로 번졌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달 미국 뉴욕주 마이크론 공장 행사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거론하며 미국 내 메모리 반도체 생산 확대를 요구했다. 미국은 자국에서 생산하지 않는 반도체에 최대 100% 수준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카드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 반도체 생산시설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할수록 국내 투자 재원과 인력 배분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관세 정책이 단순한 무역장벽을 넘어 한국 기업의 생산시설과 투자자금을 미국으로 끌어들이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경제·산업 분야에 집중됐던 압박은 안보 영역으로도 옮겨붙고 있다. 미국 국방부 감찰관실은 한국과 체결한 주둔국 지원협정의 이행 실태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감찰관실은 공식적으로 감사 개시 사실을 밝히고 관련 협정의 집행 상황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번 감사 결과가 기존 합의를 넘어 한국에 추가적인 재정·군사적 기여를 요구하는 논리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에도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부담 요구가 나오자 기존에 합의한 방위비 분담 협정을 준수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미국의 대한국 압박은 ‘관세를 통한 투자 유치→첨단산업 생산기반의 미국 이전→동맹 비용 확대’로 전선을 넓히는 양상이다.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를 통해 제조업을 되살리는 동시에 동맹국에는 안보 비용을 더 부담시키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가 통상·산업·안보 전반에서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세 가지 요구가 맞물릴 경우 한국의 부담이 단순한 대미 투자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 반도체 생산기반과 투자 여력, 정부의 재정 부담, 한미동맹의 역할까지 동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이미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상황에서 반도체 공장 추가 투자와 방위비 증액 요구까지 현실화할 경우 정부와 기업 모두 선택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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