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국에 거래 중단 시한…불응 땐 금융망 퇴출
中은행 제재는 유보…미·중 무역휴전 의식
리알화 사상 최저…국제유가는 2.35% 하락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을 세계 경제에서 고립시키기 위한 ‘경제적 왕따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을 발표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디데이(D-Day)’에 빗대 ‘경제적 디데이’라고 부르며 “전 세계에 뻗어 있는 이란의 금융 연결망을 겨냥한 경제적 총공세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는 이란의 핵·미사일 개발과 사이버 작전, 원유 수익 창출 등을 지원한 전 세계 개인·기업·선박 등 60여 곳을 신규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와 함께 제재 범위도 디지털 자산과 기술, 금, 항공, 해운 등 5개 분야로 넓혔다. 위장 가상자산 거래와 선박 간 원유 환적 등 우회 자금줄을 완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에는 거래를 정리할 시한을 주면서도 이를 따르지 않는 기업·금융기관에는 미국 금융망 퇴출 등 세컨더리 제재(2차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다만, 구체적인 시한과 대상국은 공개하지 않았다.
관건은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해 이란산 원유 수출의 80% 이상을 사들인 최대 고객이다. 하지만 베선트 장관은 중국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피했다. 중국 은행 제재 가능성을 묻는 말에야 “누구도 미국 제재의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중국 금융기관의 이름이나 제재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으로선 다음 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중국 대형 은행과 정유사까지 겨냥할 경우 미·중 무역 휴전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
제재의 실효성을 둘러싼 의문은 여전하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약 20년간 이란을 상대로 강력한 경제제재를 반복했지만 원유 수출과 핵개발을 완전히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대니얼 프리드 명예 연구원은 “이번 조치는 마지막 경고였을 뿐, 특히 중국을 상대로 한 실질적인 제재 조치가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미국 내에서 전쟁 장기화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부담이다. 21~24일 실시된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 이란 군사공격에 대한 찬성률은 개전 이후 최저인 31%로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도 33%로 집권 1·2기를 통틀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란은 미국의 압박을 ‘허풍’이라고 일축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의장은 “미국인들도 아무도 그들의 허풍을 믿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이날 호르무즈해협 통항 규정을 위반했다며 유조선 45척을 제재 명단에 올리고 원유 환적에 이용되는 ‘셔틀선’ 운항도 막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제재 충격에 미국 달러당 이란 리알화 시장 환율이 202만 리알까지 치솟으면서 리알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란 중앙은행의 공식 환율은 약 150만 리알이지만 대부분 이란인은 시장 환율을 사용한다.
미국의 제재에도 국제유가는 떨어졌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2.35% 급락한 배럴당 85.01달러에 마감했다. 이번 조치가 당장 중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이나 글로벌 공급을 차단할 가능성을 낮게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