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씨 실종 신고 묻은 제주 경찰…'일하기 싫어서' 였나

입력 2026-08-2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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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사건 허위 종결 혐의로 전날 긴급체포된 제주 A 경장이 23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와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종사건 허위 종결 혐의로 전날 긴급체포된 제주 A 경장이 23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와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에서 석 달째 행방이 확인되지 않은 30대 여성 장미란 씨의 실종 신고를 허위로 종결한 경찰관이 업무 부담을 피하려고 사건을 처리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해당 경찰관의 개인적 일탈뿐 아니라 한 사람이 실종 사건을 종결할 수 있었던 경찰 내부 시스템과 성인 실종자 추적을 제한하는 현행 제도도 문제로 꼽았다.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한 손수호 변호사에 따르면 장 씨는 5월 12일 오후 10시 15분께 제주 한림읍에 있는 주거지를 나선 뒤 행방이 묘연해졌다. 함께 살던 남자친구는 5월 15일 오후 6시 40분께 112에 실종 신고를 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관들은 장 씨의 휴대전화 위치를 확인하고 한림항 일대를 탐문했다. 그러나 당시 제주서부경찰서 형사과 소속으로 당직 근무 중이던 A 경장은 신고 접수 약 2시간 만에 사건을 종결했다.

A 경장은 장 씨 가족에게 “연락이 됐다. 지금 잘 있다”며 “본인이 자신의 위치를 밝히기를 꺼려 규정상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경찰의 말을 믿고 장 씨가 개인적인 이유로 연락을 피하는 것으로 생각해 기다렸다.

하지만 장 씨의 휴대전화는 이튿날인 5월 16일 꺼졌고 이후 다시 켜지지 않았다. A 경장이 장 씨와 통화했다는 기록도 확인되지 않았다. 남자친구가 다시 경찰서를 찾았지만, 전산에는 장 씨가 자신의 소재가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남아 있어 신고조차 접수되지 않았다.

A 경장은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장 씨가 사망한 것으로 입력한 뒤 관련 기록을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장 씨의 생존 여부나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 관리 기록까지 사라진 것이다.

A 경장이 비슷한 방식으로 실종 신고를 처리한 사례도 추가로 드러났다. 7월 2일 접수된 60대 남성 실종 신고에서도 가족들에게 당사자와 연락이 됐다고 알린 뒤 사건을 종결했다. 가족이 장 씨 사건 보도를 접한 뒤 재신고하면서 수색이 재개됐지만, 해당 남성은 최근 숨진 채 발견됐다.

▲제주에서 실종된 장미란씨. (출처=장미란씨 가족)
▲제주에서 실종된 장미란씨. (출처=장미란씨 가족)

손수호 변호사는 A 경장이 사건을 허위 종결한 이유와 관련해 청탁이나 범죄 연루 가능성도 이론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지만 현재 이를 뒷받침할 단서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손 변호사는 사건을 허위로 끝낸 배경으로 업무 회피를 가장 유력하게 꼽았다. 그는 “일하기 싫어서 그냥 종결 처리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상적으로 처리했다면 이후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보고까지 해야 했지만, A 경장은 이 절차를 피하려고 사건을 서둘러 닫았을 수 있다.

성인 실종 신고는 단순 가출이나 자진 귀가로 마무리되는 사례가 많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이전에도 실종자와 연락한 것처럼 꾸며 사건을 정리한 뒤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자 같은 방식을 되풀이했을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손 변호사는 A 경장이 단순히 업무를 피하려 했다고 해도 실종자를 사망 처리하고 기록까지 삭제한 행위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경찰은 현재 허위 종결 경위와 전산 기록 삭제 과정을 조사하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업무 자체에 대한 부담이나 개인적인 사정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업무 자체에 대한 부담감을 느껴서 업무를 빨리 빼내야 되겠다. 즉 귀찮고 싫다라고 하는 이런 왜곡된 생각을 가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청탁이나 범죄 연루 가능성에 대해서는 수사를 통해 확인해야 할 가상적인 시나리오라고 전제했다.

그는 A 경장 개인의 문제를 넘어 경찰의 조직 관리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A 경장은 2023년 가정폭력 문제로 내부 조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6월에는 여자화장실에 들어간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직위 해제됐다.

▲실종신고 허위 종결 등 부실 대응 속에 3개월째 행방이 묘연한 장미란씨를 찾기 위해 20일 제주시 한림읍 한림항에서 경찰이 집중 수색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종신고 허위 종결 등 부실 대응 속에 3개월째 행방이 묘연한 장미란씨를 찾기 위해 20일 제주시 한림읍 한림항에서 경찰이 집중 수색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교수는 이 같은 전력이 위험 신호로 작용했어야 한다며 적극적인 감찰과 사전 직무 배제가 필요했다고 봤다. 부적절한 인물이 수년 동안 근무를 이어갈 수 있었던 조직 관리 구조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실종 사건을 담당자 한 명이 종결할 수 있었던 시스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에는 실종 업무 담당자가 단독 판단으로 수배를 해제할 수 있었고, A 경장은 규정상 필요한 상사 서면보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이중 확인 절차를 도입하더라도 담당자가 허위 내용을 입력하고 책임자가 이를 그대로 승인한다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장에서 실종자를 직접 만나 안전을 확인한 영상 등 객관적인 증빙자료를 의무적으로 첨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성인 실종자의 위치를 신속하게 추적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행법상 18세 이하 아동이나 치매·자폐 등이 있는 사람은 영장 없이도 즉시 위치 추적과 수색에 나설 수 있지만, 일반 성인에게는 같은 조치를 적용하기 어렵다.

이 교수는 “가장 핵심적인 것은 바로 골든타임의 긴급 추적을 나이와 상관없이 할 수 있도록 법 근거가 마련돼야 된다”고 강조했다. 사생활 침해나 채권·채무 관계, 스토킹 등에 실종자 추적 제도가 악용될 우려는 별도로 통제하되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찰의 허위 종결로 수색이 늦어지면서 장 씨의 동선을 파악할 단서도 상당 부분 사라졌다. 장 씨가 실종된 지역 주변에는 110개가 넘는 CCTV가 있었지만 대부분 영상 보존 기간이 한 달에 불과해 현재는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 교수는 “5월 13일부터 5월 16일 그 사이까지 사실상은 적극적인 찾기 활동을 했었으면 CCTV도 한 달간 보관됐었다”며 초기 대응이 늦어진 점을 안타까워했다.

제주경찰청은 장 씨의 해외 이동 가능성까지 확인하기 위해 경찰청에 인터폴 황색수배를 요청했다. 황색수배는 범죄 혐의자를 추적하는 적색수배와 달리 실종자의 신원이나 소재를 확인하기 위해 회원국에 협조를 구하는 조치다.

장 씨의 공식 출입국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밀항이나 타인 명의를 이용한 출국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행방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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