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 장거리도 부담 없다…기아 EV4, 전기차의 ‘일상’을 바꾸다 [ET의 모빌리티]

입력 2026-08-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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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무게중심에 세단 특유 안정감…고속에서도 차분
롱레인지 1회 충전 최대 533㎞…전비 경쟁력도 강점
2820㎜ 휠베이스·490L 트렁크…패밀리카 활용성 확보

▲기아 EV4 (사진=기아)
▲기아 EV4 (사진=기아)

전기차로 장거리를 떠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걱정은 충전이다. 목적지까지 갈 수 있을지, 중간에 충전소를 찾아야 할지부터 계산하게 된다. 기아의 첫 전용 전기 세단 EV4는 이런 고민을 상당 부분 덜어낸 차다. 한 번 충전으로 500㎞ 이상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와 높은 전비에 세단 특유의 안정적인 주행감각까지 갖췄다. 전기차를 특별한 이동수단이 아닌 ‘일상적인 차’로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인상이 강했다.

최근 EV4를 타고 서울과 강원도 태백까지 도심과 자동차전용도로, 고속도로 등을 왕복 주행했다. 가속페달을 밟자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인 응답이 나타났다. 과격하게 운전자를 밀어붙이는 방식보다는 필요한 만큼 힘을 매끄럽게 끌어내는 쪽에 가깝다.

EV4 2WD에는 최고출력 150㎾(약 204마력)의 전륜 구동모터가 탑재됐다. 일상 주행에서는 출력에 대한 아쉬움을 찾기 어렵다. 고속도로에서 추월하기 위해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도 속도를 빠르게 끌어올린다. 전륜구동 전기차에서 급가속 때 나타날 수 있는 ‘토크스티어’도 잘 억제됐다.

▲기아 EV4 (사진=기아)
▲기아 EV4 (사진=기아)

EV4의 진가는 속도가 붙을수록 드러난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보다 차체가 낮고 배터리가 바닥에 배치돼 무게중심이 낮다. 고속에서도 차체가 노면에 붙어 달리는 듯 안정적이다. 차선을 바꾸거나 완만한 곡선 구간을 빠르게 돌아나갈 때도 차체가 크게 출렁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승차감을 희생한 것은 아니다. 노면의 작은 요철은 부드럽게 걸러내면서 큰 충격 이후에는 차체를 빠르게 잡는다. EV4에는 노면 진동을 줄이는 3세대 주파수 감응형 밸브(SFD3)와 충격 흡수 성능을 높인 하이드로 G 부싱 등이 적용됐다. 세단의 낮은 무게중심과 섀시 세팅이 맞물리면서 편안함과 안정감 사이에서 균형을 잡았다.

회생제동 역시 자연스럽다. 일부 전기차는 회생제동과 물리 브레이크가 개입하는 과정에서 제동감이 달라지는 이질감이 나타나지만 EV4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만큼 일정하게 속도를 줄였다. 현대차그룹 공식 시승에서도 EV4의 선형적인 제동감과 고속 주행 안정성이 주요 강점으로 꼽혔다.

▲기아 EV4 (사진=기아)
▲기아 EV4 (사진=기아)

EV4의 가장 큰 무기는 효율이다. 롱레인지 모델은 81.4㎾h 배터리를 탑재해 17인치 휠 기준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최대 533㎞에 달한다. 복합전비는 5.8㎞/㎾h다. 350㎾급 급속충전기를 이용하면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약 31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공기저항계수(Cd) 0.229의 차체도 효율을 끌어올리는 핵심이다. 낮은 프런트 노즈에서 길게 이어지는 루프라인과 후면부까지 공기 흐름을 고려해 설계했다. 공기저항을 줄이는 것은 전비뿐 아니라 고속 주행 안정성과 풍절음 억제에도 도움이 된다.

실내에서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장점이 드러난다. EV4의 전장은 4730㎜, 전폭 1860㎜, 축거는 2820㎜다. K5보다 전장은 175㎜ 짧지만 축거 차이는 30㎜에 불과하다. 뒷좌석에 앉으면 무릎 공간이 넉넉하다. 등받이 각도를 29도로 설계해 장거리 이동에서도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 트렁크 용량도 490L로 넉넉하다.

▲기아 EV4 (사진=기아)
▲기아 EV4 (사진=기아)

실내 구성은 화려함보다 실용성을 택했다.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공조 디스플레이가 수평으로 이어지고 자주 사용하는 기능은 물리 버튼으로 남겼다. 앞좌석 사이 슬라이딩 콘솔 테이블은 충전이나 휴식 때 노트북을 올려놓는 등 활용도가 높다.

2026년형에서는 상품성도 보강됐다. 전 트림에 스마트폰 듀얼 무선 충전을 새롭게 적용했고 100W C타입 USB 단자도 개선했다. GT 라인과 고성능 GT에는 뒷좌석 차음 글라스를 적용해 정숙성을 높였다.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와 가속 제한 보조도 적용됐다.

더 강한 성능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한 선택지도 생겼다. EV4 GT는 전·후륜에 각각 145㎾와 70㎾ 모터를 탑재한 사륜구동 모델이다. 합산 최고출력 215㎾(292마력), 최대토크 468Nm를 발휘한다. 프리뷰 전자 제어 서스펜션과 가상 변속 시스템, 다이내믹 토크 벡터링 제어 등을 적용했다. EV4 GT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25㎞, 복합전비는 4.5㎞/㎾h다.

▲기아 EV4 (사진=기아)
▲기아 EV4 (사진=기아)

EV4는 운전자를 강하게 자극하는 전기차는 아니다. 대신 출퇴근부터 가족 이동, 장거리 여행까지 한 대로 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500㎞가 넘는 주행거리와 높은 전비, 넉넉한 실내 공간에 세단 특유의 안정적인 주행감각을 더했다.

SUV 일색인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EV4의 차별점도 여기에 있다. 전기차를 고를 때 ‘SUV가 아니어도 된다’는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한다. 충전과 주행거리에 대한 부담을 낮추면서 세단의 장점을 살린 EV4는 전기차가 점차 특별한 차에서 평범한 일상의 차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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