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AI 회사채⋯美국채와 ‘자금 쟁탈전
AI 성장 청구서⋯모기지·기업대출까지 번져

AI 투자가 미국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미국 국채금리를 끌어올리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빅테크들이 자체 자금만으로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채권 발행을 급격히 늘리면서 기업과 가계는 물론 미국 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에도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알파벳·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MS)·오라클 등 이른바 ‘AI 하이퍼스케일러’ 5곳의 회사채 발행액은 올해 들어 이미 2000억달러(약 276조3000억원)를 넘어섰다. 2020~2024년 연평균 300억달러에도 못 미쳤던 발행액이 지난해 1000억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다시 두 배 이상 불어난 것이다. 지난 1년 새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않은 곳은 MS 한 곳뿐이다. 자산운용사 뱅가드는 이들 기업 외까지 포함한 AI 관련 채권 발행 규모가 2027~2030년 매년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빅테크들은 막대한 영업현금으로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AI 인프라 투자를 충당했다. 하지만 AI 투자 규모가 급증하면서 회사채 시장에서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루커스 베인스 뱅가드 수석 투자전략가는 “대형 기술기업들이 영업현금으로 투자를 충당하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빅테크의 ‘빚투’는 채권시장에도 부담이다. 미국 정부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는 상황에서 빅테크까지 대규모 회사채를 쏟아내면서 투자자들이 소화해야 할 채권 물량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회사채가 투자 수요를 흡수해 미 국채금리를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미 국채시장의 막대한 규모를 감안하면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AI가 미국 경제의 성장세를 떠받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금리 기조를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AI 투자 확대가 경제 성장을 자극하면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야 하는 연준으로서는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이유가 생긴다. 최근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재정적자와 이란전 장기화에 AI 투자 열풍까지 장기금리 상승 압력을 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회사채 시장에서는 이미 자금 조달 비용이 오르고 있다. 알파벳의 10년물 회사채 금리 스프레드(같은 만기 미 국채 대비 추가 금리)는 지난 4월 0.63%포인트에서 이달 0.85%포인트로 확대됐다. 아마존은 작년 11월 0.55%포인트에서 지난 7월 0.8%포인트로 뛰었고, 하이퍼스케일러 중 신용등급이 가장 낮은 오라클은 작년 9월 1.05%포인트에서 올해 2월 1.45%포인트로 올랐다. 이는 기업의 신용위험이 커졌다기보다 한꺼번에 쏟아지는 채권을 사도록 투자자를 유인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지급하고 있는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결국 미국 경제를 떠받쳐온 AI 투자 붐의 비용이 경제 전반으로 퍼질 가능성이 있다. 맷 킹 사토리인사이트 설립자는 “빅테크들이 현금을 쏟아부을 때 미국 경제가 AI 투자로 엄청난 부양 효과를 누렸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돈을 빌려야 하면서 추가적인 자본지출은 더 이상 ‘공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실질 금리가 상승하면서 경제 전반의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I가 투자 확대를 통해 성장을 끌어올리는 만큼 금리도 높인다면 그 비용은 모기지와 기업대출, 미국 정부의 이자 부담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모기지 등 장기 대출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미 30년물 국채금리는 이번 주 2007년 이후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장기 금리가 치솟자 전날 재무부가 바이백 확대에 나서면서 국채금리 상승세가 주춤했지만, 이날 다시 오름세를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