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자동차 산업 역시 안팎의 위기가 동시에 들이닥친 ‘내우외환’의 형국에 직면해 있다. 내수 시장은 인구 감소와 소비 구조 변화로 인해 감소세가 지속되며 2020년 190만 대를 기록했던 국내 자동차 판매는 지난해 168만 대로 줄었다. 여기에 테슬라, BYD 등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차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는 35%를 차지하였다.
외부 환경도 녹록지 않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관세와 무역 규제를 앞세워 자국 내 생산을 압박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공장 생산 물량과 수출의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미국 관세 부과의 직격탄을 맞아 대미 수출은 13.5% 감소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매년 반복되는 노사 분쟁은 기업의 체력을 소모시키는 요인이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발생한 작업중단 등 노사분규는 123건, 근로손실일수는 39만4000일에 달했다. 노동위원회가 한 해 처리한 사건도 2만2000건에 이른다. 글로벌 경쟁사들은 생존을 위해 공장을 닫고, 사업을 재편하고, 경쟁사와도 손을 잡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매년 임금·단체협약 교섭에 수개월을 보내고 있다.
일부 자동차 기업에서는 5월부터 시작된 교섭이 장기화되고, 반복되는 파업과 특근 거부로 인해 대규모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서 수천억원 규모의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 노란봉투법에 따른 원·하청 교섭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기업은 교섭과 법적 대응에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할 수밖에 없으며, 투자와 생산계획 등 핵심 의사결정에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이제 노와 사는 한 배를 탄 운명공동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동안 파이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파이 자체를 지키고 키우는 데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기업은 과감한 국내 투자와 기술혁신을 통해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고, 노동계 역시 일자리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생산성 향상에 힘을 보태는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
정부도 경직적인 법·제도 운영에서 벗어나 노동 유연성과 고용 안정을 함께 달성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제도 설계에 나서야 한다. 특히 AI·자율주행 등 미래차 연구개발에는 유연한 근로시간 운영이 필요하다. 동시에 자동화와 피지컬 AI 도입으로 직무별 수요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재교육과 직무전환을 통해 인력 감축을 최소화하는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여전히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 완성차, 부품, 배터리, 전장,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산업 생태계도 강점이다. 노사관계의 안정은 단순히 파업을 줄이는 문제만이 아니라 미래 투자의 예측 가능성과 산업 전환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핵심 요소다. 내우외환의 상황에서 노·사·정이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노를 저을 때, 한국 자동차산업은 위기를 넘어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의 승자로 도약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