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오피스 절반 이상 1000평 미만
1~2명 사무소 다수…금융집적 효과 한계

국민연금을 따라 전주로 향하는 금융사들이 급증한 가운데 이를 받아낼 오피스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가점을 통해 전주 거점 확보를 유도하지만,자칫 금융집적 효과가 소규모 연락사무소 확대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상업용 부동산 분석 솔루션 알스퀘어 애널리틱스(RA)에 따르면 전주에 위치한 오피스 빌딩은 약 240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연면적 1000평 미만의 소형 빌딩이다. 연면적 1000평 이상 오피스는 92개에 그친다.
현재 임대 가능한 매물도 50건 안팎이다. 향후 공급 물량을 가늠할 수 있는 착공 오피스 역시 10건 미만으로 파악됐다.
반면 국민연금이 위탁자금을 맡긴 국내주식,채권, 대체투자 운용사만 91개에 달한다.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금융회사의 업무 공간 수요는 늘지만 이를 받아낼 오피스 공급은 제한적인 셈이다.
실제 금융사들의 전주행은 한층 빨라졌다. NH농협금융은 다음 달 1일 NH-아문디자산운용 전주사무소를 열고 이를 기반으로 ‘NH금융허브’를 구축할 예정이다. IBK자산운용도 지난 11일 전북혁신도시에 국민연금공단사무소를 열었다. 앞서 KB·신한·우리금융 등이 전주에 거점을 마련했고 블랙록과 스타우드캐피털 등 해외 운용사도 합류했다. 현재 전주에 사무소를 둔 국내외 금융기관은 30개에 육박한다 .
금융사들이 전주로 향하는 데는 국민연금이 신설한 가점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국민연금은 주식·채권·인프라·사모투자 위탁운용사를 대상으로 ‘기금운용본부 소재지 거점’ 항목을 신설해 전주에 업무 거점을 둔 운용사에 1점의 가점을 주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이 지역 소재 운용사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한 영향이다.
1점의 무게는 작지 않다.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평가는 기본점수 100점을 기준으로 경쟁사 간 점수 차이가 크지 않아 소수점 단위에서 당락이 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운용업계 설명이다. 국민연금 위탁자금을 운용하거나 신규 공모 참여를 준비하는 운용사 입장에서는 전주 거점을 두지 않아 경쟁사보다 1점 뒤처지는 부담을 감수하기 어려운 구조다.
국민연금이 쥔 자금 규모를 고려하면 금융사 입장에서는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올해 5월 말 기준 1848조7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운용한다. 금융부문 가운데 51.9%인 959조5000억원은 국내외 외부 운용사에 맡긴다.
문제는 금융사들의 전주행 속도를 현지 업무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전북 혁신도시에 진출한 금융사 상당수는 상주 인력이 1~2명에 불과한 소규모 사무소 형태에 머문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연금과의 소통이나 기관 대응을 위한 거점 역할은 할 수 있지만 운용과 기관영업, 대체투자 등 핵심 조직을 옮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금융업 특성상 높은 수준의 보안과 통신 환경이 필요한 데다 조직 단위로 인력이 내려오면 별도 전산시설과 회의공간 등도 필요하다. 그러나 전북 혁신도시의 상당수 건물은 일반 상가나 소규모 사무실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금융회사 본부급 조직이 입주할 수 있는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김성숙 경희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재편을 이끄는 힘은 민간이 아니라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이라며 “금융회사가 왜 전주를 선택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국민연금이라는 앵커 테넌트를 넘어, 금융 업무에 맞는 오피스 인프라를 얼마나 빨리 갖추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