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상 줄이면 끝?”…글로벌 사례에서 찾는 유통 해법[약의 길을 바꾸자-上③]

입력 2026-08-2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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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럽, 대형사 중심…韓 4000여 도매업체 난립
M&A·공동물류 필요…단순 업체 수 감축은 한계
재고·수요 데이터 연계해 유통 투명성·안정성 높여야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수천 개 업체가 경쟁하고 도매상 간 거래까지 이뤄지는 국내 의약품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은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물류와 재고를 통합해 효율성을 높인 것과 달리 국내는 영세·중소 업체가 다수를 차지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유통업체의 대형화·전문화를 유도하고 유통정보와 품질관리 체계를 구축해 공급망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의약품 유통시장은 지난해 108조원까지 성장했다. 이 가운데 도매상을 통해 공급된 금액은 59조9000억원으로 전체의 55.5%를 차지한다. 도매업체가 의약품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크지만 국내 시장은 수천 개 업체가 참여하는 분산형 구조다.

미국과 유럽은 한국과 달리 소수 대형 도매업체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됐다. 미국은 센코라(Cencora), 카디널헬스(Cardinal Health), 맥케슨(McKesson) 등 ‘빅3’가 시장을 주도한다. 이들 업체는 대규모 물류망을 기반으로 약국과 병원 등에 의약품을 공급한다. 뿐만 아니라 공동구매와 약국 지원, 제조사 대상 환자·컨설팅 서비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최근에는 경영서비스조직(MSO)까지 인수하며 사업 영역을 의료서비스 분야로 확대했다.

유럽도 피닉스그룹(Phoenix Group), 얼라이언스헬스케어(Alliance Healthcare) 등 대형 업체의 영향력이 크다. 특히 유럽연합(EU) 내 국가별 약가 차이를 활용한 병행무역(Parallel Trade)이 발달했으며 우수유통관리기준 등을 통해 보관·운송 등 유통 전 과정을 엄격하게 관리한다. 미국과 유럽이 대형화를 통해 물류·재고·구매를 통합하고 규모의 경제를 구축한 반면 한국은 업체 수가 많고 도매상 간 거래까지 이뤄져 유통 단계가 상대적으로 복잡하다.

대형 유통업체의 강점은 전국 단위 물류망과 대규모 창고를 기반으로 의약품 구매부터 의료기관·약국 공급까지 재고·주문·배송 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규모가 커질수록 물류센터와 전산시스템 등에 대한 투자 여력도 커져 공급망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국내에서도 영세 유통업체 난립에 따른 경쟁력 저하와 도도매 거래 증가를 개선하기 위해 유통업체의 규모화·전문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수합병(M&A)과 공동물류를 통해 중복 투자를 줄이고 물류비를 절감하는 한편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의 기능을 강화해 유통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 등이 제시된다.

한 의약품 유통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유통의 대형화·효율화는 비용과 재고 관리, 공급 안정성을 높이는 데 필요하다. 특히 4000개가 넘는 유통사가 난립하면서 실제 수요보다 많은 의약품이 제조·유통되고 불량재고를 밀어내는 문제도 나타난다. 의약품은 일반 소비재와 달리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유통 효율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약분업 전후 국내 유통사는 500여개 수준이었지만 도서 산간 지역의 공급 문제는 크지 않았고 웹오더링서비스와 콜드체인 실시간 관제 등 기술 발전으로 유통사의 공급망 확대도 쉬워졌다”며 “유통구조를 투명하게 만들어 과잉생산과 불투명한 거래 관행을 줄이고 시장 경쟁을 통한 자연스러운 약가 조정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미국식 대형화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국내 시장의 해답은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유통 선진화의 핵심은 ‘도매상 숫자 줄이기’보다 경쟁력 있는 업체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시설과 재무건전성, 의약품 품질관리 능력 등을 평가해 우수 업체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영세업체는 공동물류를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대형화와 함께 업체별로 흩어진 재고·수요 정보를 연결하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 물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정부가 생산부터 도매, 의료기관·약국까지 공급망 전체를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 체계를 구축해야 유통 효율화와 안정적인 의약품 공급을 함께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자상거래 의무화와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 기능 강화, 의약품 일련번호 관리를 통해 유통보고를 강화해야 한다”며 “재고관리와 유통정보 보고를 자동화하면 불공정 거래를 줄이고 유통시장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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