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해도 약국엔 없다”…수천 개 도매업체에 재고 파악 ‘깜깜’[약의 길을 바꾸자-上②]

입력 2026-08-2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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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유통 108조원 시대지만…품절‧쏠림 반복
도매상 집중‧도도매 거래 구조에 복잡해진 유통
복잡한 유통 구조 개선하고 정보·공급망 관리 필요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독감이 유행하거나 일교차가 커지는 환절기만 되면 감기약 품절 문제가 반복된다. 제약사가 생산량을 늘려도 일부 약국에서는 필요한 약을 구하지 못하는 반면 다른 지역에는 재고가 남는 공급 불균형이 발생한다. 수천 개 도매업체와 도매상 간 거래가 얽힌 복잡한 유통구조 속에서 의약품이 어디에 얼마나 공급되고 남아 있는지 제때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의약품 유통시장이 100조원을 넘어 매년 성장하고 있지만 유통구조는 여전히 수천 개 도매업체가 참여하는 형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5 완제의약품 유통정보 통계집’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완제의약품 유통금액은 약 108조원으로 전년 대비 7.4% 증가했다. 2023년 94조7000억원, 2024년 100조5000억원에 이어 증가세가 이어졌다. 이 가운데 도매상이 공급한 금액은 59조9000억원으로 전체의 55.5%를 차지했다. 제조사는 34조5000억원, 수입사는 13조6000억원이었다.

문제는 시장 규모가 커지는 동안 유통구조의 복잡성은 여전하다는 점이다. 국내 의약품은 제약사에서 병·의원이나 약국으로 직접 공급되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도매업체를 거친다. 지난해 기준 국내 완제의약품 공급 기업은 4646개소다. 이중 도매상이 4162개소로 약 90%를 차지한다. 2000년 500여 개에서 약 8배 이상 증가했다.

도매업체가 다른 도매업체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이른바 ‘도도매’ 거래도 국내 유통 구조를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취급 품목이 많아 한 업체가 모든 의약품을 확보하기 어렵고 영세 도매업체는 제약사와 직접 거래하기 어려워 도매상 간 거래가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하지만 거래 단계가 늘어날수록 의약품 이동 경로를 추적하기 어려워지고 유통의 투명성도 떨어진다.

이 같은 구조는 독감 유행이나 환절기처럼 의약품 수요가 급증할 때 나타난다. 제약사가 생산량을 늘려도 중간 유통 단계에서 특정 업체나 지역에 물량이 집중되면 다른 지역에서는 품절이 반복되는 공급 불균형이 발생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매년 의약품 품절 문제가 반복되는데 제약사가 의약품을 유통사에 넘긴 이후 약국에 도착하기까지의 유통 과정은 사실상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다. 독감 유행이나 환절기에는 감기약 수요가 급증해 제약사들이 공급량을 크게 늘리지만 중간 유통 단계에서 특정 업체가 물량을 과도하게 확보하면 지역별 공급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의약품 생산량을 늘리는 것만으로 반복되는 공급 불균형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생산에서 도매, 병원·약국으로 이어지는 유통 정보를 연결하고 이를 실시간에 가깝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필요한 곳에 필요한 약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유한 생산·공급·유통 데이터를 품절 예측과 지역별 재고 조정에 활용하는 체계 구축이 과제로 꼽힌다.

유통 투명화는 공급 안정성뿐 아니라 의약품 품질과도 연결된다. 백신과 바이오의약품처럼 운송 과정에서 온도 관리가 중요한 제품이 늘어나고 향정신성의약품 등 엄격한 추적이 필요한 품목도 있는 만큼 의약품이 생산된 이후 환자에게 전달될 때까지 관리하는 공급망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서는 생산량 확대뿐 아니라 유통 단계별 공급과 재고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의약품 수급 불균형을 조기에 감지하고 품절이 발생하기 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가 유통정보 관리 체계와 공급망 모니터링을 지속해서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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