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뒤끝? 거제 900㎜ 폭우…남해안 극한 호우 또 오나 [이슈크래커]

입력 2026-08-18 15:58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태풍 돌핀서 약화한 저기압·하층제트·뜨거운 남해 맞물려
거제 일강수량 전국 역대 3위…1명 사망·피해 신고 2574건
통영 국가유산 5건 훼손…소나기 이어져 2차 피해 우려


▲17일 오후 경남 거제시 옥포동 한 차도가 범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후 경남 거제시 옥포동 한 차도가 범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풍은 분명 상륙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태풍의 격한 ‘뒤끝’이 남해안을 할퀴었는데요. 그 상처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약해진 태풍의 남은 저기압은 남해의 수증기를 끌어올리며 거제와 통영에 기록적인 폭우를 쏟아냈죠. 거제에는 15일부터 18일 오전까지 950㎜가 넘는 비가 내렸습니다. 평소 여름 석 달 동안 내리는 비보다 많은 양이 사흘여 만에 집중된 건데요. 하루 강수량은 전국 관측 사상 세 번째를 기록했고 산사태와 침수로 인명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통영에서는 국가유산 5건도 훼손됐죠.

폭우를 만든 저기압은 동쪽으로 빠져나갔지만, 남해안에는 소나기 예보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현재 예보상 이번과 같은 900㎜대 폭우가 되풀이될 가능성은 작지만, 이미 지반이 포화돼 수십㎜의 비에도 추가 산사태와 침수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17일 집중호우와 산사태가 발생한 경남 거제시 옥포동 한 아파트에 차량이 파손돼 있다. (연합뉴스)
▲17일 집중호우와 산사태가 발생한 경남 거제시 옥포동 한 아파트에 차량이 파손돼 있다. (연합뉴스)


산사태로 1명 사망…피해 신고 2500건 넘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8일 오전 6시 기준 이번 집중호우로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습니다.

17일 오전 4시 42분께 거제시 옥포동 한 아파트 뒤편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1층을 덮쳤는데요. 이 사고로 주민 1명이 숨졌으며 다른 2명은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통영에서는 산사태로 주택에 매몰된 주민이 약 1시간30분 만에 구조됐고, 울산에서는 도로에 쓰러진 가로수를 피하던 택시가 급정거해 승객이 부상을 입는 사고도 발생했죠.

주택·도로 침수와 수목 전도 등에 따른 신고와 현장 조치는 총 2574건으로 집계됐는데요. 안전조치 2010건, 급·배수 지원 402건, 구조 활동 162건입니다.

부산·경남·제주 등 3개 시·도 9개 시·구에서는 318세대 564명이 한때 대피했는데요. 이 가운데 171세대 316명은 귀가했지만 147세대 248명은 아직 돌아가지 못했고, 141세대 240명은 경로당과 마을회관, 학교, 민간 숙박시설 등에 마련된 임시주거시설에 머물고 있죠.

정전 피해는 4161호에서 발생해 이 가운데 4026호가 복구됐습니다. 통영 약 1000세대와 거제 약 4177세대에서는 단수가 발생해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인데요. 국립공원과 하천변 산책로, 세월교 등 위험지역 306곳도 통제됐습니다. 국가유산 피해도 발생했는데요. 국가유산청이 18일 오전 8시까지 확인한 피해는 모두 통영에서 발생한 5건으로, 사적 ‘통영 한산도 이충무공 유적’의 석축과 기와·담장이 파손됐죠. ‘통영 김상옥 생가’와 ‘통영 구 대흥여관’은 내부가 침수됐고 ‘통영 황리공소’와 ‘통영 소반장 공방’에서는 석축 붕괴와 빗물·토사 유입 등이 확인됐습니다.


▲17일 오후 경남 거제시 옥포동 일대 도로와 주요 교차로 전체가 흙탕물로 완전히 뒤덮여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후 경남 거제시 옥포동 일대 도로와 주요 교차로 전체가 흙탕물로 완전히 뒤덮여 있다. (연합뉴스)


사흘간 956㎜·시간당 124.5㎜…전국 역대 3위

중대본에 따르면 15일 0시부터 18일 오전 5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거제 956.1㎜, 통영 766.9㎜, 부산 가덕도 518.0㎜였는데요. 경남 사천과 고성에도 각각 430.5㎜와 429.5㎜가 내렸습니다.

거제의 평년 여름철 강수량은 935.1㎜인데요. 평소 6∼8월 석 달에 걸쳐 내릴 비보다 많은 양이 약 77시간 만에 쏟아진 셈입니다. 통영 역시 누적 강수량이 평년 여름철 강수량 728.8㎜를 넘어섰죠.

특히 거제에는 17일 하루 동안 638.7㎜가 내렸습니다. 1972년 관측을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일강수량으로, 종전 최고였던 1985년 5월 5일의 438.3㎜보다 200.4㎜ 많은데요. 기존 기록을 약 46%나 끌어올린 것입니다.

전국 97개 종관기상관측지점으로 범위를 넓혀도 역대 3위인데요. 거제보다 하루 강수량이 많았던 사례는 2002년 8월 31일 태풍 루사 당시 강릉 870.5㎜와 대관령 712.5㎜뿐입니다. 역대 1·2위가 같은 날 태풍 루사가 남긴 기록인 만큼 이번 거제 폭우는 24년 만에 나온 최대 일강수량인데요. 통영도 17일 하루 453.7㎜가 내려 1968년 관측 개시 이후 최고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전국 종관기상관측지점 기준으로도 역대 10위죠.

비의 순간적인 강도도 극단적이었습니다. 거제에는 17일 오전 1시 32분부터 한 시간 동안 124.5㎜가 쏟아졌는데요. 2001년 7월 5일의 종전 기록 96.5㎜를 약 29% 웃돌며 지역의 1시간 강수량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통영도 시간당 97.4㎜로 관측 이래 최고를 기록했고요. 부산 가덕도와 거제 일운면 서이말에서도 각각 101.5㎜와 100.5㎜가 관측됐습니다. 기상청은 이번 강우를 통계적으로 거제는 약 200년에 한 번, 통영은 약 100년에 한 번 나타날 수준으로 분석했죠. 연간 발생확률로 환산하면 각각 약 0.5%와 1%에 해당합니다.


▲17일 오후 경남 거제시 옥포동 한 차도가 범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후 경남 거제시 옥포동 한 차도가 범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풍이 남긴 저기압·뜨거운 남해…거제 폭우 이유

이번 폭우는 태풍 돌핀이 거제에 상륙하거나 중심이 남해안을 통과하면서 내린 비는 아닙니다. 다만 돌핀이 약화해 만들어진 저기압이 우리나라 남서쪽에서 접근하면서 남해안 폭우의 출발점이 됐는데요. 태풍의 구조와 이름은 사라졌지만, 저기압과 수증기는 남은 거죠.

북반구의 저기압은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합니다. 저기압이 우리나라 남서쪽으로 다가오자 그 동쪽에 있는 남해안으로 고온다습한 남풍이 강하게 불었는데요. 한반도 동쪽에 자리한 고기압도 영향을 미쳤죠. 서쪽 저기압과 동쪽 고기압 사이에서 대기 하층의 강한 남풍인 ‘하층제트’가 형성됐고, 이 바람이 남해의 수증기를 거제와 통영으로 끊임없이 운반하는 통로 역할을 했습니다.

당시 남해 해수면 온도는 27∼28도까지 올라 있었는데요. 따뜻한 바다에서 공급된 수증기가 하층 제트를 타고 남해안으로 유입된 데 이어, 습한 공기가 거제와 통영의 산지에 부딪히며 강제로 상승했습니다. 상승한 공기는 기온이 낮아지면서 응결해 강한 비구름으로 발달했죠.

이렇게 만들어진 비구름은 동쪽 고기압에 막혀 빠져나가지 못했습니다. 같은 지역에서 비구름이 반복적으로 만들어지고 장시간 머물면서 시간당 100㎜가 넘는 비가 이어졌고, 거제의 누적 강수량은 결국 900㎜를 넘어섰는데요. 기상청은 “남쪽으로부터 매우 많은 양의 수증기가 들어오고 지형적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영남 해안가를 중심으로 100년에서 200년에 한 번 나타날 수 있는 매우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20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구계2리에서 마늘·양파 농사를 짓는 농민이 전날 폭우로 침수된 마늘 창고에서 남은 마늘을 건지고 있다. 해당 마을은 전날 내린 비로 도로 유실과 침수, 단전·단수가 되는 피해를 봤다. (연합뉴스)
▲20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구계2리에서 마늘·양파 농사를 짓는 농민이 전날 폭우로 침수된 마늘 창고에서 남은 마늘을 건지고 있다. 해당 마을은 전날 내린 비로 도로 유실과 침수, 단전·단수가 되는 피해를 봤다. (연합뉴스)


900㎜ 폭우 또 오나…소나기에도 산사태 주의

이번 폭우를 만든 저기압과 조직적인 비구름대는 동쪽으로 빠져나갔습니다. 18일 오전 6시 기준 남해안의 호우 특보도 모두 해제됐는데요. 현재 예보로는 거제와 통영에 다시 수백㎜의 폭우가 쏟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부산과 경남남해안에는 18일 오전까지 10∼50㎜의 비가, 오후부터 저녁 사이에는 부산·울산·경남에 5∼60㎜의 소나기가 예보됐는데요. 19일 오후부터 저녁 사이에도 5∼60㎜의 소나기가 내릴 수 있고, 20일 예상 강수량은 5∼20㎜죠.

앞으로 내리는 비는 장시간 이어지는 조직적인 비구름대보다 짧고 국지적인 소나기에 가까운데요. 같은 지역에 종일 비가 내린다는 뜻은 아니지만 좁은 지역에는 수십㎜가 집중될 수 있습니다.

이번과 같은 900㎜대 폭우가 당장 반복될 가능성은 작아졌지만, 2차 피해 위험은 남아 있습니다. 거제와 통영에는 평년 여름 전체보다 많은 비가 이미 내린 만큼 토양이 포화되고 산비탈과 축대의 지지력이 약해졌을 수 있는데요. 하천과 배수로에 토사와 잔해가 남아 있다면 수십㎜의 소나기에도 추가 산사태나 침수가 발생할 수 있죠.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이날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과거 강우기록을 토대로 정한 하수관로와 배수펌프장, 저류시설뿐 아니라 도로와 사면의 안전기준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는데요. 모든 배수시설을 시간당 124.5㎜의 극한호우에도 침수되지 않도록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시설 확충과 사전 통제·대피를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산사태는 발생한 뒤 피할 시간이 부족한데요. 산림청은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나무가 흔들리거나 넘어지는 경우, 산비탈에서 갑자기 많은 물이 솟는 경우, 계곡 상류에서 흙탕물이 밀려오는 경우, 돌이 굴러 내려오거나 땅이 울리는 소리가 나는 경우를 산사태 전조현상으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현장을 확인하려 하지 말고 산비탈과 계곡에서 떨어진 안전한 장소로 즉시 이동해야 하죠.

재난문자도 일반적인 비 예보와 구분할 필요가 있는데요. 올해 신설된 ‘재난성호우 긴급재난문자’는 1시간 누적강수량이 100㎜에 도달하거나, 1시간 85㎜와 15분 25㎜가 동시에 관측될 때 40㏈의 경보음과 함께 발송됩니다. 이는 이미 생명을 위협할 수준의 비가 내리고 있다는 의미인데요. 문자를 받으면 지하차도와 하천변, 지하공간 진입을 피하고 침수 위험지역에서는 높은 곳으로 이동해야 하죠. 산사태 위험지역에서는 산비탈과 계곡에서 최대한 멀어져야 합니다.

이번 남해안 호우는 태풍이 소멸한 뒤에도 남은 저기압과 수증기가 새로운 재난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는데요. 뜨거운 바다와 강한 남풍, 산악지형, 비구름의 정체가 맞물리면 태풍의 중심이 접근하지 않아도 태풍급 폭우가 내릴 수 있습니다. 당장 900㎜급 폭우가 다시 내릴 가능성은 크지 않죠. 다만 이미 지반이 약해진 남해안에서는 짧은 소나기도 추가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데요. 비구름은 물러갔지만, 900㎜의 비가 남긴 위험은 아직 가시지 않았습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단독 북러 군사 전문가 “北, 우크라서 드론전 진화하는데…한미훈련 축소, 대비태세 공백 우려”
  • 태풍 뒤끝? 거제 900㎜ 폭우…남해안 극한 호우 또 오나 [이슈크래커]
  • “트럼프 한미연합훈련 축소 배경엔 한국 대미투자 이행 속도 불만”
  • "최장 11일 쉰다"…9월·10월 황금연휴 계획 짜기 [그래픽]
  • 7월 서울 주택 매매 상승률 확대⋯전·월세 소폭 둔화
  • 홈플 재개장, 닷새간 매출 437억원...영업중단 전보다 191% 증가
  • AI 호황에 곳간 두둑해진 대만…전 국민에 ‘현금 44만원’ 쏜다
  • 추석 전 지급되는 지자체 민생지원금 일정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0,312,000
    • +0.73%
    • 이더리움
    • 2,670,000
    • -0.6%
    • 비트코인 캐시
    • 287,700
    • -0.93%
    • 리플
    • 1,401
    • -1.2%
    • 솔라나
    • 106,900
    • -0.19%
    • 에이다
    • 243
    • -2.41%
    • 트론
    • 470
    • +0%
    • 스텔라루멘
    • 217
    • -3.13%
    • 비트코인에스브이
    • 20,450
    • -4.93%
    • 체인링크
    • 13,220
    • -0.53%
    • 샌드박스
    • 54.28
    • -3.6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