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미녀·메디큐브·달바 현지 유통망 확대…러시아·CIS 공략 속도
서방 브랜드 철수 반사이익에 품질·성분 경쟁력까지…장기 성장 여부 주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뷰티 브랜드들이 잇따라 철수하거나 사업을 축소하면서 발생한 공백을 K뷰티가 빠르게 채우고 있다. 서방 제재 속에서 발생한 프리미엄 뷰티 시장의 틈새를 한국 화장품이 파고들면서 러시아가 주요 신흥 수출 시장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30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2023년 러시아 화장품 수입 시장에서 한국산 비중은 19%로 1위를 차지했다. 현지 주요 뷰티 유통업체 레뚜알(L'Etoile)의 한국 화장품 판매량도 2024년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성장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한국 관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6년 1~5월 러시아의 한국산 화장품 수입액은 1억636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늘었다. 한국 화장품이 러시아 시장에서 차지하는 입지가 전쟁 이후에도 확대되는 셈이다.
러시아 화장품 시장은 2022년 전쟁 발발 이후 로레알,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뷰티 브랜드와 세포라 등 유통업체가 매장을 닫거나 영업을 대폭 축소하면서 유통망에 공백이 생겼다. 서방 브랜드들이 러시아 사업을 철수·축소한 가운데 한국 브랜드들은 현지 사업을 이어가며 오프라인과 이커머스 유통망을 확대했다. '러시아의 세포라'로 불리는 골드애플(Gold Apple)을 비롯해 레뚜알, 와일드베리, 오존 등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한국 화장품의 입지도 커지고 있다.
국내 화장품 기업들도 러시아 시장을 단순한 '전쟁 반사이익'을 넘어 글로벌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보고 현지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사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구다이글로벌은 주력 브랜드 '조선미녀'를 2024년 초 러시아 골드애플 40여 개 매장과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시켰다. 이어 카자흐스탄 골드애플 4개 전 매장에도 입점하며 중앙아시아로 판로를 넓히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선크림과 세럼, 클렌징오일 등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구다이글로벌 관계자는 "2022년 전쟁 이후 글로벌 뷰티 브랜드들이 매장 폐쇄와 사업 축소 조처를 하면서 프리미엄 뷰티 시장에 일정 부분 공백이 발생했다"며 "이 빈자리를 K뷰티를 포함한 아시아 브랜드들이 채우는 구조가 형성됐고, 이는 한국 브랜드에 새로운 시장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서구 럭셔리 브랜드 의존도가 높았다면 최근에는 브랜드 이름보다 실제 성능과 성분을 꼼꼼히 따지는 합리적 소비 경향이 강해졌다"며 "성분 기반의 기능성 스킨케어에 강점을 가진 K뷰티에 유리한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에이피알(APR) 역시 메디큐브 스킨케어 라인을 중심으로 현지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현지 물가 상승으로 뷰티 서비스 가격이 오르면서 홈케어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탄력 케어에 초점을 맞춘 PDRN 스킨케어 라인 등이 주목받고 있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러시아 내 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뷰티 서비스 관련 가격 역시 상승했고 이에 따라 홈케어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합리적인 가격대와 높은 효능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K-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주력 국가는 북미와 유럽 시장이지만, 글로벌 뷰티 기업으로서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를 포함한 해외 시장 전반으로 확장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달바글로벌은 러시아를 주요 수익 시장 가운데 하나로 관리하고 있다. 달바글로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달바의 러시아 매출은 약 500억원으로 전체의 16%를 차지한다. 와일드베리·오존·라모다·얀덱스 마켓 등 온라인 채널과 골드애플·레뚜알·립고셰 등 오프라인 채널을 두루 확보했다.
달바글로벌 관계자는 "러시아는 영업이익률 30% 이상의 고마진 지역이라 주요 권역 중 하나로 지속 관리 및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라며 "골드애플 발주 규모 역시 기존 50억원대에서 100억원대로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와일드베리 창고가 폭격을 맞으면서 재고 손실이 일부 발생하기도 했지만, 현지 셀아웃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다"며 "러시아 특화 제품으로 개발한 아이패치와 퍼스트 스프레이 세럼 등 스테디셀러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화장품업계는 러시아 내 K뷰티의 약진이 단순한 공급 공백에 따른 반사이익에 그치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서방 브랜드 철수로 진입 공간이 열린 것은 사실이지만, 품질·성분·기능성을 중시하는 현지 소비 성향과 한류 등이 맞물리며 독자적인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다.
다만 러시아 시장의 장기 성장 여부는 변수다. KOTRA는 러시아 유통업체들의 자체 브랜드(PB) 확대와 OEM을 통한 현지 생산 증가, 러시아 제조사의 품질 향상 등을 경쟁 요인으로 꼽았다. 결제·물류 등 대러 제재에 따른 사업 리스크도 여전히 존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