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 부담 커지면 투자 위축"…글로벌 PEF과 역차별 우려

국회에서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운용 자율성을 제한하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면서 국내 PEF 업계의 긴장감이 커진다. 차입 한도를 대폭 낮추고 주요 투자 행위에 대한 기관투자자(LP) 보고 의무를 강화하는 방안에 이어 기관전용 PEF에 대한 자산평가 및 신탁업자 감시 면제 특례를 폐지하는 법안에 이어 까지 논의되면서다. 업계에서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투명성 강화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규제가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PEF의 기업 투자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국회입법현황에 따르면 이달 7일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의원은 기관전용 PEF의 규제 특례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법률은 기관전용 사모펀드의 자율적인 운용을 보장하기 위해 집합투자재산의 평가 및 기준가격 산정 규정과 신탁업자의 운용행위 감시 규정 적용을 면제해 왔으나, 개정안은 해당 면제 조항을 전면 삭제한다. 만약,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관전용 PEF 역시 정기적으로 자산평가를 받아야 하며, 은행이나 증권사 등 자산을 보관하는 신탁업자로부터 운용행위에 대한 감시를 받게 된다.
발의안 제안 이유에 대해 "최근 PEF 시장의 규모가 확대되고 투자 구조가 복잡해짐에 따라, 기관전용 PEF에 대해서도 자산 평가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신탁업자를 통한 최소한의 외부 견제 장치를 마련해 금융시장의 안정성과 신뢰를 제고할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국회에는 PEF의 차입 한도를 순자산의 400%에서 200%로 낮추는 차입매수(LBO) 규제안과 LBO, 자산매각, 배당, 이해상충행위에 대해서 기관투자자(LP)에 보고하도록 해 PEF에 대한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안도 계류돼 있다.
특히 차입 한도 축소는 기업 인수 과정에서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PEF의 투자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PEF는 자기자본뿐 아니라 인수금융 등 외부 차입을 활용해 기업을 인수한 뒤 경영 효율화와 사업 재편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데, 차입 여력이 줄어들면 투자 가능한 기업의 범위 자체가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PEF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시장 전체를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방식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차입이나 자산평가 같은 운용 과정에 규제가 늘어나면 투자 검토 단계부터 부담이 커지고 결국 국내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LP 자금을 받아 투자하는 PEF는 이미 LP의 실사와 내부통제, 운용보고 등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관리·감독을 받는다"며 "여기에 추가적인 외부 감시와 보고 의무까지 부과되면 투자 의사결정이 늦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PEF 업계에서는 특히 국내 운용사와 글로벌 운용사 간 규제 환경의 차이가 커지는 점을 우려한다. 국내 PEF의 운용 부담이 커질 경우 국내 기업 인수 경쟁에서 글로벌 PEF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PEF는 국내외 다양한 투자 구조를 활용할 수 있는 반면 국내 운용사는 국내 규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며 "규제의 취지가 시장 신뢰 제고에 있더라도 결과적으로 국내 운용사의 투자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해외 사례와 시장 상황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PEF가 국가기간산업, 공공산업, 민생산업의 경영권을 확보한 뒤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PE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투자자 보호와 시장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규제의 실효성과 투자 위축 가능성을 함께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규제 강화가 자칫 국내 PEF의 자금 조달과 기업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경우 기업 구조조정과 성장자금 공급이라는 PEF의 순기능까지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