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김상경의 Nature Finance] ⑤ 은행 여신심사에 들어온 ‘자연 리스크’

입력 2026-08-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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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 금융과 자연금융, KPI로 연결돼야 한다

기후 변화가 기업 신용위험 야기해
자연 의존도 평가로 자본투자 좌우
생산적 금융 결합해 산업동력 키워

은행이 기업에 돈을 빌려줄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상환 능력이다. 매출과 수익성, 현금흐름과 담보가치가 판단 기준이다. 그런데 가뭄으로 공장이 멈추고 원재료 가격이 오르거나 생태계 보호 규제로 사업이 지연된다면 어떻게될까. 자연의 변화가 생산과 매출을 흔들고 상환 능력까지 약화시킨다면 자연의 문제는 곧 은행의 문제가 된다. 자연위험(Nature Risk)이 신용위험(Credit Risk)이 되는 이유다.

위험은 산업마다 다르다. 농식품업은 물과 토양에 민감하고, 에너지와 건설·인프라는 입지와 수자원, 생태계 규제의 영향을 받는다. 제조업은 원재료와 공급망을 통해 자연과 연결된다. 따라서 재무제표가 비슷한 기업이더라도 자연 의존도와 위험관리 수준에 따라 미래의 상환 능력은 달라진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자연·생물다양성 분석체계는 이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MSCI는 기업을 자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물리적·전환 위험, 위험관리 역량, 사업기회의 네 영역에서 살펴본다. 물의 가용성과 토양·생태계 상태, 산림 훼손과 오염, 생물다양성 민감지역의 사업장, 기업의 정책과 목표 등이 분석 대상이다. 특히 투자뿐 아니라 은행의 대출 포트폴리오(loan book)에서 개별 사업장 단위까지 분석한다.

이러한 정보는 단순한 환경지표가 아니다. 물 부족에 따른 공장 가동 중단 가능성과 인허가 지연, 규제 비용, 기업의 대응 능력을 판단하는 자료다. 이는 미래 현금흐름과 사업 지속성, 상환 능력을 살펴보는 신용정보가 된다.

이제 금융회사는 산업·기업·사업장별 자연위험을 파악하고 이를 신용평가와 대출 한도, 금리와 만기 등 여신조건에 반영해야 한다. 담보물도 자연재해와 생태계 규제로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기업금융(IB) 거래에서는 초기 단계부터 사업장의 입지와 인허가 가능성, 수자원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공급망 위험을 검토해야 한다. 자연 관련 정보가 공시에 머물지 않고 실제 금융 의사결정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렇다고 금융회사가 위험이 높은 기업에 무조건 자금 공급을 줄이는 것은 답이 아니다. 금융이 위험을 피하기만 한다면 기업의 전환도 어려워진다. 자연 의존도를 낮추고 생산방식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자금을 공급해야 한다. 물 사용량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원료로 전환하며 공급망을 개선하는 기업에는 그 성과에 따라 금리와 만기 등 금융조건을 달리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자연금융은 생산적 금융과 만난다. 녹색금융과 전환금융을 규제 대응 비용으로만 보지 않고 새로운 산업과 기업을 키우는 성장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자연위험을 먼저 발견하고 해결책을 가진 기업에 자본을 공급한다면 금융회사는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자연금융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나 리스크 부서만의 영역이 아니다. 경영진은 이를 사업전략과 자본 배분의 기준으로 삼고, 여신 담당자는 산업분석과 신용평가에, 투자와 기업금융 담당자는 기업가치 평가와 딜 구조에 반영해야 한다. 자연금융의 성패는 조직 구성원의 인식과 판단 기준이 얼마나 바뀌느냐에 달려 있다.

이러한 변화가 선언에만 머물지 않게 만드는 것이 핵심성과지표(KPI)다. 자연위험 교육, 자연위험 평가가 적용된 여신·투자 비중, 녹색·전환금융 공급과 신사업 발굴 성과, 자연관련 재무정보 공개협의체(TNFD) 공시와 데이터의 신뢰도를 경영진과 사업부의 평가에 연결해야 한다. 금융회사가 무엇을 측정하고 평가하느냐가 결국 자본이 향하는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생산적 금융이 미래 산업과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금융이라면, 자연금융은 자연위험을 관리하고 자연자본을 보전·회복함으로써 그 성장이 오래 지속되도록 뒷받침하는 금융이다. 자연위험이 경영진의 전략과 실무자의 여신 판단, 금융회사의 KPI에 반영될 때 자연은 환경의 언어를 넘어 금융의 의사결정 기준이 된다. 자연과 금융의 새로운 질서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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