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영 시구→르세라핌 트레일러까지⋯K팝, 어디까지 진출하는 거예요? [엔터로그]

입력 2026-08-1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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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스타와 인기 콘텐츠, 그 이면의 맥락을 들여다봅니다. 화려한 조명 뒤 자리 잡은 조용한 이야기들. '엔터로그'에서 만나보세요.

▲(출처=장원영 인스타그램 캡처)
▲(출처=장원영 인스타그램 캡처)

K팝의 활동 반경이 끝없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수만 명이 모인 메이저리그 경기장에선 K팝 가수가 마운드에 오르는가 하면, 게임 속 영웅들이 아이돌 그룹을 연상케 하는 의상을 입어 눈길을 끕니다. 세계적인 프로게이머를 위해 만든 응원곡도 정식 음원으로 발매되고, e스포츠 경기장은 어느새 공연과 팝업스토어가 어우러진 축제로 변신한 모습입니다.

한때는 화제성을 노린 이색 이벤트로 여겨졌던 K팝 협업이 이제는 산업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게임과 스포츠, 음악이 저마다 확보한 콘텐츠와 팬덤을 연결하며 새로운 관객을 찾는 움직임도 한층 활발해졌는데요. 소비자의 한정된 시간과 관심을 두고 경쟁하는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K팝이 서로 다른 영역을 잇는 매개체로 떠오른 겁니다.

▲(출처=오버워치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출처=오버워치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야구에 게임까지…K팝 어디까지 진출하는 거예요?

최근 K팝 가수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스포츠 무대 규모는 세계적입니다.

방탄소년단(BTS)은 지난달 19일 미국 뉴저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 하프타임 쇼에 올랐는데요. 월드컵 결승전에 공식 하프타임 쇼가 마련된 것은 대회 역사상 처음이었습니다. 방탄소년단은 마돈나와 샤키라, 저스틴 비버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과 함께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히트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를 열창했습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도 K팝 가수들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엔믹스(NMIXX)는 4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홈구장 오라클 파크에서 프리게임 공연을 펼쳤고, 멤버 설윤이 이정후를 상대로 시구에 나섰습니다. 지난달에는 아이브(IVE)가 뉴욕 메츠의 공식 초청으로 시티 필드를 찾았고요. 장원영이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뉴욕 메츠의 경기 전 마운드에 올라 눈길을 끌었죠.

이달 10일에는 키키(KiiiKiii)가 LA 에인절스 홈구장을 방문, 멤버 키야가 팀을 대표해 시구를 맡았습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TOMORROW X TOGETHER) 연준은 13일 LA 다저스와 밀워키 브루어스 경기의 시구자로 나서는 데 이어 같은 날 진행되는 '한국 문화유산의 밤(Korean Heritage Night)'에도 참여하는데요.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한인 커뮤니티와의 교류를 위해 매년 열리는 문화행사로, 연준은 현장에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죠.

게임 업계에서는 새로운 협업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오버워치' 측은 11일 공개한 시즌4 부산의 영웅들 공식 트레일러 말미에 르세라핌(LE SSERAFIM)의 로고를 등장시켰는데요.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들의 추가 협업을 암시한 장면으로 해석되면서 팬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렸습니다.

르세라핌과 오버워치의 케미스트리는 양측 팬덤에도 익숙합니다. 2023년 공동 제작한 '퍼펙트 나이트(Perfect Night)' 뮤직비디오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요. 르세라핌에게 영감을 받은 게임 모드와 영웅 스킨도 게임에서 출시됐습니다. 지난해에는 미니 5집 '핫(HOT)' 발매에 앞서 수록곡 '쏘 시니컬(So Cynical)' 일부를 오버워치와 협업한 트레일러로 들려주는 프로모션을 펼쳤죠. 르세라핌의 데뷔곡 '피어리스(FEARLESS)'와 동명의 스킨 컬렉션도 공개됐습니다.

실로 e스포츠와 K팝의 접점은 넓어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Spotify)는 10일 세븐틴(SEVENTEEN) 도겸·승관이 부른 T1 공식 응원곡 '원-스포티파이 싱글즈(One-Spotify Singles)'를 공개했는데요. 두 사람은 14일 서울 케이스포돔에서 열리는 '2026 T1 홈그라운드'에서도 무대를 펼칠 예정입니다.

▲(사진제공=빅히트 뮤직(하이브))
▲(사진제공=빅히트 뮤직(하이브))

K팝 가수 인지도만 노리나?…핵심은 '팬덤'

잇따른 협업의 공통분모는 결국 팬덤입니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주목하는 건 K팝 가수의 높은 인지도만이 아닌데요. 아티스트의 콘텐츠를 반복 소비하고 새로운 플랫폼과 상품으로까지 이동하는 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핵심 자산으로 꼽히죠.

실로 K팝 팬덤은 높은 참여도와 적극적인 소비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루미네이트(Luminate)에 따르면 미국 K팝 청취자는 일반 대중보다 한 달에 음악을 약 9시간 더 듣고, '슈퍼 팬'일 가능성도 89% 높았습니다. 여기서 슈퍼팬은 음원 감상과 SNS 활동, 앨범·굿즈 구매, 공연 관람 등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다섯 가지 이상의 방식으로 소비하는 팬을 의미합니다.

젊은 세대의 비중도 높습니다. 루미네이트의 '2026 미드이어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 내 온라인 참여가 활발한 슈퍼 팬 가운데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63%를 차지했습니다. K팝과의 협업으로 젊고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소비자층에 접근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되죠.

이는 MLB 관객과 시청자층이 젊어지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지난해 9월 MLB 발표에 따르면 단일 경기 티켓 구매자 평균 연령은 2023년 46세에서 지난해 43세로 낮아졌고, 18~34세 중계 시청자도 주요 방송사에서 일제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공식 SNS 조회 수는 전년보다 20% 늘어난 178억 회를 기록했죠. 이때 K팝 가수의 시구와 공연 등 협업은 젊은 팬을 구단 경기장과 SNS로 유입시키는 접점으로 작용, 젊은 관객층 확대에 기여할 수도 있습니다.

팬들의 관심을 실제 매출로 연결하기도 용이한데요. 게임사는 아티스트의 의상과 음악을 캐릭터 스킨 등 디지털 상품으로 만들고, 스포츠 구단은 시구와 공연을 특별 티켓·한정 유니폼·식음료 등과 결합할 수 있습니다. 신규 고객 확보와 콘텐츠 화제성, 상품 판매를 한 번에 노릴 수 있는 셈입니다.

K팝 업계에도 협업은 잠재 소비자에게 접근하고, 지식재산권(IP) 유통 범위를 확장할 기회로 통합니다. 게임과 스포츠를 통해 음악을 듣지 않던 소비자에게도 아티스트를 노출하고, 음반과 공연 외에도 IP 라이선스와 디지털 아이템, 협업 상품 등으로 수익원 확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죠.

▲(사진제공=스포티파이)
▲(사진제공=스포티파이)

시구 한 번으로 끝?…협업 더 깊어졌다

협업 방식도 진화했습니다. 과거에는 시구와 축하 공연, 광고 모델처럼 스타의 인지도를 일시적으로 활용하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아티스트의 음악은 물론 팀의 서사, 콘텐츠를 결합해 새로운 경험을 만드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단발성 스타 마케팅에서 IP 기반의 전략적 제휴로 무게중심이 이동한 모습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치열해진 소비자 관심 경쟁이 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제작·유통 기술의 발전으로 선택할 수 있는 콘텐츠는 급격히 늘었지만, 소비자의 하루 미디어 이용 시간은 연평균 약 1~2%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음악과 게임, 스포츠가 서로 다른 시장에 속해 있어도 결국 소비자의 한정된 시간과 지출을 두고 경쟁하는 셈이죠.

이 때문에 최근 협업은 단순히 서로의 이름을 빌리는 수준을 넘어, 팬이 여러 플랫폼을 오가며 참여하도록 만드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습니다. 하나의 협업을 음원 감상과 콘텐츠 시청, 현장 방문, 상품 구매로 확장해 짧게 쏠린 관심을 지속적인 이용과 소비로 전환하는 방식입니다. 강력한 팬덤과 음악·퍼포먼스·패션을 아우르는 IP를 자랑하는 K팝이 이 같은 흐름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떠오른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겁니다.

다만 유명 아티스트를 내세운다고 모든 협업이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티스트의 정체성과 협업 대상의 콘텐츠·이용자 특성이 충분한 접점을 형성하지 못하거나, 팬이 참여할 만한 콘텐츠가 부족하면 일회성 화제에 그칠 수 있는데요. 협업 상품만 잇달아 내놓을 경우 팬들의 소비 피로를 키우고 상업성에 대한 반감까지 불러올 수 있습니다. 서로의 팬덤을 단순한 구매력으로 치부하기보다 각 산업의 콘텐츠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기획이 필요한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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