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XMT, 신청부터 상장까지 8개월 채 안 돼
기업 회사채 발행 지원 등 자본시장 개방 나서

중국이 미국과의 AI·반도체 패권 경쟁을 위해 전략산업 육성 방식을 전환하고 있다. 기존 정부의 보조금이나 국유 자본 투입 등 정부 주도 방식을 넘어 미국처럼 자본시장 접근성을 확대를 통한 육성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AI 분야에서 미국과 경쟁하기 위해 28조달러(약 3경9721조원) 규모의 자본시장을 개방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한때 기술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던 중국 당국은 최근 AI와 반도체 등 전략기업의 기업공개(IPO) 심사를 단축하고 기업들의 채권 발행을 지원하는 한편 지난달 기술주 급락 때는 구제금융을 동원해 신속하게 시장을 떠받쳐 투자심리를 방어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중국 기술 기업들이 IPO와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2170억달러에 달한다. 물론 같은 기간 미국 기술기업이 이보다 여섯 배 이상 많은 자금을 조달해 미국이 이 분야에서는 여전히 압도적인 우위를 선점하고 있지만 이러한 흐름 자체는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 국유자본 투자 등을 통해 전략사업을 육성해왔던 중국 당국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곧 중국 기업들이 자본시장을 넘어 26조달러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가계 저축에도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을 의미한다고 블룸버그는 부연했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인민은행과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재정부를 주축으로 은행대출에서부터 채권발행, 자본시장 및 장기투자 등을 결합해 기술기업의 전 과정을 지원하는 통합 정책 프레임워크를 구축해왔다. 이는 부채 주도 성장에 따른 부담을 줄이려는 조치이기도 하다. 경제 성장 둔화와 지방정부의 막대한 부채 부담 속에서 국가재정이 투입되는 국가 주도의 육성책이 재정 부담을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프레이저 하위 독립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중국 정부는 더 이상 예전만큼 경제를 부양하거나 원하는 모든 부문에 자금을 댈 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자본 조달 능력 부문에서 미국의 우위는 여전히 공고하다. 실제로 CXMT가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약 98억달러)은 최근 미국 증시에서 265억달러를 조달한 SK하이닉스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나치게 낮은 공모가 책정으로 기업이 확보할 자금이 줄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채권시장에서도 중국 기술기업들은 올해 중국 안팎에서 최소 38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는데, 같은 기간 미국 기업들의 조달액 5780억 달러의 7%에 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보다 우위에 있는 부분도 있다. 바로 낮은 자금 조달 비용이다.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 CATL은 5년 만기 위안화 채권을 1.58% 금리로 발행했다. 비슷한 만기의 달러 채권을 5.25%에 찍은 LG에너지솔루션과 비교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주요 기술기업들은 올해 평균 1.9%의 채권 금리로 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미국 기업들의 금리보다 300bp(1bp=0.01%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으로, 2015년 이후 가장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격차는 중국의 낮은 금리와 인플레이션을 반영한다. 피델리티 터내셔널의 레이 주 아시아 채권 부문 책임자는 “중국 기술기업들이 많은 서구 기업들보다 훨씬 저렴한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 투자자금인 이른바 ‘인내심있는 자본’을 활용해 AI를 비롯한 생산능력과 연구개발에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자본시장 접근성 확대 정책이 미국과의 기술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근본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 책임자는 “정책 지원을 받는 분야에 자본이 과도하게 유입되면 과잉생산, 마진 축소, 시장 과밀화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태양광 패널과 전기차 분야에서 수년간 강력한 정책 지원이 결국 치열한 경쟁과 수익성 악화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독립 싱크탱크인 안바운드의 훙쉬웨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자본은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라며 “기술과 인재 또한 자본의 형태이며, 혁신적인 성과를 상용화하는 것이 진정한 과제”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