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예외에 예외…누더기 된 가계대출 규제

입력 2026-08-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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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종합대책 발표가 임박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금융으로 쏠리고 있다. 집값을 잡기 위해 대출 문턱을 높여온 금융당국이 실수요자의 자금난을 덜어줄 명확한 카드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가계대출 고삐는 놓지 않으면서 실수요자의 자금줄은 열어주는 묘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조이면서 부동산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을 막는데 주력해왔다. 그러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실수요자의 원성이 이어지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지난달 열린 부동산 금융정책 토론회에서도 청년과 신혼부부 등의 주거 사다리를 어떻게 복원할지가 쟁점으로 다뤄졌고, 신축 입주자의 잔금대출 문제까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결국 정부는 실수요자에 한해 지원하겠다는 '핀셋'을 꺼내들었다. 모든 대출을 풀 수는 없으니 청년·신혼부부·무주택 서민 등 정책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 이들을 선별 지원하고, 잔금대출처럼 규제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자금난이 발생한 경우 별도 출구를 마련하겠단 계획이다. 정책 대출의 대상 범위를 넓히거나 잔금대출을 가계대출 총량관리에서 제외하는 방안 등이 지금까지 거론됐다.

얼핏 들으면 매우 공정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이다. 하지만 누구를 어떻게 지원할지 가려내는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시작된다. 금융당국이 가장 고심하는 대목도 여기에 있다. 지원 대상과 제외 대상을 가르기 위한 정교한 기준을 만들기가 만만치 않은 탓이다.

하지만 조건이 늘어날 수록 경계선도 많아진다. 집을 원하는 현실 속 사람들을 실수요와 투기, 실거주와 비거주로 깔끔하게 나누기는 어렵다. 무주택자라고 해서 반드시 실수요라 할 수 없고, 1주택자라고 해서 시세 차익을 노리고 새 집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은행이 대출 심사를 넘어 차주의 주거 행태까지 들여다보며 실거주 여부를 가려낼 수도 없다.

금융당국은 경계 사례가 생기면 이를 보완하기 위한 예외를 만들고, 그 예외를 악용할 가능성을 막기 위해 다시 조건을 붙이는 대응을 반복하고 있다. 가계대출을 조이면서 생긴 실수요자의 피해를 줄이는 예외를 들고 온 후 예외의 빈틈을 막을 만한 조건을 덧대는 식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규제는 실수요자들에게도 걸림돌이 된다.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에게 대출은 집값만큼이나 중요한 의사결정 변수다. 그런데 대출 가능 여부가 지역과 주택가격을 넘어 덕지덕지 붙는 예외 조건에 좌우되면 막막해진다. 대부분의 실수요자가 내 집 마련이란 꿈을 이루기 위해 오랜 기간 세운 자금조달 계획을 정책이 깨부수는 꼴이다.

실수요자 보호는 분명 필요하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관리한다는 이유로 청년·신혼부부나 정책이 틈바구니에서 피해받는 입주 예정자의 자금난까지 외면해서는 안 된다. 다만 실수요자와 투기수요를 가르는 기준이 완벽할 수 없는 만큼 땜질식 처방에는 한계가 있다.

가계부채를 관리하면서 실수요자를 보호하려면 규제의 강약에 집착하기보다 원칙과 체계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규제에 예외를 붙이고, 그 예외에 다시 조건을 붙이는 방식이 계속된다면 주택금융은 정교해지는 것이 아니라 누더기가 된다.

금융당국은 이번 부동산 종합대책으로 또 하나의 예외를 만드는 데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 핀셋 지원책이라면 어떤 차주를 왜 지원하고 어떤 대출을 왜 제한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핀셋을 더 정교하게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핀셋이 필요없는 금융정책의 원칙을 세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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