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앞두고 국립대 쏠림…지역 사립대 직격탄”

정부가 내년부터 지방 국립대 신입생의 등록금을 사실상 전액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사립대 총장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이미 국립대와 사립대 간 교육·재정 여건에 상당한 격차가 있는 상황에서 국립대에만 ‘무상교육’에 준하는 지원을 추가하면 지역 사립대의 학생 모집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는 10일 성명을 내고 “지역 균형 장학금은 대학의 설립 유형이 아니라 학생과 지역을 기준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며 정부에 지방 국립대 무상교육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5일 업무보고에서 2027학년도부터 지방 국립대 신입생을 대상으로 등록금 전액을 국가장학금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사총협에 따르면 대상은 30개 지방 국립대 신입생 약 6만명으로,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전액 국가장학금을 지급하고 이후 1~4학년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전 학년으로 확대할 경우 연간 약 4000억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사총협은 지방대와 지역인재에 대한 지원 확대라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지원 대상을 국립대 중심으로 설정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특히 교육부가 지원 근거로 제시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이 지원 대상으로 규정한 것은 ‘지방대학’이지 ‘지방 국립대학’만이 아니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사총협은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대학 육성이라는 정책 목적을 달성하려면 국립과 사립의 구분을 넘어 지역의 모든 대학과 학생을 대상으로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총협은 국립대와 사립대 사이에 이미 상당한 교육·재정 격차가 존재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사총협의 ‘2024-2025 대학교육 통계 자료집’에 따르면 지난해 비수도권 국·공립대 등록금은 비수도권 사립대의 약 54% 수준이다. 2024년 등록금 대비 재학생 1인당 장학금 비율은 비수도권 사립대가 58.6%인 반면 국·공립대는 79.1%로 20.5%포인트 높았다.
학생 1인당 교육비 역시 비수도권 국립대가 비수도권 사립대보다 약 56%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사총협은 이 같은 상황에서 국립대에 등록금 전액 지원까지 추가될 경우 대학 간 교육 여건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대학 재정지원 정책 전반이 국립대에 편중돼 있다는 비판도 내놨다. 사총협은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비롯해 ‘5극 3특’ 연계 지방대학 육성정책과 브랜드 단과대학, AI 거점대학 사업 등을 거론하며 “현 정부의 각종 고등교육 정책이 국립대학에 과도하게 편중돼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학가는 당장 다음 달 시작되는 2027학년도 수시모집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국립대가 ‘등록금 전액 장학금’을 내걸 경우 학령인구 감소로 이미 신입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사립대의 모집 여건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총협은 “2027학년도 수시 모집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립대학이 전액 장학금으로 신입생 유치전을 펼치면 지역 사립대학은 학생 모집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국립대 무상 등록금이 현실화하면 지역 사립대학의 생존이 어려워져 결과적으로 정부가 지역 소멸을 부추기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사립대가 주로 중소도시에서 청년 인구 유지와 지역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만큼 국립대 중심의 지원이 오히려 지역소멸을 가속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사총협은 정부에 △지역 균형 장학금을 지역 사립대 학생에게도 동일한 기준으로 지원하고 △사립대에 대한 차별적 재정지원을 개선하며 △지역 사립대의 AI 인재 양성과 교육·연구 인프라 확충을 지원할 것을 요구했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 대학에 안정적인 재정지원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도 내놨다.
전민현 사총협 회장은 “정부는 대학의 설립 유형이 아니라 학생과 지역을 정책의 중심에 둬야 한다”며 “모든 지역대학이 공정한 여건에서 지역인재를 양성하고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역 균형 장학금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