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레버리지 ETF 사태가 남긴 K증시 과제

입력 2026-08-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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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슐리 렌은 지난 4일 ‘한국이 투자 부적합 국가가 되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코스피가 6월 고점에서 27거래일 만에 40% 가까이 무너진 장면을 2015년 중국 증시 폭락에 견줬다. 올해 코스피가 하루 5% 이상 등락한 날은 33일. 같은 기간 일본 닛케이225는 4일, 홍콩 항셍지수는 하루도 없었다.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저평가됐으니 사도 된다는 낙관론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기업의 기초체력이 아니라 정책 신뢰와 시장 구조가 문제라는 것이다. 마지막 문장은 뼈아프다. 한국 정부가 스스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처음 투자에 나선 젊은 투자자들이 보호받고 있는지 자성할 때라고 했다.

외신의 지적 속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는 정쟁화되는 분위기다. 야당은 5월 말 도입된 이 상품을 주식시장 급락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상품 도입을 담당한 정책 책임자 경질까지 압박한다. 내년 총선까지 물고 놓지 않을 기세다. 상품 설계와 도입 속도에 문제가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시가총액 상위 두 종목에 기초자산이 쏠린 2배 상품을, 진입 요건과 위험 고지가 헐거운 상태로 내놓은 것은 명백한 실책이다. 하락장에서 기계적으로 파는 구조가 낙폭을 키웠고, 피해는 정부의 증시 부양 기조를 믿고 빚을 내 뛰어든 개인에게 집중됐다. 변동성의 일부를 정부가 키운 이상, 책임 규명 자체를 회피할 명분은 없다.

하지만 최근의 증시 급락을 레버리지 ETF 탓으로만 돌리면 근본적인 시장 구조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이번 증시 급락의 다른 축에는 월가가 있었다. 레오폴드 아센브레너가 이끄는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 SK하이닉스를 비롯한 AI 인프라 주식에 걸었던 대규모 레버리지가 월가 몇몇 펀드의 공격에 마진콜에 걸렸다. 이 펀드는 차입으로 조달한 상장주식 포트폴리오를 결국 공격 주체인 시타델에 모두 넘겨야 했다. 이 과정이 코스피 급락을 촉발했다는 외신 분석이 뒤늦게 나왔다. 월가 일각에서는 시타델이 보고서로 시장을 흔들어 경쟁 펀드를 궁지에 몰아넣었다는 음모론까지 돌았다.

한국 대형주가 일부 글로벌 헤지펀드의 담보물로 쓰이고, 그 레버리지가 풀릴 때 우리나라의 대표 주식시장이 크게 휘청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월가의 꼬리에 불가한 파생상품과 이를 거래하는 해외 헤지펀드 몇 곳의 포지션 조정에 한 나라 대표지수가 40% 밀렸다가 하루 만에 17.91% 반덩한다면, 이는 특정 상품의 결함이 아니라 시장의 체급이나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 그만큼 코스피의 수급을 떠받치는 시장의 깊이가 얕다는 뜻이 된다.

개인 자금은 단기 테마와 레버리지에 쏠려 있고, 외국인은 변동성을 이유로 비중을 줄이며, 기관의 장기 자금은 국내 주식을 충분히 받쳐주지 못한다. 완충 장치가 없는 시장에서 상품 규제만 조이는 것은 증상 관리에 그치는 근본적 해법이 아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시작한 정책이 ‘코리아 롤러코스터’를 유발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시장의 안정성은 신뢰의 함수이고, 신뢰는 예측 가능성에서 나온다. 하루 5% 등락이 일상인 시장에 글로벌 연기금과 장기 펀드가 자산을 투입하기는 어렵다. 국내 증시의 구조적 개선 없이는 K증시의 염원인 모건스탠리캐피탈인덱스(MSCI) 편입도 어려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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