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수지도 두 달 연속 흑자 '역대 2위'⋯"유가ㆍ환율 영향 출국자 수 감소"
국내 경상수지가 유례없는 '반도체 수출' 날개를 달고 훨훨 날고 있다. 역대급 수출 호조가 매달 이어지면서 6월 경상수지 뿐 아니라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도 2000억달러에 근접하며 사상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한국은행은 하반기에도 강력한 수출을 기반으로 상반기 못지 않은 호조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한은이 6일 발표한 '2026년 6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6월 한 달간 경상수지 흑자는 기존 1위였던 전월(386억1000만달러)보다 110억달러 증가한 497억달러로 집계됐다. 올 들어 월 경상수지 흑자 신기록이 총 4차례(2월, 3월, 5월, 6월)에 걸쳐 이어지면서 상반기(1~6월) 경상수지 흑자(1910억1000만달러) 또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2000년 들어 가장 긴 38개월 연속 흑자 행진(월 기준)도 이어지고 있다.
역대급 경상수지의 중심에는 역시나 반도체 수출을 중심으로 한 상품수지 흑자가 자리잡고 있다. 6월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478억9000만달러로, 전월(378억6000만달러) 대비 100억달러 이상 증가하며 역대 1위를 기록했다. 1년 전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144억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4배 가까이 뛴 것이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 "유례없는 반도체 수출 호조에 상품수지 흑자가 경상수지 흑자 증가폭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반도체를 포함한 IT품목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3.7% 가량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6월 반도체와 정보통신기기 수출액(통관 기준)을 보면 전년 대비 각각 197%, 166% 급등한 449억달러, 79억6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상품수지 흑자를 주도했다.

비IT품목 수출도 개선됐다. 전월 적자였던 기계류와 정밀기기(65억5000만달러), 승용차(63억6000만달러) 등 비IT품목이 흑자 전환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 국장은 IT품목을 중심으로 한 경상수지 의존도 확대 우려에 대해 "철강과 자동차 등 비IT품목 수출 역시 11.6% 증가하며 상품수지 개선에 일조하고 있다"며 "반도체가 워낙 큰 수출 증가폭을 보이면서 다른 품목을 가리는 측면이 있긴 하나 10% 이상의 증가폭은 결코 나쁘지 않은 수치"라고 강조했다.
수입 규모는 644억8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38.6% 늘었다. 이 기간 원자재(+30.5%)와 자본재(+35.3%), 소비재(+16.4%) 수입이 일제히 증가했다. 통관 기준 주요 수입품목으로는 △원유(85억6000만달러, 전년 대비 50.3% 증가) △석탄(14억달러, 63%)△반도체(105억4000만달러, 64.1%) △승용차(17억7000만달러, 59.8%) 등이 꼽힌다.
6월 서비스수지(-12억9000만달러)는 전월 정산이 만료된 지식재산권사용료를 중심으로 적자 폭을 키웠다. 다만 만성적자로 꼽히던 여행수지(4억4000만달러)가 역대 2위 흑자를 기록하며 두 달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김 국장은 "방한 관광객 수가 매달 200만명 안팎을 기록 중인 반면,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는 출국자 수는 전월 대비 14% 이상 줄었다"며 "국내 출국자수 감소에는 5월 인상된 유류할증료 부담 뿐 아니라 최근 급등한 환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기간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을 반영하는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소득을 중심으로 증가해 32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 중 배당소득수지는 배당수입이 증가한 데다 증권투자 배당지급도 전월 분기배당 기저효과로 감소해 11억5000만달러에서 25억6000만달러로 흑자폭을 키웠다. 다만 이자소득수지는 8억2000만달러에 그쳐 전월(11억4000만달러) 대비 흑자폭이 둔화됐다. 상반기 본원소득수지(117억1000만달러) 역시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자본 유출입을 보여주는 금융계정은 순자산이 467억1000만달러 증가해 전월(310억8000만달러)보다 150억달러 이상 급증했다. 이 기간 내국인들의 해외투자(직접투자자산)과 외국인들의 국내투자(직접투자부채)가 각각 80억1000만달러, 46억3000만달러 증가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부채성증권 감소폭을 키우며 35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반면 외국인 국내투자는 주식 감소폭이 늘고 부채성증권 증가폭이 줄면서 263억2000만달러 감소했다.
한편 상반기 내내 견고한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경상수지는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흑자의 길을 걷게 됐다. 한은은 앞서 5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연간 경상수지를 2500억달러(상반기 1515억달러, 하반기 985억달러) 수준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6월까지의 누적 경상수지 규모가 이미 2000억달러에 육박하면서 당초 전망치를 큰 폭으로 웃도는 것이 기정사실화됐다. 정부 역시 최근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발표를 통해 올해 연간 경상수지 전망치를 2900억달러로 제시했다. 한은은 이달 27일 새로운 경제전망치를 제시할 예정이다.
향후 관건은 하반기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성장세가 얼마나 견고할 지 여부다. 김 국장은 "당장 7월 통관 무역수지가 6월과 비교해 줄어든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여전히 반도체 수출 호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도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전년 동월 대비 최대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곤 국제수지팀장도 "전반적인 상황이 나쁘지 않다"며 "하반기에도 상반기 수준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