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개편에 복잡해진 자산가 셈법⋯강남 고령자·다주택자 ‘자산재편 고심’

입력 2026-08-0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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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보유 전략 변화 가능성⋯금융투자 자금 이동은 신중론

▲(사진=AI 생성)
▲(사진=AI 생성)

정부가 실거주 여부와 주택가액을 중심으로 부동산 세제를 개편하면서 고가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의 자산관리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문의는 많지 않지만, 은행권에서는 연말부터 매도·증여·갈아타기 관련 상담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개편으로 주택 교체 주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 PB들은 이번 세제개편안으로 강남권 등 초고가주택을 장기간 보유한 고령층과 다주택자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개편안 발표 직후이고 아직 정부안 단계로 구체적인 고객 문의가 들어오는 상황은 아니지만, 세 부담 비교에 대한 고민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개편안은 실거주 1주택자의 세제 혜택은 강화하되 초고가·비거주 주택의 부담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보유 중심에서 거주 중심으로 전환하고 공제액에 상한을 신설한다.

이에 PB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고객층으로 꼽은 것은 강남권 초고가주택을 장기간 보유하거나 거주한 고령 자산가다. 은퇴 이후 소득과 현금흐름은 줄었지만 주택가격 상승으로 보유세 부담이 커진 데다, 향후 주택을 처분할 때 받을 수 있는 공제 혜택에도 한도가 생기기 때문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초고가주택 장기 보유·거주자를 중심으로 보유세가 얼마나 오르는지, 어느 연도에 양도하느냐에 따라 세금이 얼마나 달라지는지에 대한 질문이 향후 2년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고가주택 보유자나 다주택자의 매도 및 보유 전략 변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 전문위원은 초고가 장기 보유·거주자 사이에서는 기존 주택을 매각한 뒤 비슷한 지역의 가격이 낮은 주택으로 옮기는 ‘제자리 갈아타기’나 주택 규모를 소폭 줄이는 다운사이징 수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장기보유특별공제에 공제액 상한이 신설되면서 주택 교체 주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주택을 장기간 보유하더라도 공제받을 수 있는 금액에 한도가 생기는 만큼, 공제 한도에 도달한 자산가들이 주거 편의성이 높은 주택으로 갈아탈 유인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장기거주소득공제 한도 신설로 양도할 때 받을 수 있는 절세 혜택의 상한이 정해져, 장기보유특별공제 한도를 채우려는 수요자 입장에서는 거주 편의성이 좋은 신축 아파트를 찾는 수요가 상대적으로 커져 현재의 신축 선호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기존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이 큰 고가 1주택자는 제도가 단계적으로 바뀌기 전 매도 시점을 앞당길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장기간 보유하면서 양도차익이 커진 1주택자는 2027년까지 차익실현을 통해 절세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본다”며 “다주택자도 양도세 중과가 한시적으로 완화되는 2028년까지 일부 주택을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최경민 NH농협은행 WM전문위원은 “정부가 실거주 1주택 혜택을 강화하는 동시에 다주택자가 주택을 매도할 수 있도록 한시적인 중과세율 인하라는 퇴로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며 “여분의 주택을 매매하려는 움직임이 예상되지만 실제 시장 반응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제 부담 증가가 곧바로 강남권 등의 대규모 매물 출회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신중한 의견도 많았다. 입지 경쟁력이 높은 주택은 세 부담이 늘더라도 계속 보유하려는 수요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가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가 매도와 증여, 보유 전략을 전반적으로 다시 검토하는 사례는 늘 수 있다”면서도 “우량 입지의 자산은 쉽게 매물로 나오기보다 보유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아 지역과 자산별로 차별화된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세 부담 확대가 금융투자로의 대규모 자금 이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신중한 시각이 우세했다. 금융투자 세제 혜택이 확대돼도 부동산 세 부담 증가를 상쇄할 정도의 자금이 단기간에 이동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규모와 투자 성격이 다른 데다 국내 증시 변동성에 대한 경계심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다만 절세 효과가 분명한 금융상품을 중심으로 투자 수요가 점진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정부가 신설하기로 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국내 주식과 국내 주식형 펀드 등에서 발생한 이자·배당소득에 비과세 혜택을 제공한다.

최 전문위원은 “기존 ISA보다 혜택이 확대돼 청년층을 중심으로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며 “부동산 투자에 따른 세후소득이 감소하면 대체투자를 찾는 자산가의 관심이 금융투자로 이어질 수 있어 금융회사들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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