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GOP 첨단화한다더니...'오경보' 못 잡자 평가항목서 뺀 軍

입력 2026-08-0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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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된 '오경보'로 경계실패 잇따르자 성능개량 추진
GOP첨단경계시스템 시범사업서 동물 등 못 거르자
평가항목서 '오경보' 아닌 '불필요한 정보'로 분류
방사청 "시스템 오작동만 오경보"
전문가 "GOP병력 철수 앞두고 완벽성 필요"

▲[고성(강원)=뉴시스] 김경목 기자 = 새해 첫날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월북자가 발생 동부전선 육군 제22보병사단을 비롯 육군에 비상이 걸렸다. 2일 오후 민간인이 들어갈 수 있는 최북단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북한 지역 군사분계선(MDL) 북한군 초소와 감호 등이 보인다. 2022.01.02. photo31@newsis.com
▲[고성(강원)=뉴시스] 김경목 기자 = 새해 첫날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월북자가 발생 동부전선 육군 제22보병사단을 비롯 육군에 비상이 걸렸다. 2일 오후 민간인이 들어갈 수 있는 최북단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북한 지역 군사분계선(MDL) 북한군 초소와 감호 등이 보인다. 2022.01.02. photo31@newsis.com

우리 군이 ‘오경보’에 따른 경계 실패 문제를 개선하려고 ‘일반전초(GOP)과학화경계시스템 성능개량 사업’을 진행하면서 정작 오경보 기준을 대폭 완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잦은 오경보 원인으로 지목된 ‘동물접근 및 자연현상((바람·우천)’을 오경보 평가항목에서 제외한 것이다. AI를 활용해 적(사람) 탐지 능력을 높이고 오경보로 인한 경계취약점을 보완한다는 당초 사업 취지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GOP 병력의 대대적인 감축까지 예고된 상황에서 약 4854억 원이 투입되는 ‘최전방 첨단경계 사업’을 졸속 추진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군은 3월 재공고한 ‘GOP과학화경계시스템 성능개량 사업’ 참여업체 중 2곳을 대상으로 현재 구매시험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업체의 경계장비(감시·감지·통제시스템)가 군이 제시한 요구성능을 충족하는지 시험하는 것이다. 총 104개 항목을 평가하는데 그중 감지시스템의 오경보는 500m당 월평균 5회를 넘어서면 안 된다. 오경보는 필수항목으로 요구성능 미달 시 탈락된다.

그런데 군은 오경보 예외 단서를 달아놨다. 일정 풍속(21m/s 또는 순간풍속 26m/s) 이상에서 고정된 사물의 흔들림을 오경보에서 제외했다. 바람이 많이 불 때 울리는 경보는 오경보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동물 접근, 바람·우천 등 자연현상에 의해 발생하는 경보는 오경보가 아닌 ‘불필요한 경보’로 분류했다. 그러면서 불필요한 경보의 경우 업체에 최소화 방안을 제안하라고 했다. 동물과 자연현상으로 경보가 아무리 울려도 요구성능 미충족으로 보지 않겠다는 의미다. 방사청은 관련 질의에 "동물 접근이나 바람, 우천 등 자연현상으로 발생하는 경보는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환경을 감지하여 작동한 결과이므로 '불필요한 경보'로 분류한다"며 "이는 시스템의 오작동으로 발생한 '오경보'와는 구분되는 개념"이라고 해명했다. 시스템 오작동만 '오경보'로 본다는 얘기다.

군 경계작전에서 생소한 용어일 뿐 아니라 개념도 모호한 ‘불필요한 경보’가 등장한 배경을 두고 평가 자체를 의도적으로 생략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방사청은 2022~2024년 육군22보병사단 작전지역에서 ‘GOP과학화경계시스템 성능개량사업’을 추진했다. 2011~2015년 1차 GOP과학화경계시스템 사업 과정에서 ‘동물 및 자연현상에 의한 경보 발령(오경보)’으로 경계실패가 잇따르자 성능개량에 착수한 것이다. AI를 최초로 도입했고, 22사단 시범사업 평가 결과를 토대로 GOP 전체 작전지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었다. 이후 2025년 본사업인 ‘GOP과학화경계시스템 성능개량 사업’ 입찰공고(예산 4854억4800만 원)가 나왔는데, 오경보 주원인들을 ‘불필요한 경보’로 분류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2022~2024년 시범사업 당시 참여업체들이 동물 및 자연현상을 걸러내지 못하자 본사업 시험평가 오경보 항목에서 아예 제외했다”고 밝혔다. 동물 및 자연현상에 따른 오경보가 계속되자 이를 엄격한 성능평가가 요구되는 ‘오경보’가 아닌 ‘불필요한 경보’로 분류해 탈락을 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행정적 분류를 통해 평가를 피하는 일종의 꼼수인 셈이다. 작년 공고 당시 3개 업체가 구매시험평가에 참여했는데 불필요한 경보 ‘봐주기’에도 불구하고 주요성능 미충족으로 모두 탈락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합동참모본부(합참)가 신원미상자 한 명이 지난 1일 동부전선 육군 22사단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했다고 밝힌 2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2022.01.02. yesphoto@newso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합동참모본부(합참)가 신원미상자 한 명이 지난 1일 동부전선 육군 22사단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했다고 밝힌 2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2022.01.02. yesphoto@newsos.com

이 같은 사업 추진은 우선 핵심 목적과 배치된다. 작전운영개념, 제안요청서, 구매시험평가서에서 밝힌 이번 사업의 취지는 ‘적과 아군 등 사람에 의한 경계시설(철책 및 광망) 접촉(침투)을 탐지(경보발령)해 경보를 발령하는 것’이다. 전직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성능개량 사업은 AI를 활용해 동물, 바람 소리 등을 구분하기 위한 것”이라며 “실제 경계 업무에서 오경보가 많이 발생하고 동물과 바람 등이 주원인들로 꼽히는데 입찰 스펙에서 이를 제외한 것은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잦은 오경보는 경계실패로 이어지며 심각한 안보 위협을 초래했다. 야생동물 움직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등을 침입 시도로 오인하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오경보가 반복되자 경계 근무자의 피로도가 증가했고, 실제 침입 상황이 발생했을 때 경보를 무시하는 ‘안보 불감증’이 확산됐다. 2020년 11월 동부전선 ‘점프 귀순’ 사건, 2021년 탈북민 재입북 사건 및 ‘헤엄 귀순’ 사건, 2022년 동부전선 점프 귀순자 재입북 사건 등은 당시 경계병들이 실제 경보를 오작동으로 치부해 벌어진 결과였다. 2023년 한국국방연구원(KIDA)도 “전방지역의 경계작전 환경에서 오경보가 거의 없는 감지시스템을 찾아내 철책에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고 급선무”라고 평가했다.

그런데도 방사청이 해당 사업을 1년 만인 올해 3월 재공고한 배경을 두고 안규백 국방장관의 GOP 병력감축 및 첨단화 계획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4월 안 장관은 AI 기반 감시 체계를 도입해 GOP경계 병력을 현 2만2000여 명에서 6000여 명까지 줄이겠다고 밝혔다. 군 소식통은 “업체가 비용을 더 들여서 요구되는 기술 수준을 맞추도록 해야하는데 군이 사업 지연을 우려해 기준까지 완화하면서 서두르고 있다”며 “경계장비를 다양한 환경에서 시험하는 것도 중요한데 이번에 동계 평가조차 없다”고 우려했다.

GOP 병력 철수를 앞두고 첨단경계 평가 기준을 높여도 모자란 판에, 사업을 졸속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군납 비리를 고발해 보국훈장을 받았던 김영수 전 해군 소령은 “이 사업을 시작할 때는 그나마 과학화경계시스템이 보조적 수단이었는데 최전방 병력을 빼겠다는 상황에서 이제 최첨단 철책은 보조가 아닌 주수단이 된다”면서 “불완전한 상태로 진행할 게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벽성’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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