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은 일반 재산범죄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도난당한 물품은 반환이나 금전배상으로 어느 정도 피해를 회복할 수 있지만, 반도체 공정 조건이나 인공지능 알고리즘 같은 기술은 경쟁자에게 넘어가면 회수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손해액을 가늠하기가 어렵고 유출된 기술이 퍼질수록 피해는 계속 불어난다. 기술유출 수사에서 초기 증거 확보와 피해 확산 차단, 즉 ‘골든타임’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지식재산처가 최근 ‘기술·지식재산 보호 특별사법경찰을 확대 개편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특별사법경찰은 특정 분야 공무원에게 형사수사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시정명령이나 과태료에 그치는 일반 행정단속과 달리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까지 할 수 있다.
이번 개편으로 기술경찰은 27명에서 61명으로 늘어났으며, 특히 입증이 까다로운 영업비밀 유출 사건을 전담하는 ‘기술유출특별사법경찰과’를 신설해 첨단기술 유출에 집중 대응하기로 했다.
영업비밀 사건 대응에 이런 전문성이 필요한 이유는 이 사건 특유의 입증 구조에 있다. 영업비밀 유출 사건은 단순한 자료 반출 사실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그 정보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지니며, 기업이 실제로 비밀로 관리해 왔다는 점까지 입증해야 한다. 소스코드나 공정 데이터의 가치를 파악하려면 깊이 있는 기술 이해가 필수다. 신설된 조직에 특허심사 경력자와 변호사, 변리사, 공학박사를 배치하기로 한 것은 전문성이 곧 수사력이기 때문이다.
수사력 강화와 함께 신설된 ‘지식재산보호분석과’는 사전 예방이라는 또 다른 축을 담당한다. 특허 빅데이터를 분석해 이상 징후를 선제 탐지함으로써, 피해 기업의 신고에만 의존하던 사후 대응에서 능동적 예방으로 무게를 옮기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수사기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유출을 1차로 막는 내부 통제 체계도, 사후에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도 결국 기업 안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밀 관리성’은 평소에 갖춰두지 않으면 사건이 터진 뒤에는 만들어낼 수 없다. 보안 등급 분류와 접근 기록, 퇴직자 계정 관리가 쌓여 있어야 정보도 법적 보호를 받는 영업비밀로 인정된다.
결국 이번 개편의 성패는 검거 실적으로만 가려지지 않을 것이다. 한번 새어 나간 기술은 되돌릴 수 없는 만큼, 중요한 것은 유출이 벌어지기 전에 막아내는 힘이다. 엄정한 수사로 반드시 적발된다는 신호가 쌓이면 기술을 빼돌릴 엄두 자체가 꺾이고, 여기에 기업의 철저한 평소 대비가 맞물릴 때 기술은 비로소 안전해진다.
고은주 삼성벤처투자 투자심사역·변리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