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노코리아가 올해 3월 선보인 글로벌 플래그십 크로스오버 '필랑트 하이브리드 E-테크(필랑트)'로 국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단의 안락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실용성을 결합한 필랑트는 첨단 디지털 기술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앞세워 차별화에 나선 모델이다.
최근 강원도 원주시 르노코리아 원주대리점에서 서울 강남구 르노코리아 본사까지 약 100㎞ 구간을 직접 운전대를 잡고 몰아봤다. 고속도로와 도심, 빗길을 오가는 코스에서 차량의 주행 성능과 정숙성, 연비를 살폈다.
첫인상은 세련됐다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렸다. 4m915cm 긴 전장을 갖췄지만, 높이는 낮게 눌려 있어 날렵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르노의 로고를 본 따 만든 다이아몬드 모양 그릴도 눈여겨볼 만했다.

외관에서 느껴졌던 세련된 디자인은 실내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르노코리아가 '프리미엄 테크 라운지'를 표방한 만큼 실내는 디지털 기술과 편안한 공간 구성이 조화를 이뤘다.
운전석에 앉자 헤드레스트 일체형 라운지 시트가 몸을 안정적으로 받쳐줬다. 장시간 운전에도 피로감을 줄여줄 것 같은 착좌감이었다.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세 개의 12.3인치 '오픈알(openR) 파노라마 디스플레이'였다. 계기판과 중앙 디스플레이, 동승석 디스플레이가 하나의 화면처럼 이어지면서도 각각 독립적으로 작동했다. 화면을 좌우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 활용성이 높았고, 운전자와 동승자가 각자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5G 데이터를 기반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이용해 드라마를 보거나 영화를 볼 수도 있다. 실제 도로와 연동되는 레이싱 게임부터 인터넷, 뉴스 시청까지 가능해 조수석에서도 심심할 겨를이 없다.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의 시원한 개방감도 만족스러웠다. 표면적 1.1㎡로 동급 최대 수준이다. 아이코닉과 에스프리 알핀 트림에 기본으로 적용된다.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이달 새롭게 추가된 '전동 선쉐이드'도 고객들이 반길만한 요소다. 기존에는 강한 햇볕을 직접 차단할 수 없어 아쉽다는 반응이 있었지만 이를 보완했다. 정가는 79만원이며 출시 기념으로 69만원에 판매된다.
이 차에 적용된 편의 기능도 하나 하나 작동시켜봤다. "하이 르노"라고 말하거나 스티어링 휠 버튼을 누르면 차량용 AI 에이전트 '에이닷 오토'가 실행된다. "오늘 너무 덥다"라고 말하자 에어컨 온도를 자동으로 낮추고 바람 세기를 조절하는 등 자연스러운 음성 인식이 가능했다. 자동 주차 보조 시스템도 적용돼 좁은 공간에서 주차 부담을 덜어줬다.
본격적으로 가속 페달을 밟자 차량의 완성도가 느껴졌다. 이날은 비가 강하게 내려 노면이 미끄러웠지만 차량은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했다. 차선을 변경하거나 코너를 돌아나갈 때 차체 움직임은 매끄러웠고, 고속 주행에서도 흔들림이 크지 않아 안정감을 줬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도 실내는 조용했다. 빗길을 달리는 동안에도 노면 소음과 풍절음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다. 동승자와 대화를 나누는 데 불편함이 없었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과 주파수 감응형 댐퍼, 1·2열 이중 접합 차음 유리 등이 적용된 덕분이다.
하이브리드의 강점은 연비에서도 살필 수 있다. 공인 복합연비는 ℓ당 15.1㎞지만 이날 시승에서는 16.4~16.9㎞를 기록하며 공인 수치를 웃돌았다. 성능과 효율을 함께 만족시키는 하이브리드 E-TECH 파워트레인의 완성도를 체감할 수 있었다.

필랑트는 출시 직후 높은 관심을 받으며 판매 돌풍을 일으켔지만 최근 들어 증가세는 다소 둔화한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경쟁 차종과 비교해 적지 않은 가격과 르노코리아의 또 다른 주력 모델인 그랑 콜레오스와 일부 수요가 겹친 점 등을 이유로 꼽는다. 필랑트의 판매 가격은 친환경차 세제 혜택 적용 기준 4394만9000원부터 5293만9000원이다.
하지만 운전대를 잡아본 필랑트는 한 번 직접 타볼 것을 추천하는 차량이었다. 세련된 디자인과 디지털 편의사양, 안정적인 주행 성능, 높은 정숙성, 공인 연비를 웃도는 효율까지 전반적인 상품성이 돋보였다. 가격이 구매를 고민하게 만드는 요소라면, 주행 경험은 그 고민을 다시 하게 만든다.
르노코리아도 판매 확대를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로 시승 차량을 가져가는 '차가 옴' 서비스를 운영하며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있다. 또 '5년 걱정 제로 바이백' 프로그램을 통해 차량 잔존가치를 보장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통합 케어 프로그램 'R(알:어슈어) 멤버십'도 내놨다. 차량 구매 후 2년 동안 정기 점검과 소모품 교환, 사고 수리 지원 등을 제공해 신차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